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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10주년①] ‘라스’가 열어젖힌 ‘B급 예능’의 시대

▲(왼쪽부터) 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사진=MBC)
▲(왼쪽부터) 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사진=MBC)
“김연아 씨와 전화 연결이 어려우면 아사다 마오는 어떻게 안 될까?”(김구라) “안도 미키마우스는 어떻습니까. 아… 안도가 되네요. 아니면 아사다 그러지 마오는 어떻습니까. 제 차 번호판이 마5에 아사아사”(신정환)

지난 2010년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 가수 비 특집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된다. 게스트로 출연한 비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거나 파격적인 개인기를 선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레전드’로 칭송받는 위의 장면에서 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건 MC 김구라와 신정환의 조합이다. 시시껄렁한 말장난을 쉼 없이 던져대는 신정환, 질색하는 김구라. 사석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 지상파 프로그램을 통해 그려진다는 건 분명 신선했다.

‘라디오스타’는 B급 정서 예능의 시초 격으로 꼽히는 프로그램이다. 중심에는 MC들이 있다. 직설적인 화법의 김구라를 필두로 말장난에 능한 윤종신, 개인사를 근거로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하는 김국진, 순발력이 뛰어난 신정환, 해맑게 독설하는 규현 등 전현직 MC 대부분 뚜렷한 캐릭터를 지녔다.

▲(왼쪽부터)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사진=MBC)
▲(왼쪽부터)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사진=MBC)

전통적인 토크쇼들이 MC의 질문과 게스트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라디오스타’의 이 같은 성격은 매우 독특하다. MC들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저 없이 의견을 피력한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토크의 흐름을 MC진 쪽으로 끌어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MC들의 말은 거침없고 때로 과격하다. 덕분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라디오스타’에서는 쉽게 쏟아진다.

MC진의 역량에 힘입어 ‘라디오스타’는 매 회 큰 기복 없이 ‘중박’ 이상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MC들의 캐릭터는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고, 진행 흐름이나 방식은 게스트가 아닌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춰졌다. 과거 ‘B급 정서’로 마니아 팬덤을 만들었던 Mnet ‘비틀즈코드’나 최근 ‘B급 예능’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JTBC ‘아는 형님’은 MC들의 과격한 캐릭터가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라디오스타’와 맥을 같이 한다. 요컨대 ‘라디오스타’가 방송가에 새로운 주류를 만들어낸 셈이다.

과거 ‘라디오스타’는 ‘황금어장’ 내 또 다른 코너 ‘무릎팍도사’의 인기에 밀려 고정적인 방송 분량을 보장 받지 못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이라는 클로징 멘트는 당시 MC들이 겪었던 고용 불안(?)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전통적인 진행 방식에 가까웠던 ‘무릎팍도사’는 지난 2013년 시청률 부진으로 종영하고 셋방 신세였던 ‘라디오스타’가 MBC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주자 격으로 승격했다.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신시대 개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새롭게 열린 B급 예능의 시대, 그 앞에 ‘라디오스타’가 있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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