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희소성은 힘이 세다. 시대마저 잘 만나면 그 효력은 더 강력해진다. 깎아지른 이목구비의 소유자가 넘쳐나던 모델 세계에, 개성 강한 DNA를 정착한 김우빈의 등장.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새로운 트렌드를 갈구하는 시대의 요구와 한 개인의 개성이 맞아떨어진 절묘한 콜라보였다. 어떠한 규정도 거부하는 새로운 매력의 얼굴. 각도에 따라 오묘하게 달라지는 분위기. 길고 곧게 뻗은 팔다리…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매력을 무기로 김우빈은 그렇게 런웨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김우빈의 개성은 워낙 생경한 것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과 스크린에서도 그것을 탐했다. 드라마 ‘학교2013’ ‘상속자들’ ‘함부로 애틋하게’, 영화 ‘친구2’ ‘스물’로 이어진 그의 필모그래피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 김우빈을 두고 ‘타고난 자의 복’이라 하지는 말자. 김우빈을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다부진 어깨와 안정된 연기력 속에 숨어 있는 ‘사연들’이니 말이다. 왜소한 체격의 소년이 ‘어깨깡패’로 거듭나기까지, 타인과 눈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소년이 대중 앞에서 능청을 선보이기까지. 그 시간들 속에 숨어 있는 ‘안간힘’과 ‘악바리 근성’이 김우빈이라는 지금의 희소성을 만든 것일 테다.
빠르게 뻗어나가는 청춘에게 영화 ‘마스터’는 또 한 번의 기회다. 영화에서 브레인 박장군으로 분한 김우빈은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이병헌)과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사이를 ‘양면테이프’처럼 오가며 판을 흔들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미션을 무사히 완료해 낼까. 우려와 달리 ‘마스터’에 활기를 불어 넣는 건 의외로 김우빈이다. ‘기술자들’ ‘스물’ 캐릭터와 겹치는 감이 없지는 않으나, 선배 연기자들 앞에서 김우빈은 기죽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극을 끌고 나간다. 충무로의 러브콜이 김우빈을 향하는 이유, 그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Q. 살짝, 놀랐어요.
김우빈: 아니, 왜…….
Q. 인터뷰 현장에 도착해 있는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90도 폴더 인사를 하고 일일이 “식사 하셨어요?”라고 묻더군요. 예의바른 청년이란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쩜 저럴까’ 싶었어요.
김우빈: (손사래 치며)아, 아니에요. 이게, 어느 순간부터 잘못 됐어요. 뭔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은데, 저는 그냥 기본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Q. 인사라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쉬운 일도 아니거든요. 일부러 먼저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 건 더욱 더요.
김우빈: 친한 형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인사는 내가 편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요. 그 이야기가 나온 계기가 있어요. 형들이 숍에 갔는데 후배들이 있었대요. 분명 저 친구는 형을 봤는데 인사를 안 하니까, 형들이 먼저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저 누구입니다”라고 인사를 한 거죠. 사실 인사는 우리가 상대의 존재를 인식할 때 하는 기본적인 거잖아요? 그럼에도 안 할 때가 있는데 ‘인사를 해도 될까’라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이따 하면 되지’라는 게 있을 수도 있고, ‘못 봤으니까 넘어가자’ 일수도 있죠. 그런데 어느 쪽이든 해야 할 걸 안 하면 마음이 참 불편하거든요.
Q. 명쾌한 답이네요!
김우빈: 네. 하고 나면 굉장히 편해지는데 말이에요. 괜히 못 본 척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형들과 그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금 인사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그나저나 ‘스물’ 때와도 사뭇 달라진 느낌입니다. 많이 밝아진 느낌이랄까. 아, 보기 좋다는 의미에요.
김우빈: 아, 다행이네요.(웃음)
Q. 뭔가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김우빈: 선배님들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좋은 분들이 주위에 너무 많아서 느끼는 바가 큽니다.
