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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먼데이키즈 “‘음악 안 해’라는 말,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노래가 시작할 때는 고래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끝날 때에는 구름 위로 날고 있네요.” 지난달 23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의 한 장면. 개그맨 이윤석은 ‘파리의 연인 에펠탑’(먼데이키즈 이진성)의 ‘흰수염고래’ 무대를 감상한 뒤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였던 흰수염고래가 세상과 만나는 순간의 벅참과 “넌 혼자가 아니야”라던 목소리의 따뜻함을 이윤석은 이진성의 노래에서 느꼈으리라.

가수로 산다는 건 음악 안에 자신의 역사를 새기는 일이다. 2005년 그룹 먼데이키즈로 데뷔한 이진성에게 지난 10여년의 시간은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멤버 故김민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건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진성을 고통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썼으며 노래를 불렀다. 사고가 남긴 흔적은 음악 곳곳에서도 묻어나왔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한 팬들이 있었다. 노래 속에 남겨진 흔적을 공유한, 이진성에게 위로를 건네면서 동시에 그로부터 위로를 얻었을 팬들. 혼자였던 흰수염고래가 세상을 만난 것처럼, “넌 혼자가 아니”라던 목소리의 따뜻함을 알아차린 것처럼 이진성과 팬들은 그의 노래 속에서 함께 인생을 맞대고 있다.

Q. ‘복면가왕’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3라운드 ‘흰수염고래’ 무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남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이하 이진성)
: 가사가 참 좋은 노래다. 예전에 우연히 Mnet ‘머스트’에서 YB 선배님들의 ‘흰수염고래’ 무대를 본 적이 있다. 와~ 정말 멋있더라. 노래를 하다가 윤도현 선배님이 감정이 북받치셨는지, 울면서 피아노만 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Q. 만약 당신의 인생을 노래에 옮긴다면 어떤 톤의 노래가 되길 바라나. ‘흰수염고래’처럼 따뜻한 어조? 혹은 박효신의 ‘야생화’처럼 처절한 느낌?
이진성:
희망찬 스타일이 좋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힘을 얻은 경험이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음악을 해보고 싶다. 가사를 잘 쓰면 좋은데, 좋은 가사를 쓰는 게 늘 어렵다.

Q. ‘복면가왕’를 “편견을 벗으니 노래가 들린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프로그램이다. 가수에게 유명세는 필수 불가결한 것인데, 그 유명세를 내려놓았을 때 자유로운 노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진성:
처음엔 단순히 ‘얼굴이 안 나오니까 노래하기 더 편하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무대 모니터를 해보니 음악이 더 잘 들리더라. 가사가 더 잘 들리고, 톤과 분위기가 더 잘 들리고, 그러면서 내 이야기를, 나라는 사람을 궁금해 할 것 같았다. 그게 노래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Q. 혹시 당신에 대한 편견 가운데 부수고 싶은 것이 있었나.
이진성: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인기를 얻었던 팀이 SG워너비, V.O.S다. 당시에는 발라드 장르가 인기였으니, ‘먼데이키즈? 옛날 가수 아니야?’라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그걸 깨고 싶었다. ‘먼데이키즈가 다른 노래도 많이 하는구나, 요새 노래도 부르고 감동적인 노래도 할 줄 알고,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도 할 줄 아는 구나’를 알려주고 싶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Q. 발라드는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는 장르다. 신곡 작업에서도 ‘요즘 느낌’을 내는 것이 고민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진성:
(고민을) 정말 많이 하긴 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어떻게 해야 어린 친구들, 10대 친구들이 좋아하게끔 바꿀까’ 고민했는데 “네가 제일 잘하던 걸 해라. 더 잘하면 될 뿐이지,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냥 좋은 노래를 만들면 되는 것 같다. 그래야 트렌드를 바꾸는 사람도 될 수 있는 거다. 이미 남들이 만들고 있는 걸 뒤쫓아 가는 건, 별로다.

Q. “네가 제일 잘하던 것”이라. 당신이 가장 자신 있는 건 뭔가.
이진성:
특별히 없는 것 같다.(웃음) 오히려 요즘에는 스스로에 대해 겸손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어느 정도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더 열심히 하고 잘해야지’라는 생각이다.

Q. ‘잘한다’는 기준은 뭔가. 흔히 고음이나 호흡, 성량 등을 기준으로 실력을 논하지만, 당신 정도의 경력이라면 또 다른 ‘잘함’의 경지를 발견했을 것 같은데.
이진성:
아직 그 정도까지는…. 하하하. ‘복면가왕’ 출연 당시 카이가 해준 얘기가 굉장히 와 닿았다.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저 사람의 목소리와 노래에 그의 인생이 담겨있는 것 같다”는 얘기.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음정이) 높이 올라가네’가 아니라 ‘저 사람의 인생이 궁금해지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Q. 카이가 했던 심사평 중 “오랜 시간 소리를 연구한 사람인 것 같다”는 얘기도 인상 깊었다. 당신 또한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했는데, 감히 누가 그런 애기를 했단 말인가.(웃음)
이진성:
하하. 노래에는 크게 소질이 없었다. 적어도 어린 시절 신동 소리는 들었어야 내가 가수가 됐을 때 ‘그래. 쟤는 원래 노래하는 애였잖아’가 되는 것 아닌가. 나는 (가수를) 하고 싶단 생각이 먼저였다. 그래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 건 많지 않다. 그건 지금도 노래하면서 느낀다.

Q. 스스로의 재능에 의심을 가진 상태로 가수 생활을 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특히 예체능은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분야 아닌가.
이진성:
좋아서 한 거니까. (의도한 만큼) 노래가 안 된다고 해서 그걸 힘들다고 느끼는 건 잘못된 것 같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하다. 그렇지만 가수마다 특색이 있으니까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어렸을 땐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그저 좋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좋은 음악, 좋은 가사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Q. 신곡 ‘하기 싫은 말’은 당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노래’인가.
이진성:
아우, 나는 너무 많이 들어서 모르겠다.(웃음) 노래, 어떻게 들었나.

