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래카메라’가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새롭게 부활했다. 이경규가 이끌었던 ‘몰카’ 설정은 동일했으나,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은 아직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첫 방송 직후 “다소 진부하고 심심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단언했던 색다른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일밤’의 새 코너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출장 몰카단 윤종신, 이수근, 김희철, 이국주, 존박이 전면에 나서 몰래카메라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첫 타깃은 AOA 설현과 가수 이적으로 과거 몰카 명성을 부활시키려는 제작진과 출장몰카단의 열의는 가득했다.
이날 설현은 멤버들과 함께 베트남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설정된 여러 상황에 놓였고, 이적은 자신의 우상인 링고스타가 아닌 ‘가짜’ 링고스타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규 홀로 콘셉트를 잡고 갔던 과거 몰래카메라에 비해 출장몰카단의 여러 아이디어들이 추가되고,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데 유리했다. 여기에 특수 분장술이라는 진화된 속임수를 더해 변화의 시도를 알렸다. 하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지 못한 점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MC들과 의뢰인의 호흡이 어긋나며 중요한 타이밍에 엉성한 느낌을 안겼다. 가짜 링고스타에 의심을 갖기 시작한 이적의 모습에도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을 만큼 몰카 소재와 속임수의 접근 방식은 참신하지 못했다. 윤종신의 문자 지령에 동시에 휴대전화를 집어든 강민경과 존박의 모습 역시 상황을 의심하던 이적을 부추기는 시간이 됐다.
본능적인 반응, 원초적인 웃음을 통해 때로는 상상을 뛰어 넘는 재미와 감동까지 안기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안고 시작했으나, 아직 속이는 과정이 어설프다는 지적이 앞섰다.
4년 동안 ‘일밤’ 2부를 책임졌던 ‘진짜 사나이’가 시즌3를 기약하며 퇴장한 가운데, 후속 프로그램이 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시작부터 시한부 예능이 됐다. 대중의 반응에 따라 그 생명력은 달라질 수도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아직 첫 회라는 점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아쉬움은 보완될 여지가 있다. 의뢰인과 타깃 등 여러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때, 또 다섯 멤버들의 조합이 완성된다면 몰래 카메라의 쫄깃한 재미가 완성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