Q. ‘마스터’ 현장도 그 연장이었겠죠? 선배 이병헌 강동원과의 작업. 부담과 기대 중 어느 쪽이 더 컸나요?
김우빈: 부담이 더 컸습니다. 이런 선배들과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죠. 그런데 얼마 후 오달수, 진경, 엄지원 선배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부담이 배가 됐어요. ‘아 이건 큰일 났구나!’ 현장에 긴장을 바짝 하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다행히 선배님들이 이미 너무 그 인물들로 계신 거예요. 덕분에 부담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어요.
Q 이병헌-강동원 두 선배에게서 어떤 점을 발견했나요.
김우빈: 두 분 모두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계세요. 기운 자체가 밝아서, 현장을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시죠. 다른 점이라면, 병헌 선배님은 아이디어 뱅크세요. 아이디어를 계속 던져요. 선배님 말씀으로는 “나는 질보다 양”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것저것 던져서 괜찮은 게 걸리면 된다”고 하시죠. 반면 동원이 형은 깊게 들어가서 이야기 할 것만 딱 하세요. 혼자 고민하다가 시나리오에 오류가 발견되면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다들 ‘아차’ 하죠. “왜 우리가 이걸 놓쳤을까~”하고요.
Q. 브레인 박장군을 연기한 김우빈은 현장에서 어땠나요?
김우빈: 일단 어떤 틀을 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천재인 듯하면서 ‘허당’인 모습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 천재 같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이 그러거든요. 평소엔 바보처럼 보이는데, 자기 분야에선 반짝 빛나요. 그런 면모를 장군에게 많이 반영했죠.
Q. 그나저나 이병헌 씨 호칭은 ‘선배님’이고, 강동원 씨 호칭은 ‘형’이군요.(웃음)
김우빈: 하하. 그건 안 친해서가 아니고요~(웃음) 영화 첫 리딩 후 가진 회식자리에서 동원이 형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둘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빨리 왔죠. 그때 동원이 형이 “그냥 형이라고 그래” 하시길래 호칭이 정리됐죠.(웃음) 병헌 선배님은 19살 차이가 나서 그런지 감히 형이라고 하기가…(웃음)
Q. 19살 차이…이병헌 씨가 나온 청춘 드라마에 대한 기억이 없겠네요?
김우빈: 있어요. ‘올인’(2003). ‘올인’은 봤습니다.
Q. ‘마스터’의 박장군은 ‘기술자들’에서 연기한 지혁과 겹쳐 보이는 인상이 있습니다.
김우빈: 작품을 고를 때 ‘기존에 했던 캐릭터니까 다른 걸 해야지’ ‘장르가 겹치니까 피해야지’라고 계산하진 않아요. 계산을 하다보면 뭔가 벽이 생길 것 같아서요. 시나리오에 순수한 마음으로 다다갈 수도 없을 것 같고요. 작품은 선택할 땐 재미와 공감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내가 연기해서 공감 가는 인물로 만들 수 있는가를 보죠.
Q. 흥미롭게도 그 부분에서는 강동원 씨와 정반대의 연기관을 지니고 있네요. 강동원 씨는 기존 작품과 장르-캐릭터가 겹치면 피하는 쪽이니까요.
김우빈: 아, 그래요? 그건 몰랐어요. 아…….
Q. 좋다/나쁘다의 문제라기보다는 취향/연기관의 문제라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김우빈: 그렇죠. 그런데 동원 형은 저보다 가진 게 많으시니까.(웃음)
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요?(웃음)
김우빈: 일단 내공 자체가 다르잖아요. 저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동원이 형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어리고 경험이 많이 없다보니 ‘일단 도전해 보자’ 쪽인데, 조금 더 하다보면 ‘동원이 형 말이 맞았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Q. 전작 ‘스물’에서는 또래 배우들과 삼각형을 형성했었습니다.