Q. 좋았다. 목소리에서 거대한 스케일이 느껴졌다고 할까. 지난 5월 ‘리부트(REBOOT)’ 발매 이후 처음 내놓는 신곡인데, 어떤가. 그 때 상상했던 ‘리부트’된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비하고 얼마나 다른가.
이진성:
‘리부트’는 4년간의 공백 끝에 발표한 음반이다. 가사로 직접 표현하진 않았지만 당시 느낀 감정, 갇혀 있는 듯 답답한 느낌을 노래에 풀었다. 그동안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많이 놓쳤다. 가령 나는 발라드 가수이니 사람들이 기대하는 무게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 활동도 많이 안 했고.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팬들에게도 멋진 가수가 되고 싶었고. 이젠 기회가 된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다. 내가 어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인지,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다.

Q. 팬들과 관계가 돈독하다고 들었다. 10년 동안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진성:
정말 감사한데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Q. 10년 만난 여자 친구 같은 느낌인가?) 책임감은 그거보다 더할 수도 있다. 내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팬들이 최우선이다.

Q.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되 그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면서 동시에 팬들을 만족시킨다는 게 어렵지 않나.
이진성:
계속 발전해야 한다. 10년 동안 발라드를 해왔는데 이걸 깨야 하는지도 모른다. 핵심은 지금 하는 노래보다 더 좋은 노래를 발표하면 된다는 거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거나, 공을 덜 들인 티가 난다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이 불확실한 노래가 나오면 팬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비단 장르에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더 완성도 높은 음악, 메시지가 확실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나는 발전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Q. 만약 팬들이 원하는 당신의 모습과 당신이 하고 싶은 음악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건가.
이진성:
나는 이미 내가 하고 싶은 걸 많이 접은 상태다. 그동안 내가 많은 기회를 놓쳤던 건 내 선택에 의한 일이었다. 그게 굉장히 후회된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나를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좋은 길로 잘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할 수 있는 것만 잘 하면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망치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Q. 개인적으로 신곡 가사 중 “그 아픔 내가 다 가져갈게요”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이타적인 마음이 가능할까’ 싶었다.
이진성:
으허허. 성격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내가 힘들고 말지’ 하면서 도맡아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가사가 와 닿았나. 큰 의미를 두고 쓴 건 아니었는데….

Q. 당신의 마음을 가장 울린 가사는 뭔가.
이진성: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했던 시간들 후회가 돼”라는 구절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존재이기에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 떠나보낼 때가 되니까 알겠다는 의미다.

Q. 너무나 익숙해서 몰랐는데 떠나보내고 난 뒤 소중함을 알게 된 대상, 당신에겐 누군가.
이진성:
많다. 그 가사에 직접 투영된 사람은 아니지만… 먼데이키즈 첫 멤버(故 김민수)에 대한 마음이 가장 크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고 할까. 사실 이런 일, 내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힘든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냥 내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사건이 됐다. 그래서 음악을 할 때에도 나도 모르게 그 때의 기억, 감정이 나오는 것 같다.

Q. 그의 사고가 잊고 싶은 사건으로서 존재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진성:
잊고 싶었다, 그 때는. 장례식을 치르고 한두 달쯤 뒤였나. 밥을 먹으러 갔는데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게 느껴지더라. “죽은 사람이랑 같은 팀 멤버 아니야?” 견딜 수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1~2년 동안 우울하게 지냈다. 잊고 싶었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그 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음악에 대한 큰 진지함 없이, 적당히 돈 벌고 연예인처럼 살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 일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아서, 사고 이야기를 하는 게 싫다거나 힘들지 않다. 미안함이 더 컸으면 컸지, 그게 힘든 기억으로 남아서 나를 괴롭히는 시기는 지났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먼데이키즈 이진성(사진=RBW)

Q. 사고 외에 지금의 당신을 만든 가장 결정적인 사건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이진성:
결혼. 아내 덕분에 마음과 정신이 더 건강해졌다. 혼자서 음악할 때는 생각이 끝까지 가니까 엄한 음악이 나오기도 했는데, 나이를 먹고 가정을 이루다 보니까 건강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가 커서 들어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해야 하지 않을까.

Q. 아이를 위한 노래를 만든다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나.
이진성:
아이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언젠간 아이에게도 힘든 날이 올 텐데 그 때 ‘우리 아빠가 만든 건데 힘들 때 듣는 노래야’라고 할 수 있을만한 노래가 한 곡 쯤 있었으면 좋겠다.

Q. 12년 동안 활동했는데 아직도 서른두 살이다. 스무 살의 이진성이 상상하던 가수의 모습은 어땠나.
이진성:
고백하자면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노래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 원래 꿈은 가수가 아니었거든. 프로듀서 혹은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그냥 겪고, 겪고, 겪다 보니까 어느 순간 먼데이키즈가 이진성이 같은 사람이 된 거다. 얘(먼데이키즈)가 놓아지지도 않고. 내가 잘되는 것도 좋지만 먼데이키즈라는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원래 꿈이 가수가 아니었음에도 가수의 길을 붙들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나.
이진성:
꿈을 지켜준 사람 중 하나는 아내다. 연애를 오래 한 편이다. 그리고 팬들. 어떻게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해줄 수 있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사고가 났을 때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회의하고 MT도 가곤 했다. ”오빠, 준비는 다 됐으니 몸만 오시면 돼요“라면서. 그게 내겐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음악 못하겠어요. 안 해”라고 할 수 없다, 난. 도저히.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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