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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있는 그대로의 아이유가 좋아요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겉으로 꺼내 보이기에 자랑스럽지 않은 나약한 모습일지라도 말이다. 반대로 누군가의 스타로 산다는 것은 그러한 팬들의 바람을 알면서도 항상 빛나는 모습만 보여야 하는 의무를 안는 일이다.

가수 아이유의 팬들에게 지난 3일과 4일 열린 단독 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은 아이유가 지나온 고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게다. 열다섯 살의 이지은이 가진 외로움, 스물셋 아이유의 고백, 그리고 스물네 살의 아이유가 다시 찾은 건강함까지. 아이유는 자신의 속마음 지도를 진솔하게 보여줬다.

‘스물셋’, ‘레드퀸(Red Queen)’, ‘삐에로’로 화려하게 포문을 연 공연은 아이유의 공언대로 짜임새 있게 흘러갔다. “무대에 올라오기 전 ‘나는 댄스가수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왔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새신발’, ‘하루 끝’, ‘너랑 나’를 연달아 부르며 순식간에 공연장을 달궜다.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이유가 졸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2부 순서였다. ‘꿈’을 주제로 한 영상을 뒤로 무대에 오른 그는 연습생 시절 느낀 불안함과 외로움을 솔직한 언어로 들려줬다.

“내가 허투루 살고 있는 것 같고, 돌아갈 곳도 없는 것 같고. 그 때부터 일기 쓰는 걸 시작했어요.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단 한 줄이라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필요했어요. 얼마 전 일기장을 넘겨보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고요. ‘따뜻한 곳에서는 나도 같이 따뜻해지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그 온기가 나를 더 춥게 만든다.’”

‘섬데이(Someday)’, ‘어 드리머(A Dreamer)’, ‘싫은 날’, ‘미아’ 등 이날 아이유가 부른 발라드 넘버는 중학생 이지은의 이야기로 다시 쓰였다. 기타를 내려놓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는 2년 전으로 타임워프했다. ‘봄 사랑 벚꽃말고’를 시작으로 ‘너의 의미’, ‘소격동’까지 내는 곡마다 히트를 하던 아이유의 전성기,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슬아슬하고 뒤틀려 있던 시간으로 말이다.

“가수로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해에요. 그게 기쁜 한편, 이상하게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거예요. 왜냐면 ‘내가 과연 이런 칭찬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칭찬을 만끽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폄하하기 시작했어요. 못미더워하고 미워했었죠.”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고민은 불면의 밤으로 이어졌고 불면의 밤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 그 즈음, 아이유는 자신의 모습을 구석구석 투영한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열 손가락을 깨물기도 전에 ‘내가 제일 아파’라고 외치는 음반”이라고 표현한 ‘챗셔(Chat-shire)’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나는 나를 미워하는데, ‘나 밝고 건강합니다’라는 노래를 냈다가 그에 대한 평가에 더 주눅 들면 어떡하지 걱정했어요. 한참 고민하다 내린 결정은 나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음반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솔직한 나에 대한 솔직한 반응이니까, 힘든 것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옳은 것 같았고요. 저의 심심함과 그 심각함, 그리고 저를 괴롭히는 저의 장난기를 꼭꼭 눌러서 만든 음반입니다.”

당시 타이틀곡이었던 ‘제제(ZeZe)’는 출판사 동녘으로부터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를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은 음반이 공격받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 더욱 겁을 먹고 물러서게 되진 않았을까. 다행히 그는 “지금도 좋아하는 음반”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3부는 밝고 건강하고 명랑한,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부’, ‘마시멜로우’, ‘레옹’, ‘좋은 날’ 등을 부르며 무대 여기저기를 누비던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던 자기 폄하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듯 했다.

“‘챗셔’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탐구하는 시간이 길었고 그러다 보니 저를 미워하는 마음이 많이 해소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끊임없이 생각해요. 보여지는 내가 아닌 진짜 나에 대해서. 제가 걸을 스물다섯 번째 걸음은 제 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고요, 많은 분들이 눈 여겨 보시고 칭찬해주실 수 있는 걸음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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