김우빈: 다른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스물’은 소풍가는 기분이 컸어요. 친한 친구들을 만나 하루를 신나게 즐기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촬영이 매번 기다려졌고요. 당시 준호(2PM)와 (강)하늘이가 엄청 바빴어요. 준호의 경우 태국 당일치기 공연을 하고 바로 현장으로 날아오곤 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잖아요. 지쳐서 차에 가서 쉴 법도 한데 밤새 수다 떨며 놀았어요. 호흡이 좋으니까 가능한 거였죠. 결국 우린 진짜 친구가 됐어요. 진짜 친구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스물’에 많이 투영됐고요. 반면 ‘마스터’는 고액과외를 받으러 학원에 가는 느낌이었어요. 배우고 싶었던 걸 학원에 가서 선생님들과 수다 떨고 물어보는 기분이었죠.
Q.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김우빈은 어떤 역할을 주로 담당하나요?
김우빈: 저는 리더 역이에요. 의외인가요? 모델 활동할 때 만난 친구들과 친한데, “오늘 모여!”라고 집합을 거는 게 저예요. 누가 “안 돼!” 그러면 “그래도 나와!” 그러죠.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Q. 모델 일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우리도 알 수 있겠네요.
김우빈: 아, 기사에 이름을 써 주시면 너무 고맙죠.
Q. 약속할게요.
김우빈: 일단, 장미관! 실명입니다. 생긴 것도 여자같아요. 모델 할 때 장발에 꽃미남이었죠. 그런데 얘가 군대 다녀오더니, 좀…(일동웃음) 미관이는 지금 박보영 씨와 드라마를 찍고 있어요. 그리고 최영민! 이 친구는 웹 드라마를 했는데, 영화 ‘기술자들’에도 나왔어요. ‘기술자들’에 나온 머리 긴 애, 라고 하면 아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 다음은 신석철이라고, 이 친구도 웹드라마를 하고 있습니다.
Q. 친구들 이야기 하는데, 아빠미소를 짓고 계시네요.
김우빈: 하하하, 이 친구들 분명히 잘 될 거예요. 제가 인정하는 친구들입니다.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제가 애들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죠.
Q. 그 또래 남자들은 모이면 뭐해요?
김우빈: 술 마시죠, 술. 이전에는 롯데월드도 가고 그랬어요.(웃음) 평일 밤 9시에 가면 자유이용권을 만원에 살 수 있어요. 밤은 또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다 빠지거든요. 그럼 줄을 안서고 한 시간 반 동안 가구 여섯 개를 탈 수 있죠. 그렇게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다들 바빠서 모이는 게 쉽지는 않네요.
Q. 장미관이라는 친구는 꽃미남 스타일이라고 했고, 모델 김우빈은 어디에 속했죠?
김우빈: 어땠을 것 같아요?
Q. 아마도…개성파?(웃음)
김우빈: 그렇죠! 그때라고 달랐겠어요?(웃음) 지금은 개성파가 적지 않은데 제가 활동할 때만 해도 (이)종석이를 비롯한 꽃미남 모델들이 대세였어요. 예쁘고, 여리 여리한. 그 사이에 특이하게 생긴 애가 나오니까 다들 새롭게 봐 주셨던 것 같아요. 저를 보며 “쟨, 뭐야?” 그러셨죠.(웃음) 덕분에 일을 많이 했던 것도 있어요.
Q. “쟨, 뭐야?” 하니까 극중 진회장 대사가 떠오르네요. 장군에게 “넌, 정체가 뭐야” 그랬던 가요?
김우빈: 맞아요. “넌 양면테이프냐? 이쪽에 붙고 저쪽에 붙게?”라고 하셨죠.
Q. 같은 질문을 배우 김우빈에게 한다면요?
김우빈: 하,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뭐…“이제 막 시작한 배우 김우빈입니다?”
Q. 이제 막이라고 하기엔…20대에 이룬 것도 많고요.
김우빈: 시간이 너무 빨라요. 그러고 보니 벌써 데뷔 8년이 됐어요. 늘 막내일 줄 알았는데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현장을 가니 동생들이 6-7명 있는 거예요.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동생들이 확 생기니까 뭔가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Q. ‘마스터’들의 방향키였던 조의석 감독님은 어땠나요.
