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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치즈테마파크ㆍ옛날 빵집 카페&프랑스 가정식ㆍ태양건조국수ㆍ강진터미널 김치 수제비(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임실 치즈테마파크, 옛날 빵집의 프랑스 가정식, 태양건조국수, 강진터미널 김치 수제비, 옥정호 붕어섬, 섬진강 다슬기 등을 만난다.

23일 방송되는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스쳐 가면 알 수 없었던 전라북도 임실의 시간들을 찬찬히 거슬러 가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강물이 쉬어가는 곳, 옥정호 붕어섬

이른 아침, 국사봉 전망대에 오른다. 쉼 없이 흐르던 물은 잠시 옥정호에서 머문다. 숨고르기를 마친 강물은 곧 동진강 유역으로 향할 것이다. 호남평야의 젖줄이 되기 위해, 물은 이곳 옥정호에서 진로를 바꾼다. 옥정호의 중앙에는 붕어섬이 있다. 붕어섬은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에 호수 깊이 잠겨있다. 운무가 걷히며 금붕어의 형상이 점점 더 또렷이 드러난다. 임실군에 따르면 올해 다음 달 쯤 이 섬을 갈 수 있는 다리가 생긴다고 한다. 옥정호에 강물이 쉬다 가듯, 붕어섬은 조만간 좋은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섬진강 다슬기 잡는 사람들

3개도, 12개의 시군을 지나는 육백 리 섬진강은 어머니다. 섬진강 상류를 지나다가 강가에서 다슬기 잡는 주민을 만난다. 그는 임실의 토박이.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따라 이 섬진강변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어깨에 건 도구를 한 번씩 털어낼 때마다 한 바구니, 다슬기가 쏟아진다. 한평생 이 동네 주민들은 다슬기 때문에 손에 물마를 날 없이 살았다. 그래도 다슬기는 섬진강변 사람들에게 참 각별한 존재, 요긴한 식재료다. 어머니 섬진강이 주는 무한한 사랑이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임실의 기적, 지정환 신부와 치즈테마파크

금성리 치즈마을을 지나면 근처엔 임실 치즈테마파크가 있다. 치즈숙성실, 체험관 등이 있는 이곳은 임실 치즈의 역사를 담아낸 장소다. 이곳에서 지정환 신부의 동상을 본다. 그는 1958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한국을 찾은 벨기에 출신 신부. 귀족 출신이던 그는 1964년 임실의 척박한 농토 앞에서 무기력한 주민들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양 2마리를 들여와 우유를 짰고, 그 우유를 오래 보존시키기 위해 1966년 이곳 성가리에 치즈공장을 세웠다. 이제 와 보니 말은 쉽지만 당시 한국엔 ‘치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디디에 세르테벤스는 ‘지정환 신부’라는 한국 이름을 얻고 평생토록 이곳을 지켰다. 겨우 산양을 키워내고, 겨우 치즈를 만들어내고, 겨우 그 치즈를 한 호텔에 팔았다. 모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정환 신부는 포기하지 않아 결국 임실이라는 한 작은 동네를 치즈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수십 년 후, 임실은 이 동네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들을 큰 테마공원으로 꾸몄다. 바로 이곳, 임실치즈테마파크다. 한 사람의 노력이 한 마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임실 치즈가 있는 한, 지정환 신부의 정신은 이곳에 영원히 살아 빛난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마지막 터전을 꿈꾸며, 임실 치즈와 프랑스 가정식

치즈테마파크 시계탑 아래, 작은 빵집 하나가 있다. 임실에서도 보기 드문, 프랑스 가정식을 파는 식당이다. 들어가니 임실 치즈를 이용한 음식은 물론 직접 재배한 밀로 빵도 만든다. 아이 둘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귀농했다는, 젊은 부부의 고향은 둘 다 서울. 농촌 경험이 없으면 좀처럼 힘든 타향살이를 올해로 13년 째 하는 중이란다. 이제 부부는, 반평생을 넘게 살아온 서울보다 임실이 더 고향 같다. 요즘 임실 치즈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부부는 프랑스 치즈 요리에 삼매경이다. 매일 작은 주방에서 복닥복닥 옛날 빵과 가정식을 만든다. 인생에서 다시없을 행복한 순간. 부부의 시간들이 치즈처럼, 고소하게 흘러간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50년 햇빛 지붕 아래, 국수 공장 부부

읍내를 지나다가 한 독특한 집 하나를 본다. 들어가 보니 오래된 기계 앞 한 남자가 국수를 뽑고 있다. 50년 간 이 집에서 국수공장을 운영한 부부는 매일 1층 집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와 국수 뽑는다. 볕 아래에서 실내로, 다시 또 다른 공간으로. 일주일 간 4번을 옮겨가며 말리는 태양건조국수는 번듯한 홍보 하나 없이도 알음알음 단골들이 많다. 하지만 직원은 오직 부부 뿐이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부부는 국수 공장을 멈추지 않는다. 쉼 없이 복이 들어오라고. 묵묵히도 국수를 뽑아낸다. 볕에 내놓은 태양건조국수에 작은 태양 빛이 걸린다. 빛을 머금고 반사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국수 가락이 꼭 부부의 지난 삶처럼 정갈하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임실(사진제공=KBS 1TV)
◆타국살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40년 김치 수제비

강진터미널 근처, 작은 국수 가게는 꼭 한번 들를만한 곳이다. 이곳에는 75세 어머니가 매일 구수한 입담과 함께 가게 입구에서 국수를 삶는다. 주방엔 9년 전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 한이(35)씨가 있다. 그녀는 결혼 직후 시어머니의 가게 서빙을 돕고 종종 곁눈질로 시어머니 음식을 보고 배웠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다리를 다친 어느 날, 속전속결 주방까지 진출했다. 제법 음식 솜씨가 있어 이젠 시어머니 손맛을 제법 따라잡았다는 며느리. 둘이 서면 등 닿을 듯한 일자 주방에서 고부는 그렇게 매일 뜨끈한 국수와 수제비를 삶는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누가 보면 꼭 모녀 같다. 함께 한 지 10년, 이젠 긴 말 없이도 속내를 다 아는 가족 같다.

맹선미 기자 msm@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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