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대한민국 대부분 남자들은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국방의 의무를 한다. 최소 18개월이란 시간은 개인의 '어떤 것'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신체적인 몸의 변화일 수도 있고, 습관이나 생활 방식과 같은 행동의 변화일 수도 있다.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이원근은 2019년 의무경찰에 입대하기 전까지, 약 8년 동안 20편 이상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다작 배우다.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얼굴을 보여준 덕분에 그는 군에 입대하기 직전까지 '주목할 만한 라이징 스타' 중 하나로 항상 꼽혔다. 그런데 이는 이원근이라는 배우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아직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게 할 만한 '대표작'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랬던 그가 '군 공백기' 이후 운명과 같은 변화를 맞이했다. SBS '원 더 우먼(One the woman)'은 대중에게 이원근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드라마다. 그를 알던 팬들은 드라마 속 이원근의 성장을 반겼다. 또 이원근을 모르던 팬들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오가는 양면적인 매력을 모두 지닌 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최근 비즈엔터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원근은 "전역 후 '원 더 우먼'이라는 작품을 만나고,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시국에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촬영했다. 마음속에 크게 남아있을 작품"이라고 말했다. 데뷔 10년 차, '원 더 우먼'이라는 대표작을 만난 이원근은 '주목할 만한 배우'에서 지금 당장 기억해야 할 '원 더 액터(One the Actor)'가 됐다.
◆ 이하 이원근과의 일문일답
Q. 제대 후 약 2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이원근 : 드라마는 4년 만에 찍었다. 첫 촬영에선 공간도 낯설고, 오랜만의 카메라라 그런지 무섭기도 했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먼저 다가가 인사도 했다. 점차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지니 현장이 즐거워졌다.
Q. 1회 시청률 8.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17.8%로 종영했다.
이원근: 우울하고 힘든 시기에 '원 더 우먼'의 유쾌함과 통쾌함을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다. 속 시원한 대사들이 인기에 한몫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시청자로서 즐겁게 시청했고, 배우로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Q. 조연주(이하늬)를 짝사랑하는 안유준(이원근)에게도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원근 : 처음에는 안유준을 단순히 조연주를 응원하고, 서포트한다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멜로 라인이 없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조연주를 짝사랑하는 것이 추가됐다. 감정선에 고민이 많았다.
짝사랑 설정이 유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만든 것 같다. 시청자들께서 좋게 해석해주시던데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유준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닿아 감사하고 행복했다.
Q. 실제로 짝사랑 경험이 있는지?
이원근 : 나도 많이 해봤다. (웃음) 안유준처럼 용기 있게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열 발 뒤에서 관심 없는 척 은근슬쩍 보고 용기없이 행동했다. 안유준은 9~10년 짝사랑을 했는데, 그 정도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텐데 난 지레 겁먹는 스타일이다.
Q. 주로 이하늬와 호흡을 맞췄다.
이원근 : 하늬 누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바쁘고 피곤한 스케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분이다. 정말 좋은 에너지가 가득한 선배다. 작품 안팎으로 활약이 대단했다.
Q. 이하늬를 보면서 코미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생겼을 것 같은데?
이원근 : 배우로서 하늬 누나는 정말 대단하다. 나 역시 하늬 누나의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보며 많이 웃었다. 앞으로 나도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망가짐에 관한 두려움은 없다.
Q. 군 복무가 이원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이원근 : 군 생활은 배우로서 좀 더 성숙해지고 겸손해지는 시간이 됐다. 내가 엄청 훌륭한 배우도 아니고, 어느 정도에 올라온 배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허투루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Q. '원 더 우먼' 마지막 회에 조연주가 안유준에게 '인생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원근 인생의 선물은 누구인가?
이원근 : 가족들이다. 부모님에게 좋은 것을 드릴 수 있는 아들이 되는 게 목표다. 항상 좋은 기운을 주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가 희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그런 마음을 잃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가족을 위해 일하고, 나아가 가족들처럼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항상 성실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연기에 접근하고 있다.
Q. 데뷔 10년 차가 됐다. 앞으로 '원 더 액터(One the actor)'가 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원근 : 지난 1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처음 회사와 계약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짐하는 건 변하지 말자는 것이다.
최영훈 PD님이 '원 더 우먼'이 내 대표작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는 데 정말 뿌듯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만족하거나, 취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종종 '뜨면 다 변한다'라고 비꼬듯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상처를 받는다. 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할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며 노력할 거다. 30대가 되고 10년 차를 넘기고도 한결같이 좋은 배우가 돼서, 그들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