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방송되는 KBS1 '시사직격'은 미국 6개 도시에 직접 가 현지 상황을 취재하고, 시민들에게 한 흑인의 죽음이 미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려 사망했다. 이후 그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고,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를 중심으로 거센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 미전역을 뒤덮었다.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던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은 거리로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되었다.
일부 시위는 약탈과 방화, 폭력으로 이어졌는데. 이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곤봉과 최루액, 물대포까지 동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도’를 더욱 강경하게 제압할 것을 주문했고, 주요 도시에 주 방위군이 투입했다. 정치권 내에서는 트럼프의 대응 방식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지난 보름 간, 미국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현재 시위는 점차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다시 격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거리에는 그를 추모하는 꽃다발이 쌓였다. 벽면 곳곳에 그의 초상화가 그려지고, ‘조지 플로이드’라는 이름이 커다랗게 새겨졌다. 그 앞으로 사람이 모여든다. 한 손에 피켓을 들고, 또 다른 손은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친다. 다소 평화로운 분위기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위대와 경찰 사이 긴장감이 흐른다. 깨진 유리창, 불 탄 경찰서, 폐허가 된 가게 등 지난 소요의 흔적이 선연하다. 다른 도시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50개 주 650여 곳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추모 행사와 집회를 가진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일까.

‘조지 플로이드’는 늘 존재했다. 미국 내에서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그로 인한 사망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흑인 남성 에릭 가너(43)는 경찰의 목 누르기로 질식사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판박이 사건이다. 그 해 흑인 소년 타미 라이스(12)는 비비탄 총을 가지고 놀다, 경찰의 두 차례 총격으로 사망했다. 로드니 킹, 오스카 그랜트, 마이클 브라운 등 셀 수 없이 많은 흑인이 쓰러져갔다. 그때마다 방화와 약탈을 동반한 소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는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가해 경찰은 제대로 처벌 받지 않고, 흑인은 여전히 죽어 간다. 실제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기소율은 1.32%, 처벌률은 0.32%에 불과하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대응 했다. 시위대를 ‘폭도’라 비난했고 '약탈에는 총격으로 맞서겠다'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스스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시위 진압을 위해 연방군 투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 사회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가 국민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며, 재선을 위해 백인 지지층 결집만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흑인 사망 사건까지 두 번의 직격탄을 맞은 트럼프 리더십. 트럼프의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지 보름 후인 지난 9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유족들과 시민, 정치인, 인권운동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추모객들은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는 과연, 뿌리 깊은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그리하여 ‘숨 쉬고 싶다’던 조지 플로이드의 외침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