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방송되는 KBS1'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고난과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을 이어온 곳 대구를 찾아가 그들을 향해 기운찬 응원을 보낸다.

대구 토박이 농사꾼 여환욱 씨는 자두와 복숭아를 가꾸고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이 먹는 과일이라는 생각에서 소비자의 마음으로 과수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앳된 얼굴의 청년 농부 여웅기 씨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시작한 베테랑 농부다. 여름은 달콤함을 머금은 자두와 복숭아의 계절이다. 붉게 물든 자두 수확에 부자(父子)는 물론 온 가족이 나선다. 어머니부터 큰 사위까지 과수원에 모여 자두를 수확하는데, 자두가 소복이 쌓인 과일 바구니는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여름을 맞아 멀리서 찾아온 둘째 딸 식구들. 딸과 어머니는 켜켜이 쌓였던 그리움을 풀어놓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농가의 한 상을 만나본다.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건강식품 연근. 습지가 발달한 대구 동구 반야월(半夜月) 지역에서는 현재 전국 연근의 약 35%를 생산하고 있다. 진흙 속 보물 같은 연근을 캐며 대구 연근의 명맥을 이어가는 30년 차 농부 변우기 씨. 3대째 연근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장맛비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연근 수확에 나선다. 수확 시기가 길어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임해야 하는 연근 농사, 마을 주민들도 농사일을 도우며 이곳의 연근을 널리 알리고 있다. 연근은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수질 정화 능력이 있고, 면역력을 기르는 데도 좋단다. 연근을 캐는 날이면 볼 수 있다는 연잎 따기 풍경까지! 연근 하나로 뭉친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깃든 들밥 한 상을 만난다.


선선한 저녁 시간이 오면 칠성 야시장의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는 대구 신천 둔치에 자리한 이 야시장은 청년 상인들이 모여 2019년 11월 개장한 먹거리 장터. 야시장이 영업을 시작하고 약 4개월 만에 확산한 코로나19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 청년 상인들은 한동안 휴장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이 바라본 것은 어두운 절망이 아닌 빛나는 아이디어였다.

뜨거운 불길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김치 삼겹살 말이, 대구의 명물인 오징어초무침과 납작만두는 칠성 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간편하게 먹는 새우 꼬치구이 또한 눈길을 끄는 인기 메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해 초부터 어느 곳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대구광역시. 고향인 대구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최현태 씨는 22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자녀들을 홀로 키운 단단한 어머니이자 시민이다. 외출하기가 조심스러운 요즘, 최현태 씨의 일과 중 하나는 옥상 텃밭 나들이. 직접 가꾼 채소를 활용해 요리를 즐기고는 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둘째 딸 손지현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길어진 휴가를 어머니 곁에서 보내고 있는데, 언니 손지민 씨 가족이 오랜만에 찾아온단다. 오늘은 생후 6개월 쌍둥이 손주들이 외갓집에 처음 방문하는 날이다. 힘든 시기에 첫 아이를 낳은 큰딸을 위해 어머니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 밥상을 차린다. 현태 씨 가족이 모여앉아 함께하는 따뜻한 순간을 만난다.

전복, 홍합, 꽃게, 문어, 낙지, 가리비 조개 등 해산물을 듬뿍 넣고 갖은양념을 더해 걸쭉하게 찐 해물찜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잘 다듬은 전복과 찹쌀을 넣고 지은 밥까지, 여름의 안녕(安寧)을 책임질 든든한 한 상이 여기 있다. 온 가족이 잠시 쉬어가는 지금, 함께해서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