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인터뷰] 고경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그런 시가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성장통을 겪는 이들에게 너무도 와닿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그 자체로도 청춘을 대변하는 메타포다.

스물일곱의 고경표는 흔들리면서도 줄기를 곧게 세웠다. 과오는 인정하되 진실된 모습으로 그만의 돌파구를 찾았다. 시행착오를 거쳐 한 발짝씩 자신만의 보폭으로 나아간다. 성장을 향해, 고경표는 그렇게 자신만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더 나은 사람을 꿈꾸는 고경표는 바람직한 가치관과 자유로운 삶 그 중간점을 지금도 열심히 찾아가는 중이다.

Q. ‘질투의 화신’이 결국 끝났어요. 경표 씨는 이번 작품 어땠나요?
고경표: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내용이었죠.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웃음코드로 승화됐고 감독님 연출도 정말 센스가 넘쳤어요. 서숙향 작가님이야 워낙 팬층도 두꺼우시고,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Q. 안정적으로 시청률 1위를 하다가 후반부에서는 엎치락뒤치락 경쟁이 치열했어요.
고경표:
사실 전 시청률에 대해 무덤덤한 편이에요. 하지만 잘 나오니 기분은 좋았죠(웃음). 설사 결과가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번 현장이 즐거웠고,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을 것 같아요.

Q. 공효진 조정석이라는 쟁쟁한 선배들과 나란히 호흡했죠. 어떤 선배들이었나요?
고경표:
공효진 선배는 말 그대로 ‘공블리’예요. 평소에도 유쾌하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제가 그 덕을 많이 봤죠. 조정석 선배는 몰입도가 정말 강하고 연기적인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현장에서 캐릭터의 방향성 같은 걸 감독님과 조정석 선배, 공효진 선배와 함께 잡아갔어요. 고정원 캐릭터의 공헌도는 그분들이 80% 만들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죠.

Q. ‘질투의 화신’에서 과거 회상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조정석 씨와 함께 미팅에 나갔을 때 다소 뻔뻔한 제스쳐나 캐릭터 연기가 재밌었어요.
고경표:
코믹 포인트를 잡고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정원이라는 인물에게 그런 포인트는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아서 절제하고 있다가, 과거 설정을 보니 어린 시절 유학도 다녀와서 제법 놀았고 반항기 어린 모습이 있더라고요. 이때다 싶어서 몸을 사리지 않았죠(웃음). 디스코 팡팡에서 뛰고 몸을 구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거기서 부딪혔던 가슴이 지금까지도 아파요. 병원에 가보니 근육에 염증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재밌고 들떴었어요.

Q. 디스코 팡팡 장면에서는 표정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어요.
고경표:
진정성 있는 표정인데 상황 자체가 웃기면 되게 웃기잖아요. 그게 ‘질투의 화신’의 색깔 같아요.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기고… 모순된 감정이 일어나는 드라마였죠. 고등학생 때 화신이와 정원이 모습은 정 반대였어요. 정원이가 어릴 땐 더 화신이 같았고, 화신이는 정원이 같았고요.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는 가난한 고등학생 역을 맡았는데 갑자기 30대 재벌남이 됐어요. 간극이 상당한데, 표현이 어렵진 않았나요?
고경표:
연기하면서 여유로움을 발산하고 싶었어요. 목소리 톤도 조정했죠. ‘응팔’에서는 많이 띄워진 목소리였어요. 사실 제가 그동안 연기해온 역할들이 다 어리고 재기발랄해서 힘 빼고 편하게 말하고 그랬거든요.

Q. 갑자기 목소리 톤이 가라앉아서인지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고경표:
당연히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해온 것들과 완연히 다르니까. 이번 작품 하면서 제가 연기 변신을 했을 때 사람들의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됐어요. ‘선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정말 좋았거든요. 제가 바라는 연기자의 지향점과 너무 맞닿아있는 칭찬이라 뿌듯하고 보람 있었어요.

