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JB와 진영은 갓세븐과 JJ프로젝트에 동시에 몸담고 있다. 팀 내에서 비주얼 멤버로 통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음반 하나를 완성시킬 수 있을 만큼 음악적인 기반도 탄탄하다. JJ프로젝트가 지난달 내놓은 새 음반 ‘벌스 투(Verse 2)’는 수록곡 전곡이 두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음반 작업을 할 때만큼은 각자의 성향차도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발전시키는 힘이 되어준다.
“JB 형은 쉬지 않고 소스를 떠올려요. 저는 작업을 하다가 막히면 계속 고민을 하는 편인데 형은 멜로디 라인도 계속 바뀌고 새로운 가사도 계속 나와요. 그게 참 멋지고 부럽습니다. 닮고 싶어요.”(진영)
“저는 진영이의 진중하고 차분한 면을 닮고 싶어요. 그리고 가사를 쓸 때 저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편인데 진영이는 추상적인 표현이나 비유를 많이 써요. 덕분에 저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JB)
‘벌스 투’의 타이틀곡 ‘내일 오늘’은 그동안 내놓은 어떤 노래들보다 두 사람의 호흡을 중요하게 요구한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일체화되는 안무 때문이다. “‘내일 오늘’의 퍼포먼스에는 거울을 보듯 서로를 바라보며 추는 춤이 많아요. 최대한 서로를 보완하면서 합을 완전히 맞춰야 해요.”(JB)
하지만 무대 바깥에서는 영락없는 소년이다. 작은 일로 싸우고 금방 화해한다. 잠깐 동안 말다툼이 있다가도 금세 팔짱을 끼고 들어와 “‘애기’처럼 싸운다”는 얘기를 듣는단다. “가장 최근에 싸운 일이요? 돗자리를 가로로 펴야 하는지 세로로 펴야 하는지를 놓고 싸웠어요. 하하하.”
서로가 서로에게서 얻는 응원과 위로도 대단하지만 갓세븐 멤버들의 지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갓세븐은 JJ프로젝트의 ‘왕 팬’이다. JB는 “(멤버들이) 프로듀서인 줄 알았다”면서 “그만큼 우리 음반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응원은 책임감으로, 다시 동력으로 치환됐다. “마크 형이 ‘너희가 열심히 해야 우리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분 좋은 부담을 갖고 음반을 준비했어요.”(JB)
엄격하게 따지자면 JJ프로젝트를 갓세븐과 별개의 그룹으로 볼 수도 있다. JJ프로젝트가 데뷔한 것은 지난 2012년으로 갓세븐보다 2년 앞선다. JJ프로젝트가 팀 내부에서 결성된 유닛 그룹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진영과 JB는 갓세븐과 JJ프로젝트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어요. 갓세븐이 데뷔한지 3년 밖에 안 됐는데 JJ프로젝트가 나와도 될까? 그런데 회사 식구 분들이 JJ프로젝트를 통해서 갓세븐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갓세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음반을 만들려고 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걸, JJ프로젝트를 통해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진영)
‘벌스 투’는 ‘청춘’을 테마로 멤버들이 경험하고 있는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불안을 음반 전반에 녹여낸 음반이다. “우리가 가진 색깔 중에 하나를 더 보여드린 것 같아요. 이제 활동을 시작하니 앞으로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JB)
전작 ‘바운스(BOUNCE)’를 생각한다면 일견 낯선 분위기다. ‘바운스’에서 “내 음악에 맞춰서 다 미쳐”보라던 JJ프로젝트는 ‘벌스 투’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방황을 그려낸다. 지난 5년의 시간이 투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생각해도 JJ프로젝트는 ‘바운스’ 때 보여준 밝고 에너제틱한 이미지가 컸어요. 하지만 ‘바운스’를 발표한 뒤로 5년이 지났잖아요. 그동안 우리가 느끼고 고민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했어요.” (진영)
“지금은 그 때만큼의 재기발랄함을 꺼내기 어렵겠더라고요. 우리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는 게 팬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느꼈어요.” (JB)
JB는 5년 동안 성장통을 겪었다고 말한다. “가수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정확한 다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JB) 진영은 자신이 겪은 성장통이 비단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두 사람에게서 시작된 이야기가 만인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누구나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봐요. 누구나 선택은 하고 방황을 할 수 있으니까.”(진영)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음반 전체를 듣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고민을 담았지만 그것이 우리만의 고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 혹은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노래가 되길 바라요”(JB)
데뷔만을 갈망하던 연습생 시절의 고민은 차라리 단순했다. “그 땐 마냥 노래 잘하고 싶고 춤 잘 추고 싶고 내 음반 내고 싶은 것뿐이었어요.” JB는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JJ프로젝트로, 또 갓세븐으로 활동하면서 고민의 크기와 방향과 무게가 모두 달라졌다.
“갓세븐이 지난 음반을 마지막으로 ‘플라이(FLY)’ 연작을 마쳤어요. 시리즈를 진행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또 다른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결과가 좋으면 물론 좋겠죠. 하지만 지금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한 번 더 성장하기 위한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진영)
“5년 동안의 고민이 연습생 시절 때의 고민보다 더 컸던 것 같아요. 연습생 때는 마냥 데뷔만을 바랐지만, 지금은 갓세븐이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하고 내가 우리 팀을 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른으로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요.”(JB)
고민에 대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초조해 하지는 않는다. JB는 “내 마음이 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든 적 있다”고 귀띔했다.
일련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음반이 주는 무게는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JB는 “어릴 땐 멋모르고 마냥 즐겁게 컴백을 준비했다면 지금은 음반이 우리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부담감 혹은 책임감이 늘었지만 그만큼 애정도 늘었단다. 진영 역시 “과거에는 무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음악, 퍼포먼스, 의상 등 여러 가지를 우리가 직접 설계하면서 성장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력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예전 음반을 들어보면 늘 부족해 보여요. ‘내가 아직 이 정도구나. 더 좋은 음악 만들어야지’ 생각하면서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동안 주어진 것을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만들어야 하니까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고요.”(진영)
수록곡 ‘이카루스’는 JB가 가장 아끼는 노래다. 꿈을 향해 달리는 청춘의 표상을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모습에 빗대 표현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자신의 꿈 ‘태양’에 다가간 사내다. 그가 태양 앞에서 맞이한 것은 죽음이었지만 그것이 평생의 꿈을 이룬 대가라면 퍽 괜찮은 거래 아닌가. JJ프로젝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될 때 청춘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JYP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냥 춤이 너무 좋았어요. 미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춤만 췄어요. 연습생이 된 이후에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노래만 불렀고 지금은 노래를 쓰는 일에 열정을 태우고 있어요. 자신이 품은 열정의 열기가 청춘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지 않을까요?”(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