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윤호부터 붐·김재원까지…게스트 맞춤 여행 설계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그 여운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보통 고정 멤버들의 케미에 잠시 섞였다가 떠나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2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는 다르다. '1박 2일'은 게스트를 소모품으로 쓰지 않고, 그들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여행의 주인공으로 세우며 시청자들에게 '빅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1박 2일'은 게스트와 단순히 함께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캐릭터나 외부 서사, 혹은 프로그램의 룰 그 자체를 활용해 최적화된 여행을 제안한다. 이는 오랜 시즌을 거치며 쌓아온 제작진의 노하우이자 2026년 현재까지도 게스트 특집에서 실패하지 않는 이유다. 게스트가 곧 '1박 2일'의 정체성이 되는 이 특별한 문법은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 12일과 19일에 걸쳐 방송된 '당진 열정 투어'는 게스트의 캐릭터를 극대화한 사례다. 제작진은 "느슨해진 멤버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정신을 끌어올리겠다"는 명분 아래 '열정의 아이콘' 유노윤호를 투입했다.
유노윤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오프닝부터 '멘털이 몸을 지배한다',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 등 열정 어록을 쏟아냈다. 유노윤호는 파라솔을 들고 80m를 전력 질주해 역전승을 이끌었고, 차가운 바닷물에 입수한 뒤에도 "냉탕에 3초만 있어 봐. 적응돼. 우리 인생이 그래"라고 외쳤다.
특히 2일 차에 확보한 퇴근권마저 반납하고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를 짓고 싶다"며 벌칙 등산에 동참한 모습은 유노윤호라는 캐릭터가 아니면 불가능한 전개였다. 그의 과열된 에너지는 강재준, 딘딘의 현실적인 반응과 충돌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목포에서 펼쳐진 '봄 밥상 대결! 맛대맛' 편은 외부의 서사를 영리하게 차용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정호영과 샘킴 셰프의 관계를 그대로 가져온 것. 정호영과 샘킴은 오프닝부터 "샘킴 셰프는 재료는 살리지만 간은 못 살린다", "정호영 셰프는 무슨 요리를 할지 뻔하다"라며 신경전을 벌였고 '흑백요리사2' 속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시청자는 투닥거림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었다.
'1박 2일'만의 킥도 추가됐다. 정호영 팀과 샘킴 팀으로 나뉘어 최종 요리 대결을 펼쳤는데, '릴레이 요리'라는 규칙을 가미했다. 멤버들이 5분씩 번갈아 요리하는 '릴레이 요리'는 전문가의 권위를 예능 특유의 우연성으로 흔들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지난 1월 방송된 붐·김재원 편은 가장 '1박 2일'다운 원초적인 방식을 택했다. 두 사람은 '1박 2일'에 게스트로 합류했다가, 이동 도중 버스에서 내렸다. 제작진은 게스트들에게 아무런 사전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영하 15도의 혹한기 캠프에 던져놓았고, 허허벌판에서 당황하는 붐과 김재원의 반응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재미를 선사하며 고전적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힘을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