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혜이니를 처음 마주하고 들었던 생각은 ‘정말 인형 같네’ 였다. 158cm에 36kg라는 아담한 체구,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듯했던 소녀. 하지만 대화해보니 겉모습에서 느껴지던 귀여움이 다가 아니다. 말하면 말할수록 매력에 빨려 들어가던, 앙증맞고도 앙큼한 혜이니를 만났다.
혹자는 혜이니를 두고 ‘동요를 부르던 아이’, ‘OST 가수’, ‘김현철 키드’라고 표현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4년차 솔로 가수이자 댄스 가수 혜이니는 어떤 사람일까. 1년여 만에 컴백한 만큼 그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가득했다.
Q. 1년여 만에 컴백한 만큼 감회도 남다를 것 같아요.
혜이니: 그동안 팬들이 잘 기다려준 게 정말 감사해요. 사실 제가 공백기라고는 해도 여러 가지 활동을 했거든요.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도 해보고, OST에도 참여하고, 웹 드라마도 찍었어요. JTBC에서 ‘학교 다녀왔습니다’랑 ‘차이나는 도올’에도 나오고 있죠. 나름 바쁘게 보낸 시간들이었어요.
Q. 공백이 결코 휴식만은 아니었네요.
혜이니: 맞아요.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팬들이랑 더 끈끈해졌어요. 그 덕에 이번 활동이 더 든든하다고나 할까요? 아프리카TV로 방송을 하다보니까 소통도 많이 하고, 노래도 많이 부를 수 있어서 정말 재밌었어요.
Q. 생방송이라… 정제되지 않은 댓글도 있을 것 같은데.
혜이니: 사실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긴 했었어요. 근데, 결국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제 채널에 와주시는 거잖아요. 댓글의 수위가 있더라도 적응이 많이 됐죠. 실시간으로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Q. 신곡 제목이 ‘연애세포’예요. 톡톡 튀는 게 딱 혜이니 씨 노래구나 싶어요.
혜이니: 이 노래를 고른 이유도 그거에요. 톡톡 튀고 발랄한 음악에서 계절감이 느껴졌거든요. 이 곡을 골랐을 때는 벚꽃이 한창 폈을 때인데요, 듣다보니 여름이랑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대표님이 “봄·여름은 역시 사랑이지!”하셨기도 하고, 제가 또 ‘사랑가(사랑哥) 전문 가수’거든요. 딱 이구나 싶었죠.
Q. 사랑가 전문 가수요?
혜이니: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에요. 부르다보니 사랑 노래만 불렀더라고요, 제가. 하하하.
Q. 재밌네요. 사랑가 전문가수의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져요.
혜이니: 저는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에요. 그렇지만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죠. 거짓말을 못 하거든요. 별로면 “너 별로야!”라고 솔직하게 말해요. 하하. 어렸을 땐 마음에 차지 않으면 바로 헤어지고… 극단적인 아이였죠. 지금은 그때보단 나이도 들고, 또 그동안의 연애 통계가 쌓였으니 좋은 연애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Q. 좋은 연애를 하고 싶은 ‘이상형’이 있다면요?
혜이니: 공유 선배님이 참 멋있으세요. 요즘은 배우 서강준 씨도 정말 멋있으시죠. 얼마 전에 영화 ‘주토피아’를 보고나니까 영화 속 여우 캐릭터에게 ‘심쿵’했어요. 그 포인트가 있거든요.(웃음) 방탄소년단 지민 씨도 멋있으시고, 정말 멋진 분이 너무 많아요. 이상형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음… 대형견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Q. ‘연애세포’가 충만하신 느낌이네요.(웃음)
혜이니: 이번 ‘연애세포’는 들으면 들을수록 연애세포가 하나씩 생겨나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들으셔도, 어머니 아버지가 들으셔도 사랑이 샘솟는 그런 노래랍니다.
Q. 그래서인지 팬들 사랑도 가득 받으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이 팬 분들에 의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됐다고 들었어요.
혜이니: 맞아요! 저도 이번 앨범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됐어요. 평소에도 팬들과 소통하는 콘텐츠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무려 앨범 제작입니다. 팬 분들과 함께 만들어서 그런지 팬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또 금액을 후원해주시면 ‘감사 리워드’라고 해서 데이트나 친필 편지, 혜이니 굿즈 같은 걸 드리거든요. 팬 분들이 정말 좋아해주시고, 앨범 준비과정을 보시니 더 좋아하세요. 저도 너무 좋았어요.
Q. 요즘은 가요계에 그룹 활동이 많은데, 솔로 가수여도 마음만은 든든하실 것 같아요.
혜이니: 데뷔 초창기 때는 뭔가 ‘전학생’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었어요. 다들 모여 있는데 저 혼자 덩그러니 있으니까.(웃음) 지금은 혼자인 게 편해요. 사실 영화도 혼자보기를 좋아하고 여행도 혼자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처음에만 무서웠지 지금은 정말 편해요.
Q. 사실 목소리가 독특하시잖아요. 데뷔 초반엔 ‘헬륨가스 목소리’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속상하진 않았나요?
혜이니: 스트레스는 이미 데뷔하기 훨씬 전부터 받았어요. 저는 변성기가 지나도 목소리가 안 변했거든요. 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가수로서는 축복받은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한 번 들으면 딱! 기억해주시니까.
