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30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에서는 경남 밀양에서 세월이 지날수록 빛나는 고고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3대를 이어온 과수원...얼음골 사과의 와인 변신
산은 높고 골은 깊어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이 있는 밀양 산내면.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좋은 얼음골은 예부터 명품 사과 재배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3대째 과수원을 이어받아 얼음골 사과의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이가 있다. 평소 술 만드는 취미가 있었던 서보연 씨는 사과로 와인을 제조한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사과 품종도 다양화시켜 복숭아사과와 석류사과도 재배하는데 특히 속이 빨간 석류사과는 폴리페놀이 15배가 많아 와인의 깊은 맛을 내는데 안성맞춤이다. 사과의 다양한 변신으로 얼음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농부를 만나본다.
어딜 가나 산이 푸근히 감싸는 밀양. 삼남면의 호젓한 산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장구소리가 들린다. 우리 땅에서 자란 오동나무와 소나무로 장구와 북을 만드는 백용문 장인의 작업실이 그곳에 있다. 값싼 중국산 악기가 국악기 시장까지 점령한 상황에서 그는 우리나라 전통 방식 그대로 나무 속을 파고 사포질을 하고 그런 뒤에도 무려 7번의 칠을 더해 장구를 만들어낸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17살에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를 받아준 곳이 농악기 제작소였고 그렇게 국악기와 인연을 맺었다. 민족의 혼이 담긴 우리 소리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장인의 지난 43년의 세월을 이야기한다.
◆한국 최초 상륙! 레몬머틀 밀양에 심다
‘빽빽한 볕’이라는 이름처럼 밀양은 찬란한 햇빛이 쏟아져 축복의 땅으로 불린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좇아 밀양에 정착해 특별한 작물을 키우는 이가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레몬머틀’을 국내에 처음 들여와 키우는 올해 48세 김수진 씨. 홀로 미국 생활 하던 시절 레몬머틀을 키우면서 그 향에 위안을 받으면서 귀국할 때 들여오게 되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레몬머틀로 승부를 보고자 귀촌을 결심하면서 그는 단번에 ‘밀양’을 떠올렸다. 자연재해가 적고 토질이 좋고 무엇보다 4계절 햇볕이 좋은 밀양이야말로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레몬머틀의 시배지로 제격이라 여겼다. 15년째 레몬머틀을 재배하고 수확물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는 수진 씨의 향긋한 일상을 엿본다.
추화산 동쪽 기슭,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그림 같은 별장이 있다. 달이 하늘과 강물 위에 떠 있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월연정’.
조선 중종 때 이태 선생이 기묘사화가 일어나 선비들이 화를 당하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지었다는 정자다. 조선시대 정자는 대개 단독으로 지어진 데 비해 월연정은 여러 채의 정자가 이어져 있는데, 주변 지형을 잘 살린 덕분에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 보인다. 시간을 거슬러 월연정에서 잠시 선비가 되어 풍류를 맛본다.
◆입도 몸도 즐거운 수제 춘장 황금짜장면
작은 시골 마을에 특별한 짜장면을 내놓는 곳이 있다. 직접 밀과 콩을 발효시켜 만든 수제 춘장이 들어간 ‘황금짜장면’이다. 33년 전 고향 밀양에 돌아와 중식당을 열게 된 사장은 먹어도 속이 편한 짜장면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춘장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된장처럼 발효 숙성한 춘장을 개발하게 됐고 다른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 재료도 직접 만들어 쓴다. 음식은 자로 입보다 몸이 즐거워야 한다는 음식 철학을 맛본다.
밀양강 상류, 감천을 따라 걷다 보니 구수한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팔순 넘은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려 메기와 참게잡이를 하며 밀양에서 전해지는 농요를 구성지게 부르는 이용만 할아버지. 문화재로 지정된 ‘밀양 백중놀이’와 ‘감내 게줄당기기’ 보유자인 그는 고향 밀양을 한순간도 떠나 산 적이 없다. 가난과 배고픔이 일상이던 시절 밀양 아리랑을 부르며 고단함을 이겨냈다는 그는 여전히 그 흥을 담고 살아간다. 고비마다 위로를 건넸던 밀양아리랑과 백중놀이, 감내 게줄당기기에 얽힌 그 옛날 이야기를 이용만 할아버지의 신명 나는 가락으로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