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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①] 하정우부터 정우성까지…男주연상 5人에 대한 단상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에 이목이 쏠리는 법이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남우주연상 트로피의 향방이 그렇다. ‘내부자들’ 이병헌, ‘곡성’ 곽도원, ‘아가씨’ 하정우, ‘밀정’ 송강호, ‘아수라’ 정우성, 이름만 들어도 뜨겁다.

# ‘내부자들’ 이병헌, 위기를 연기력으로 돌파하다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건 ‘내부자들’ 이병헌이다. 영화 외적으로 부침이 있었던 이병헌은 ‘배우는 결국 연기로 말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증명해 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내부자들’ 러닝타임 130분 동안 이 배우가 지닌 연기적 재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기란 힘들다. 이전에 본 적 없는 ‘뉴타입’의 악역을 능구렁이처럼 펼쳐 보인 그의 연기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연기로는 도저히 깔 게 없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은 아마도 배우 이병헌을 가장 정확하게 짚는 말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병헌은 이미 ‘내부자들’로 올해 ‘부일영화상’ ‘영평상’ 트로피를 안았다. 다만, 청룡과의 인연이 없었던 게 살짝 걸리는 부분. 그동안 이병헌은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에 일곱 번 노미네이트됐지만 일곱 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과연 올해 청룡은 이병헌에게 문을 열어줄까.

# ‘곡성’ 곽도원, 우려를 믿음으로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곡성’은 연출자 나홍진이 창조한 놀라운 세계다. 이 세계에서 연신 ‘곡소리’ 나는 연기를 해 보인 이가 곽도원이다. 제작사 폭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곽도원을 주인공으로 기용한 나홍진의 승부수는 성공적이었다. 경찰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은 딸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부성애 깊은 아버지를 연기하며 찬사를 이끌어냈다. 끓는점을 향해 내달리는 곽도원의 에너지는 대단했다.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아수라’에서 보여준 비열한 역할 뿐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 역할도 맞춤복처럼 어울린다는 점을 증명한 것 역시 의미심장했다.

곽도원과 청룡의 첫 인연은 2012년이다. 당시 그는 ‘나쁜놈들 전성시대-범죄와의 전쟁’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는 오랜 시간 연기생활을 해 온 그의 첫 번째 영화 시상식 노미네이트였다. 수상은 실패했지만 처음은 언제나 소중한 것이다. 올해 곽도원의 또 다른 처음, 그러니까 남우주연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 ‘터널’ 하정우, 독보적인 이유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하정우의 한국영화의 든든한 허리다. ‘에너자이저’처럼 연신 달리고 달리는 그는 올해 ‘아가씨’와 ‘터널’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아가씨’로 칸과의 오랜 인연을 이어갔고, ‘터널’로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아가씨’로 청룡후보에 올랐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만, 그보다는 지분이 만은 ‘터널’을 들고 그는 레드카펫을 밟는다.

1인극이 요구되는 ‘터널’은 주연배우의 존재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였다. 배우의 연기력과 매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관객들이 터널을 보다가 ‘수면의 터널’로 향할 수 있었던 상황. 적지 않은 위험부담 속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1인극으로 관객을 웃고 울린 하정우다. 하정우 특유의 긍정이 캐릭터에 침투, 자칫 무거울 뻔한 극에 온기를 부여했다. 사실 하정우는 연기력에 비해 상복이 없는 배우에 속한다. 이는 그의 연기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을 테다. 내지르는 연기가 좋은 연기로 평가받기 쉬운 시대에, 곳곳에 널린 유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오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닌 일. 하정우가 독보적이 이유다.

# ‘밀정’ 송강호, 청룡의 단골손님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이름 석자가 곧 신뢰인 배우. 대한민국 연기 아이콘을 꼽는 대회가 있다면,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할 사람은 단연 송강호일 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말마따나 “저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궁금하게 하는 송강호는 ‘밀정’에서 또 한 번 자신의 한계가 범우주임을 증명했다. 회색지대에 선 이정출이 인간미를 입을 수 있었던 건, 송강호라는 배우의 힘이다.

송강호는 청룡이 사랑하는 배우다. 1997년 ‘넘버3’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2007년과 2014년 ‘우아한 세계’와 ‘변호인’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청룡이 ‘변호인’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기도 했다. 정치적 한계를 여러 차례 드러낸 온 청룡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에게 상을 안긴 것은 여러모로 시사 하는 바가 컸다. 영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예상 밖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동시에 청룡의 권위도 상승했다. 청룡에게 송강호는 고마운 단골손님인 셈이다.

# ‘아수라’ 정우성, 청춘의 아이콘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정우성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를 보면 이 배우가 진짜 멋있는 것은 비너스상도 울고 갈 이목구비와 탄탄한 몸매가 아니라, 섹시한 뇌주름과 뜨거운 마음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서의 위엄을 발산하며, ‘청춘의 아이콘’에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정우성은 올해 ‘아수라’를 통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수라’는 분명 흥행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영화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가능한가’ 싶은 기획을 타협 없이 밀어붙인, 만든 이들의 동력이 활활 타오르는 박력 넘치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정우성은 나락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형사 한도경을 통해 이 시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비트’에서 비상-추락했던 그가, ‘아수라’에서 추락-추락 하는 모습은 한도경의 캐릭터를 더욱 다채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기도 했다.

정우성은 이미 남우주연상을 하나 예약한 상태다. 12월 2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이 수여한 남우주연상을 받을 예정. 이는 정우성의 데뷔 이래 첫 남우주연상으로 불리고 있는데, 어쩌면 기록은 바뀔지도 모른다. 오늘 밤, 청룡시상식에서 “아수라, 정우성!”이 불린다면 말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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