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음식문화의 원형을 찾아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으로 향한다.

안동호는 1971년에 착공하여 1976년에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겸용 발전소인 안동댐으로 말미암아 형성된 호수. 이 호수에는 그 옛날 안동에서 어뱅이라 일컬었던 어부들이 20여 명 정도 있는데, 특이하게도 어부들 가운데는 30년 경력의 여선장님도 계시다. 남편과 함께 이 일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아들이 물려받아 겨울에는 빙어를 이맘때는 붕어, 잉어, 메기 등을 잡아 생계를 이어왔다는 황정숙(58)씨와 아들 김현(32)씨! 지금은 어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면, 내 음식점도 하나 차려보고 싶다며 솜씨 자랑을 하는 황정숙씨의 안동호 밥상을 만나본다.


1970대 안동에는 중화학공업시대 영남 지역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 안동댐이 생겼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안동댐은 멈출 수 없는 대세였겠으나, 수몰 지역에 살던 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다. 안동댐과 함께 실향민이 된 예안면 서부리 사람들! 지금도 그들은 고향이 보이는 언덕배기에 집을 짓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다행히, 최근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 사업 덕분에 예끼마을이라 마을 이름도 새로 짓고, 수몰 당시 상황을 그린 연극을 상연하는 등 수몰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끼마을 사람들의 지난날의 애환을 들어보고, 당시의 추억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맹개마을은 육지 속의 섬이나 마찬가지였던 외딴 마을. 물돌이 마을 가운데 하나로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고 있어서 걸어서 장을 보러 가려면 반나절이 꼬박 걸리고, 강을 건너자니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어 고립무원이나 다름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사람이 들기보다 떠나기 바빴던 마을이다. 그런데, 요즘 이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맹개마을에 들어서면 끝도 없이 펼쳐진 3만여 평 밀밭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4년 전, 맹개마을이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이라고 여겨 이곳에 뿌리를 내린 박성호(52), 김선영(49)부부의 작품이다. 밀이 익어갈 때면, 밀고기라 불리는 점몰개도 요긴한 먹을거리가 된다. 들에는 뽕잎, 아카시아, 엉겅퀴, 단풍잎 등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도 지천이다. 지금은 낙동강 상류 얕은 물을 건너기에 용이한 트랙터가 이동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사람이 오가기에도 불편함이 사라졌다. 사람이 찾아드는 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맹개마을의 자연이 내어준 밥상을 맛본다.
10여 년 전만 해도 낙동강 물이 불어나면, 맹개마을은 사실상 고립무원이었다. 제사용으로 쓸 떡도 구하기 어려워 사방에 흔했던 메밀과 콩을 빚어 떡을 굽는 방식으로 만들었고, 그 모양이 쌀가마니 모양이라 가마니떡이라 불렀다. 병아리콩으로 가마니떡 소를 만들어, 쌀가마니 모양의 떡을 빚어본다. 된장하고 쌀밥을 으깨어 떡밥을 만드는 전통방식의 고기잡이도 선보인다. 이맘때 주로 잡히는 점몰개는 뼈가 연해서 통째로 튀기거나 구워서 조림을 하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단풍잎과 아카시아, 엉겅퀴를 튀겨서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밥상을 차려본다. 공간적인 제한 속에서도 주변의 흔한 것을 그러모아 밥상을 차려낸 맹개마을 사람들의 지혜로운 밥상을 만난다.

흔히 안동을 떠올리면, 전통만을 고수하는 도시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안동의 음식문화를 들여다보면 안동만의 재치도 엿보인다. 여럿이 나누어 먹기 위해 당면을 넣기 시작했다는 찜닭에 대한 이야기과 찜닭의 원형인 수증계부터 제삿밥이 맛이 있어서 가짜로 제사를 지내 먹었다는 헛제삿밥까지 밥상 위에 흘러넘치는 안동만의 재치를 맛본다.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있는 최미경(53), 구미영(53), 이영애(56)씨와 함께 수증계와 헛제삿밥을 만들어본다. 수증계는 조선 시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기록이 남아있는데, 당면 대신에 부추, 쪽파, 지단 등으로 모양을 낸 것이 맛도 좋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다. 귀하다는 문어, 상어, 소고기 산적과 삼색나물, 탕국 등으로 반찬 가짓수를 줄여서 차렸다는 헛제삿밥도 차려본다. 특히, 소고기 산적은 굽는 것이 아니라, 탕국에 핏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익혀서 올렸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옛 조리법에 따라 음식을 만들면서 종갓집에서 자란 세 분의 종갓집 이야기도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