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이냐, ‘사이다’냐.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이 주말극의 한계에 도전한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골든마우스홀에서는 새 수목드라마 ‘도둑놈 도둑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오경훈PD를 비롯해 배우 지현우, 서현, 김지훈, 임주은이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도둑놈 도둑님’은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낮에는 심부름센터 사장, 밤에는 도둑으로 변신하는 장돌목 역에는 배우 지현우가 발탁됐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관 강소주 역은 서현이 맡았다. 김지훈과 임주은은 각각 ‘흙수저’ 검사 한준희, ‘금수저’ 변호사 윤화영으로 분한다.
이날 오경훈PD는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그는 “제도권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광장에서 모여 털어놓는 특수한 경험을 했다”면서 “연출자로서 ‘어떤 작품을 해야 사회와 소통·호흡을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마냥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현실을 고스란히 옮기기 보다는 부패한 세력에 도둑질로서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아 통쾌함을 전하겠단다. 지현우는 “그동안 ‘송곳’, ‘원티드’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을 했을 때에는 이야기가 무겁고 답답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도둑놈 도둑님’은 답답한 현실에 후련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만큼 보다 넓은 시청층의 공감을 얻겠다는 포부다. 김지훈은 “폭발적인 시청률이 나오지 않더라도, 가족들끼리 모여서 함께 볼 수 있고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주말극에 막장 요소가 더해지면서 어머님들만 보는 드라마로 갈린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그걸 뛰어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막장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를 적절하게 섞어내 흥미를 더하겠단다. 오경훈PD는 “막장 요소를 넣지 않고는 주 시청층을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촘촘하게,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면, 약간 무리한 설정, 혹은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설정을 해도 양해해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서현은 작품에 신선함을 더한다. 그는 “출연한 작품 수가 많지 않으니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데뷔 10년이 됐는데 이제야 비로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할 테니 재밌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현실 문제를 꼬집되 무거우면 안 되고,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면서도 막장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도둑놈 도둑님’은 주말드라마가 지닌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온 가족이 모여 보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오는 1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