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방송된 MBN '소나무'에서는 구루병을 앓고 있는 남매와 그를 돌보는 할머니, 그리고 타지에서 갈비뼈 골절 부상에도 남매의 수술비를 벌기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골 남매의 조금 특별한 외출
시골 마을의 낡은 집에서 보조기구에 의지해 걸어 나오는 재훈이가 시선을 끕니다. 그런데 재훈이의 다리 모양이 어딘가 어색한 것 같은데요. 바로 엄마에게 대물림된 구루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차례의 수술을 견뎠지만, 아직도 다리에 힘이 없고 휘어있는 상태도 심한 재훈이. 더욱이 선천적으로 왼쪽 뇌가 없이 태어나 중증 뇌병변까지 앓고 있어 감정 조절 또한 쉽지 않습니다.
재훈이의 누나인 현아라도 다리가 성하면 좋으련만, 현아 역시 유전병인 구루병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리가 아픈 두 손주를 오롯이 혼자 돌보는 할머니 숙희(76) 씨는 무릎에 통증이 심한 탓에 집안에서는 엉덩이를 끌며 기어 다니는데요. 하루가 갈수록 손주들을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치지만,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챙기는 숙희 씨입니다.
◆“아빠로서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 많이 미안하죠...”
현아와 재훈이의 아빠인 종만(54) 씨는 아이들의 엄마와 이혼 후, 고향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만 씨의 몸 상태 역시 온전치 않은데요. 얼마 전, 높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갈비뼈 골절을 당한 종만 씨는 계속해서 통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뼈가 다 붙을 때까지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도 쉴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몇 번이 남았는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수술비 마련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변한 집도 구하지 못해 사무실 한 켠에서 쪽잠을 청하는 종만 씨지만, 그에게는 본인이 힘든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종만 씨가 마음이 쓰이는 다른 한 사람은 바로 어머니인데요. 날이 갈수록 한 걸음 내딛는 것도 힘들어하는 어머니께, 아픈 아이들을 맡긴 게 죄스럽기만 합니다.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은 종만 씨의 바람이 오늘따라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재훈이는 더 가슴 시린 존재죠...”
엄마로부터 유전된 구루병을 앓고 있는 현아는 여러 차례의 수술을 버텨냈고, 재훈이 보다는 뼈가 단단한 편입니다. 덕분에 보행보조기가 아닌, 목발을 짚고 스스로 걸을 수 있는데요. 할머니와 아빠는 이런 현아가 대견합니다. 이렇듯 현아를 보면 기특함과 짠함이 다 같이 밀려오는 반면에, 둘째 재훈이를 보면 가슴이 더 시린데요. 재훈이는 누나보다 뼈가 약해 아직 스스로 걷기가 힘들뿐더러, 선천적으로 왼쪽 뇌가 없이 태어나 중증 뇌병변까지 같이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왼손에는 힘이 없어 숟가락을 쥐어도 떨어뜨리기 일쑤고, 또래 친구들보다 인지발달이 느립니다.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지만, 아직도 할머니의 도움 없이는 목욕은커녕 양치질조차 힘든 재훈이. 더욱이 감정 조절까지 어려워서 좋을 때는 한 없이 신나 보이지만, 한 번 심술이 나면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보이곤 합니다. 조금이나마 상태가 호전되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내 몸은 고장 나도 괜찮아요...”
할머니는 6년 전 척추가 내려앉은 이후로 집안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 역시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요. 더욱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보니 골다공증까지 할머니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할머니는 재훈이를 씻기고, 손주들 밥을 챙겨주며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아이들의 아빠인 종만 씨가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 여러 번 제안을 했지만, 본인을 위해 병원비를 쓸 수 없다는 할머니의 완강한 의지 탓에 정밀 검사는 받을 수 없었습니다. 계속 수술이 필요한 손주들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할머니는, 오늘도 진통제로 고통을 참아 보는데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느끼는 재훈이와 현아는 조금이나마 할머니를 도와드리겠다며 집안일을 거들곤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멀리 있어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느끼는 네 식구.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