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건축탐구 집'에서는 내장산 자락 아래, 큰 창과 눈에 띄는 온실까지 은퇴를 앞둔 부부의 숨 쉬는 ‘허파’를 품은 집을 소개한다.
◆도예가 부부의 지푸라기 흙집
벚나무 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새하얀 흙집. 가까이 다가가면 투박하면서도 울퉁불퉁한 질감과 둥글게 마감된 모서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긴 매끈한 콘크리트와는 다른, 손으로 빚은 듯한 표면이 살아 있는 집이다.
도자기를 빚으며 살아가는 함윤정, 김윤재 씨 부부는 전에 살던 콘크리트 주택에서 습기와 결로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날씨가 습해지면 집도 함께 눅눅해져 늦둥이 아들이 피부질환과 비염으로 나날이 고생하였다. 여느 여름, 손이 닿지 않았던 공간에 끔찍하게 피어 있는 곰팡이를 발견하면서 이들은 건강한 집이 곧 건강한 삶이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도자기를 빚는 이들은 흙이라는 소재가 익숙했고, 자연 재료를 찾던 중 지푸라기로 집을 짓는 스트로베일 공법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직접 시공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훗날 집을 허물게 되더라도 또 다른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 집을 짓고 싶었기에 버려진 나대지에서 비닐 쓰레기 100자루를 걷어내는 일부터 집짓기는 시작됐다.
스트로베일 흙집인 이 집은 나무 구조 사이에 1년간 말린 지푸라기를 빼곡히 채우고, 황토와 석회로 마감했다. 압축한 지푸라기는 수많은 공기층을 형성해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 여름철에는 습기를 머금고 겨울철에는 습기를 내뿜어 벽이 습도를 조절해 쾌적함을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짚단에 황토와 석회로 마감했는데, 특히 석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며 자연 코팅 역할을 해 방습 기능을 더한다. 또한 기초를 다질 때 벽 아래에 파쇄석을 깔아 지면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고, 혹시 젖더라도 밑에서 바람이 통해 스스로 마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도자기를 구울 때 나오는 가마의 열을 활용해서 집 전체는 마치 큰 아궁이처럼 열이 순환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1층은 도자기 공방, 2층은 주거 공간. 집 안에서 삶과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방 한쪽에는 작품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고, 다락은 아이의 아지트가 되었다. 자연과 소통하며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는 집과 환경은 이들 부부의 작업 완성도를 높이고 아이를 더욱 건강하게 해주었다. 집에 난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가족의 보금자리를 더욱 따스하게 해준다. 집과 함께 살아가는 부부는 가구들도 직접 제작을 했다. 도자기와 건축, 그리고 목공까지 섭렵한 이들 부부는 건축 과정의 도면과 사진을 모두 기록해두고,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손볼 수 있도록 관리한다. 조금 번거롭지만 집이란 스스로 가꾸는 것이고 그것이 건강한 집이라고 믿는다.

내장산의 기운을 받은 산자락 아래 어느 마을. 박공지붕 위로 튀어나온 네모반듯한 큰 창과 삼면이 유리로 된 온실공간이 눈에 띄는 집이 있다.
황미경, 서정환 씨 부부는 30평대 아파트에서 살며 겨울마다 40만 원이 넘는 난방비를 감당해야 했다. 결로와 환기 문제도 반복됐다. 은퇴 후 집을 짓기로 결심하면서 부부는 친환경주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오래된 친구에게 건축을 맡기기로 했는데 패시브 하우스처럼 실내외를 단절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햇빛과 공기의 흐름을 활용하는 방식의 친환경주택을 제안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이 전 집과 비교하면 면적은 두 배 이상 넓어졌지만, 난방비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반영한 결과였다.
집의 핵심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집은 '집의 허파'라 부르는 전실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전실은 2층의 거대한 뻐꾸기창과 연결되어 있다. 큰 창으로 받아들인 햇빛은 공기를 데우고 대류를 유도한다. 천장의 배기구로 더운 공기가 배출되면 신선한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며 집이 숨을 쉬는 이른바 굴뚝 효과다. 집을 지을 때 사용했던 두툼한 단열재는 열이 거의 전달되지 않고 밀도가 높아 화재 예방에도 탁월하다. 기초를 다질 때 사용했던 방습 필름은 고강도라 집의 수명동안 찢어지지 않는다. 또한, 벽면 전체를 마감한 규조토는 집에 밸 수 있는 냄새들을 완화시켜 쾌적함을 유지한다. 이렇듯 각각의 구조들은 제 역할들을 하며 사계절을 맞는다. 창의 배치 또한 채광과 환기를 동시에 고려해 설계됐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집 안에 또 다른 집이 들어선 듯한 독특한 구조다. 계단을 오르면 빛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지고, 내부로 들어서면 공기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진다.
온실은 부부의 일상에 새로운 활기를 더했다. 폴딩 도어를 두어 온도에 맞게 열고 닫기 쉬운 구조로 넓찍하게 자리했다. 이 곳이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아내는 식물을 가꾸고, 햇빛을 따라 자리를 옮기며 하루를 보낸다. 언젠가 이곳에서 스마트 팜도 시작해서 사계절 자급자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집에서 부부는 은퇴 이후의 삶을 하나씩, 그리고 천천히 함께 그려가고 있다. "아파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우리 집'이라는 감각이 생겼다"는 남편의 말처럼,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장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