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온'에서는 자연인 스님과 운동광’ 신부님의 13여년의 신비로운 우정을 전한다.

포항에서 가장 높은 암자 문수암을 지키며 사는 스님은 어딘가 유별난 묵설스님(57)이다. 이곳에 함께하는 것은 당나귀 한 마리, 가파른 길이라 어떤 운송 수단도 올라올 수 없는 문수암에 꼭 필요한 짐꾼이자 스님의 말동무이며 길벗이다. 벌써 이곳에 자리 잡은 지 24년이 된 묵설스님은 겨우내 쥐들이 파먹은 흙벽을 보수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12년 전 은퇴한 조정헌 신부님은 지역 복지단체에서 강론을 하거나 아픈 교우들을 찾아가 봉성체를 해주는 일을 지난 12년간 쉬지 않고 해왔다. 또 하나 바쁜 일정이 있다면 다양한 운동 스케줄이다.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달리거나, 수십 년 갈고 닦은 수준급의 검도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특히 은퇴 후 등산을 가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묵설스님이 있는 문수암에 방문하기 위해서다.

불교에서 큰 축제로 여겨지는 백중날, 묵설스님 앞에 조정헌 신부님이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문수암을 찾지 못했던 신부님이 오랜만에 산을 오른 것이다. 스님에게 신부님이 처음으로 찾아온 건 13년 전, 문수암 산신각이 무너졌을 때였다. 건설자재를 옮길 운송 수단이 없는 문수암에 조정헌 신부님이 천주교 신자들과 함께 목재를 옮겨줬다. 1시간이나 올라야 하는 가파른 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와준 조정헌 신부님은 그 후 오랜 시간 동안 매주 문수암을 찾았다. 차이는 차별이 되고 다름은 다툼이 되는 세상 속에서 언제나 평화로운 묵설스님과 조정헌 신부님의 우정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을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