Q. 긍정적인 마인드네요.
혜이니: 그럼요. 제 목소리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그렇다고 목소리를 갑자기 바꾸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목소리가 문제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가수로서 노래를 더 잘하고 기반을 닦으면 인정해주시지 않을까요? 김건모 선배님을 보면 ‘나도 저렇게 평가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Q.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복면가왕’ 출연 당시가 생각나요. 그때 방송에서는 김현철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안 나와서 의외였는데…
혜이니: 김현철 선배님과는 이전에 ‘키즈팝’이라는 앨범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어요. 그 후 ‘복면가왕’으로 오랜만에 만나 뵀죠. 그때 선배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본방송을 보니 편집이 됐더라고요.
Q. 모처럼 만의 만남인데 아쉬웠겠네요.
혜이니: 그래도 그때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쉬는 시간에 대기실에 직접 오셔서 놀랐다면서, 반가워해주시고 기특하다고 해주셨거든요. 데뷔했을 때 인사드린 적은 있었지만 활동을 계속 하며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었어요. 1라운드 탈락을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했지만 정말 재밌었죠. 김구라 선배님도 제 목소리를 듣고 바로 저인 걸 맞춰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Q. 목소리가 특이한 만큼 편견에 더 맞서고 싶었을까요?
혜이니: 그렇죠. ‘복면가왕’은 얼굴을 가리니 그런 점에서 더 출연하고 싶었어요. 제 목소리가 독특한 만큼 알아봐주실 지도 궁금했고, 의상이나 콘셉트를 평소에 시도하지 못하는 ‘섹시’로 잡을 수 있어서 더 재밌었어요.
Q. 출연자 인터뷰에서도 섹시한 이미지에 대한 동경을 나타냈죠. 이번에도 전처럼 깜찍한 콘셉트인데, 아쉽진 않나요?
혜이니: ‘혜이니’라는 가수 자체는 뭘 어떻게 해도 섹시한 이미지를 강하게 내긴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리 저만의 자연스러운 섹시미를 내보겠다고 해도 갑자기 과한 섹시 콘셉트를 할 수는 없죠. 이번엔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을 해봤어요. 이번엔 뮤직비디오도 전보다 더 여성스러운, ‘여자 여자’한 느낌이 있거든요. 클로즈업도 많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느낌도 더해졌어요. 사랑을 막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이 전과는 좀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Q. 벌써 데뷔 4년차예요. 여러모로 노력해온 만큼 느끼는 점도 많을 것 같아요.
혜이니: 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혜이니 자체가 생활화된 기분이에요. SNS를 할 때나, 휴식기를 가질 때나, 활동 중이거나에 상관없이 항상 팬들과 소통을 하려고 하죠. 처음엔 다가가는 게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팬들도 다 친구 같죠.
Q. 친구 같은 팬이라…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혜이니: 팬 생일파티를 데뷔 때부터 계속 해오고 있어요. 분기별로 함께 생일파티를 하며 축하도 해주고, 셀카도 찍고 소원도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주고… 그러다보니 팬들 이름과 얼굴을 잘 외울 수 있게 됐어요. 팬 카페에서도 자주 채팅하고 얼굴도 외우려고 하고, 아프리카TV로 실시간 소통도 하고요.
Q. 역대급 팬 서비스네요. 팬들은 기분 좋을 것 같아요.
혜이니: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아요. 팬 분들이 저를 얼마나 생각해주시는지 알고 있어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가수로서도, 또 이번 활동의 목표기도 해요. 사무실로 선물이 오곤 하는데, 솜이불이나 거대한 인형, 오렌지나 토마토 박스들이 오거든요. 그렇게 세세하게 챙김을 받다보면 정말 행복해지죠. 기억에 남는 팬 분들도 많고, 언제나 감사해요.
Q. 가수로서 또 다른 목표가 있을까요?
혜이니: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어요. 제 이름을 ‘헤이니’로 아는 분들이 아직도 꽤 있으세요. 제가 SNS에서도 “제발 쉬프트 누르고 쳐주세요!”라고 호소도 하거든요. 팬들이 쉬프트 성애자라고 부를 정도로요.(웃음)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어서, 가수로서 활동 목표가 ‘혜이니’라는 이름을 인식시키는 거예요. 혜은이 선배님께 ‘헤은이’라고 안 하는 것 처럼요.
Q. 현실적인 목표네요.
혜이니: 혜이니를 많이 알아봐주시고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가수’가 제 꿈이에요. 다른 바람이 있다면, 요새 이진아 씨나 솔로 여가수들이 많이 계셔서 다양한 색의 노래가 나와서 정말 좋거든요. 제가 그 중 하나가 되고 싶어요.
Q. 그러고보니 이진아 씨와는 목소리가 비슷한 편이죠. 라이벌 의식은 없으실지…
혜이니: 없어요. 저도 목소리 비슷한 거 잘 알고 있거든요. ‘K팝스타’에서 이진아 씨가 큰 사랑을 받기도 했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목소리가 많아져야 대중 분들이 더 익숙해질 거니까, 저희 같은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