Q. 고경표라는 연기자의 지향점이라면…
고경표: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 여러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때마다 이전 작품 이미지에 갇혀 몰입을 방해하는 배우가 아니라 연기변신이 궁금해지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앞으로 이 일을 꾸준히 해갈 텐데, 제가 선배들을 동경하며 연기 공부했듯이 제가 선배 위치가 됐을 때 좋은 선배이고 싶어요. 그리고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장르나 캐릭터 구분 없이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고요.

Q. 그렇다면, ‘질투의 화신’은 고경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요?
고경표:
‘세컨드 브리쓰’(Second Breath, 새로운 활력을 뜻하는 마라톤 용어). 좀 더 많은 기회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이에요. 저라는 배우의 색을 좀 더 띄게 해줬거든요. 사실 배우들만의 스타일들이 있잖아요? 제가 ‘응팔’과 ‘질투의 화신’을 통해 인지도를 얻으니 과거 제 연기를 찾아보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과거 했던 일들이 헛되게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감사해하고 있어요.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질투의 화신’을 하면서 박보검 씨와의 우정도 화제가 됐죠. 커피차도 쐈고요.
고경표:
(박)보검이는 형으로서 정말 챙겨주고 싶었어요. 정말 고마웠거든요. 제가 커피차를 보내니까 보검이가 답례로 저희 현장에 커피차 보내려 했는데, 촬영 스케줄과 안 맞아서 아쉽게도 무산됐었어요. 하지만 보검이가 답례하려는 모습이 고마웠고, 얼마 전에는 팬미팅에도 찾아와줬더라고요. 속 깊은 친구고 정말 착해요. 늘 고맙죠.

Q. 동생들에게도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고경표:
형들뿐만 아니라 동생들에게도 의지 많이 해요. ‘내일도 칸타빌레’를 함께 했던 도희도 응원 많이 하고요, (심)은경이도 안부나 시사회 있으면 항상 서로 불러주고 응원해요. ‘내일도 칸타빌레’ 배우들과는 꾸준히 연락하는 편이에요. 사적으로 만나 얘기도 하고. 사람 대 사람이라 나이에 상관없이 의지를 많이 해요.

Q. 11월에 팬미팅을 했었죠. 본인에게도 많은 힘이 됐을 것 같아요.
고경표:
제가 ‘질투의 화신’ 23회를 팬들과 함께 단관해서 봤어요. 그런데 촬영 스케줄이 겹쳐서 중간에 갔거든요. 와주신 팬들에게 너무 미안했죠. 사실 팬들과는 처음 마주하는 자리라 더 아쉬웠어요. 그래서 12월 15일 지나기 전에 다시 하자고 했죠. 날짜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 같아요.

Q. 2010년 데뷔라 어느새 6년차 배우가 됐어요.
고경표:
어릴 때부터 연기가 하고 싶어서 대학도 영화과로 진학했어요. 정말 운 좋게 데뷔하게 됐고, 그 후 좋은 분들 만나서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네요. 운이 좋았어요. 돌이켜보면 인복도 좋았고요.

Q.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게 뭐예요?
고경표:
음…… 식당에 가면 서비스를 좀 더 받는다는 것?(웃음)

Q. 사실 경표 씨는 남들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편 같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진들이 정말 많던데.
고경표:
생각보다는 오히려 없던데요?(웃음) 지하철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버스만 타면 멀미를 해서, 대학 통학할 때도 지하철을 타고 다녔어요. 버스보다 지하철이 더 익숙해요. 지하철 노선도도 많이 보고요. 스트레스 받으면 드라이브를 할 때도 있지만 친구들을 만나 수다떨 때도 많아요. 극장도 영화 보고 싶으면 가고요. 친구들과 만나는 게 눈치 볼 일은 아니잖아요. 배우로서의 고경표와 사람 고경표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당하게 살고 싶어요.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주변 의식을 별로 안 한다면 야외 예능도 잘할 것 같아요. 예능 욕심은 없나요?
고경표:
‘런닝맨’에 나가고 싶어요. SBS 드라마도 했는데(웃음). 토크쇼는 나가서 잘 할 자신이 없어요. 민폐일 것 같아요. 할 얘기도 별로 없고요. 보는 분들이 즐거워하실 에피소드도 없거든요.

