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더 늦기 전에 직접 집을 고치고 싶었던 70대 노부부의 집과 병마와 싸워 이긴 후 인생 버킷 리스트를 이뤄 지은 한옥을 만나본다.
◆이웃이 있어 행복한 노부부의 시골집
여주역과 그리 멀지 않은 어느 시골 마을, 600평 장미밭을 품은 집이 바로 오늘의 집. 지리산 아래 살고 싶었던 아내 문숙씨와 아파트 숲에서 사람 내려다보며 살고 싶었던 남편 현식씨의 집이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집 고쳐 산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다들 극구 만류. 그러나 암을 겪고 나니 하고 싶은 건 다 하겠다 마음먹었기에, 더 나이 들기 전에 내 손으로 직접 고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목수 친구와 함께 고친 집에서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현관 앞 포치. 600평 꽃밭을 가꾸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 몸은 고돼도, 마음은 행복하다고. 꽃밭을 가꾸고 난 뒤 하루를 마무리하며, 포치에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이 부부에게 요즘 가장 큰 힐링이란다. 매일 매일을 소풍처럼 즐기고,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는 부부의 진한 사연이 담긴 집을 만나본다.

집을 짓기 위해 사도까지 깔았다는 오늘의 두 번째 집. 아내 해경씨는 한옥에는 죽어도 오기 싫었지만, 병마와 싸워 이긴 남편 선홍씨의 인생 버킷리스트인 한옥 짓기를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내를 위해 집 안 곳곳에는 남편 선홍씨가 아내를 배려한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다. 밖은 누가 봐도 한옥이지만, 집 안 내부는 한눈에 봐도 아파트형 구조이다. 또, 살림에 큰 취미 없는 아내를 위해 짧은 동선에 유용하게 부엌은 크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엌과 누마루를 연결해 주는 창은 아내를 위한 또 다른 소소한 선물이다. 아내를 배려하며, 지었던 한옥에도 남편 선홍씨가 포기하지 못했던 한가지는 바로 구들장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침에 곡소리 나는 아내를 위해 양보하여 구들방에 침대를 놓게 되었지만, 선뜻 내 평생의 꿈이었던 한옥 짓기를 허락해 준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최치원의 “계원필경”처럼 “안흥”에서 산에서 먹고 살고, 산에서 놀겠다는 의미의 안흥산경, 그리고 젊은 남녀가 만나 노년까지 풍류도 즐기면서 백년해로하며 잘살자는 의미의 락우당. 하루하루를 두 개의 당호처럼 살겠다 마음먹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부부의 집을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