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남이 위작 논란으로 사기혐의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조영남 측과 검찰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오윤경 판사) 심리로 조영남의 사기혐의 3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조영남이 피고인 신문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또 함께 기소된 조영남 매니저 장 모씨도 신문이 진행됐고, 검찰과 법률대리인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다음은 재판을 달군 발언들이다.
조영남 "사람들이 날 화가로 봐 주길 바라지만, 난 팝아티스트"
피고인 신문에 나선 조영남에게 검찰은 "10여년 전부터 자신을 '화가'와 '가수'를 합친 '화수'라고 칭하지 않았냐"면서 "그런데 검찰 수사에선 화가가 아니라 팝아티스트라고 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영남은 "화가는 기존의 회화를 중심으로 하고, 팝아티스트는 아이디어를 중시한다. 그래서 전 팝아티스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조사에서는 본질은 팝아티스트이나 대중적으로 화가로 비춰지길 바란다고 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대중들이 화가를 좋아했기에 화가로 행세했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렇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구분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조영남 "유명세, 그림 판매에 분명 영향 있었다."
조영남은 작품 한 점당 가격이 50만원이라는 검찰의 말에 "나도 한 언론의 보도를 보고 알게 된 것"이라고 직접적인 작품 판매 가격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업 화가가 아니라 아트테이너이기에 그림 가격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는 견해는 드러냈다.
조영남은 "보통의 미술은 명성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면서 "이는 그림 뿐 아니라 가수도 마찬가지다. 제 명성이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영남 "A 씨가 100프로 그렸어도 내가 사인하면 내 작품"
이날 공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조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였다. 검사 측은 "한 작업실에서 관리 감독하지 않고, 전화나 SNS 메신저로 도록의 그림을 찍어 그리라고 하고, 거의 다 그렸는데 이걸 조수라 할 수 있냐"는 입장이었고, 조영남은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건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아이디어, 기획이냐다"고 맞섰다.
특히 조영남은 "100% A 씨가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에 제가 사인만 해도 제 작품이 되는 것"이라면서 "누가 그린 건 의미가 없다. 또 기소된 작품의 경우 파이널 터치는 제가 했다"고 주장했다.
조영남의 매니저 장 씨는 "A 씨가 그림을 그리면 몇 개월씩 다시 작업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면서 조영남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조영남 "조수 사용 관행 고소, 어이가 없더라"
조영남은 위작 논란에 휘말린 후 "조수를 쓰는 것은 미술계에서 일반적인 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한국미술협회 등 11개 미술인 단체는 조영남의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명예훼손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검찰이 묻자, 조영남은 "어이가 없었다"면서 입을 열었다. 조영남은 "외국의 경우 앤디 워홀 등에 대해 얘기하다가 조수를 공장을 차리듯 해서 여러명 두고, 그게 관행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국내 작가를 예를 든 적이 없는데, 그게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답답했다"고 말했다.
매니저 장 모씨 "용돈 받던 조수들, 상당히 많다"
조영남의 그림을 그려줬던 A 씨와 그의 조수 B 씨에 대해 검찰은 "대작 작가"로 봤고, 조영남은 "조수"라고 주장했다. 또 조영남의 매니저 장 씨는 "조영남의 그림 작업을 도왔던 작가들은 A 씨와 B 씨 외에도 많다"고 말했다.
장 씨는 "선생님은 원래 조수들을 집으로 불러 작업을 진행했었고, 용돈을 주는 개념으로 함께 작업했던 조수는 상당히 많다"면서 "A 씨와 선생님의 작업실이 멀었던 거지 선생님이 조수를 다 멀리에 두고 한 건 아니다. 그걸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영남 측 법률대리인 "이현세 만화, 김대중 노무현 등 유명인 자서전 대필 작가 있어도 고지 안해"
조영남의 법률대리인은 검찰 측이 제기한 기망과 고지의 의무에 대해 적극 항변했다. 조수의 존재를 숨기지도 않았고, 조수를 굳이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이게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이 법률대리인은 "알아본 결과 이현세 같은 만화가의 경우 조수들이 만화를 100% 그려도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유명인의 자서전도 대필작가가 다 쓰지만, 그것이 대필이라고 고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라는 건 법률적 착오"라고 지적했다.
장 씨측 법률대리인 "이번 사건, 공권력이 정당한 미술 창작행위 규정하려 한 것"
장 씨 측 법률대리인은 검찰의 공소 내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법률대리인은 "이번 사건은 공권력이 정당한 미술 창작 행위 규명을 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의 논리는 전근대적이고,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조수등록제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예술적 미학적 논쟁의 사안이지 예술의 자유를 국가 형벌권으로 통제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