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방송되는 EBS1 '바닷가 사람들'에서는 바다에서 오늘도 살아가는 갈치잡이 어부들의 삶과 철학을 만나본다.
목포항에서는 한 달에 두 번 갈치잡이 어선이 선왕신에게 술을 바치는 제향을 치르며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0년 동안 배를 탄 박서아 선장(48)은 8명의 선원들과 함께 조류를 쫓아 갈치를 잡는다. 그에게 바다는 운명이다. 처음 배에 올랐던 어린 시절 낯설게 느껴졌던 바다는 20대에는 치열함으로, 30대에는 삶 그 자체로 기억된다. 바다의 품에서 성장하고 인생을 배우며 50의 나이를 바라보게 된 그에게, 바다는 기회의 터전이자 숙명과도 같다.

어선의 규모가 72톤으로 커지고 장비도 현대화된 지금도 조류로 그물을 펼치고 갈치를 유인하는 것은 옛날 방식 그대로이다. 선장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조류를 예측해 그물을 내리고 올린다. 조류는 하루에 4번 방향과 속도를 바뀌는데, 투망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그물이 물속에서 얽히거나 스크류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다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가 중요한 이유이다.

박서아 선장의 배에는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외국인 선원들과 멘토인 김종갑 갑판장(62)이 늘 함께 한다. 과묵한 김종갑 갑판장은 선장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조업을 돕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선원들에게 모범을 보인다. 대충 일하며 남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열심히 사는 게 훨씬 쉽다는 예순의 어부. 멀리서 온 외국인 선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우리 젊은이들에게 바다가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부들이 잡아올리는 갈치는 목포의 풍경과 식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목포에는 전라도 한정식보다 몇 천원짜리 ‘남도백반’을 더 많이 찾는다. 육류와 어류, 나물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는 남도백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젓갈, 특히 갈치속젓이다. 갈치의 내장을 갈아, 갖은 양념과 함께 무친 갈치속젓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젓갈 중 하나이다. 갈치속젓은 고기나 쌈을 먹을 때 쌈장 대신 곁들여 먹을 정도로 감칠맛이 특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