Q. 고경표를 세상에 알린 건 ‘SNL’이 시작이었죠. 이후엔 ‘응팔’로 대중성을 얻은 것 같아요.
고경표:
두 작품 다 배움의 장이었어요. ‘응팔’은 제 인생 두 번 다시 없을 큰 기회였고요. ‘SNL’은 한 편의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예능이라 생각 안 하고 매주 2회씩 공연하는구나 생각했거든요. 연기 합을 맞춰서 희극을 공연하는 느낌이었어요. 연기의 합과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죠. ‘응팔’의 경우, 사람들에게 저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 값진 드라마예요. 믿어주셨던 감독님과 제작진께 지금도 감사드리고 있어요.

Q.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골고루 활동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촬영한 ‘7년의 밤’에선 조연을 맡았는데, 아쉽진 않았나요?
고경표:
어떻게 늘 주연만 하겠어요. 그리고 큰 욕심은 없어요.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죠. 직업이 돼서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인기스타가 되려고 연기를 한 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꼭 스타가 될 거라는 생각을 잘 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 상황들이 신기해요. 팬미팅도 하고요(웃음). 이제는 결을 다르게 가야죠.

Q. 앞으로 배우 생활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나요.
고경표:
주어지는 걸 다 잘 해내고 싶어요. ‘응팔’이나 ‘질투의 화신’, 그 전의 필모들을 통해 고경표라는 배우의 스타일을 조금씩은 보여줬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그걸 더 충족시키고 채워나가는 연기 생활을 하고 싶어요. 힘든 일을 되뇌거나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경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고경표 씨의 27살이 끝나가고 있어요. 스물일곱, 올해는 어땠던 것 같아요?
고경표:
제 인생의 성장기였어요. 지난 학기 대학교 수업도 지금까지 대학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보람 있고 뿌듯하고 많이 배운 학기였고요. 물론, 작품으로서도 그렇고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도 그렇고, 제겐 정말 값진 한해였어요.

Q. SNS 논란 때문에 마음 고생도 심했을 것 같은데.
고경표:
저도 잘못한 게 있죠. 부끄러운 행동을 저 스스로도 느끼고 반성했어요. 제가 완성형의 사람은 아니라 생각해요. 완성형으로 대중 앞에 섰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직은 미흡하고 더 배워야할 게 많은 사람이에요. 잘못들을 잘 수용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 시간들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제가 받아들여야할 건 분명히 있고, 변명하고 싶진 않아요. 좋은 모습,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서면 오해에서 비롯된 건 자연스럽게 풀리리라 믿어요. 반성하는 모습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3년 뒤면 서른 살이에요. 서른이 어땠으면 좋겠어요?
고경표:
더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사람들을 잘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Q.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요.
고경표:
두렵진 않아요. 순리대로 살아가는 거고. 다만, 나잇값을 못할까봐 참 두려워요. 나이가 무색한 분들도 많잖아요. 물론 30대가 된다고 많은 게 변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친한 형들도 다 30대인데 20대 때랑 똑같거든요(웃음). 대신 행동에 있어 바람직한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주려 하고 있죠. 전 그게 ‘나잇값’ 같아요. 20대 청춘처럼 똑같이 놀고 운동하고 술 마시고 해도, 가치관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바람직한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바람직한 생각도 많이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굉장히 좋은 변화 같아요. 본인이 보기에 ‘고경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고경표:
자유로운 사람이고 싶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쭉.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