김우빈: 캐릭터를 살려 주려고 힘 써 주셨어요. 그래서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는 말씀이 많이 없으셨어요.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 계신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죠. ‘많이 힘드신가’ 싶어서 뒤로 슬쩍 다가가면 귀신같이 “나는 네가 오고 있는 걸 알고 있다” 하셨어요.(웃음) 현장에서 제가 뿌리고 다닌 향수가 있었는데, 향으로 저의 동선을 읽으신 거죠. “이 현장은 너무 생각할 게 많다”고 하신 감독님이 생각나네요.
Q. 어떤 향으로 현장을 누비셨나요?
김우빈: 아, (손목을 기자 코끝에 대며) 이 향인데요~
Q. 오, 좋네요.
김우빈: 이게 장군이 향입니다!(웃음) 제가 향수가 많아요.
Q. 후각에 예민한 편인가 봐요.
김우빈: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작품마다 그에 맞는 향을 뿌려요. ‘기술자들’ 때부터 그랬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게 좋았나 봐요. 분위기에 맞는 향을 맡는 게 말이죠. 그래서 향수는 제가 좋아하는 걸 뿌려요. 남이 좋아할 게 아니라.
Q. 혹시 이성을 볼 때도 향에 끌리는 게 있나요?
김우빈: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잘 때요? 대답을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웃음) 잘 때는 향수를 안 뿌려요. 다퓨저는 곁에 두죠.
Q. 자기 이름을 내건 향수를 출시한 셀럽들이 꽤 있어요. 언제고 김우빈 이름을 내 건 향수를 낸다면, 어떤 향이었으면 해요?
김우빈: 달달하고, 상큼한 향이요. 남자 스킨 향 같은 건 별로에요.
Q. 앞으로 향수 관련 수식어가 붙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수식어가 꽤 있죠?
김우빈: 네 그 중에 ‘어깨 깡패’, 그 수식어 진짜 부담스러워요. 헬스장에 가면 괜히 ‘어깨가 얼마나 넓은가 보자’ 하고 바라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웃음) 어느 순간부터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기구를 집에 넣었어요. 이젠 헬스장을 안 갑니다.
Q. 활동반경이 제약되는 게 아쉽지는 않나요?
김우빈: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다녀요. 술집도 그렇고요. 다만 운동만은…남자들 특유의 그런 게 있거든요. 무언의 경쟁이랄까. 기대를 저 버리고 싶지 않은 남자의 마음이 있어요.(웃음). 근육이요? 근육 보다는 덤벨 무게! 무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무언의 경쟁이 있어요. 무거운 걸 드는 게 좋은 게 아닌데, 이게 참.(웃음) 저만 그런가~
Q. 어느 무게까지 들 수 있어요?
김우빈: 안 돼요. 이거 또 이야기 했다가 큰일 나요. “네가 진짜 그렇게 드나 보자” 이러면 낭패거든요.
Q. 댓글이나 주위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봐요.
김우빈: 안 보려고 하는데, 사람 심리가 참. 궁금해서 또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놓친 것을 알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런 때는 좋죠. 그리고 아무래도 조심하게 돼요. 제가 어린 친구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요.
Q. 지난해 여름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로 시청자들을 만났죠.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과하며 느낀 건 뭔가요?
김우빈: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저희 드라마가 가장 잘 나왔을 때의 시청률이 12.9% 입니다. 마지막 시청률은 8.4%였고요. 절대 안 된 게 아닌 거죠, 절대! 기대치에 비해 아쉬웠을 수는 있지만요. 사전 제작 작품이어서 다들 제2의 ‘태양의 후예’로 본 면이 있어요. 저희도 그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한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함부로 애틋하게’가 아니었다면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내가 살면서 받은 선물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에요. 그만큼 소중하죠. 감히 말씀드리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본 분들에겐 분명 좋은 기억이고 추억으로 남아 있으리라 믿어요.
Q. ‘마스터’는 20/30대/40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20대 대표로 이 작품에 참여했는데요, 언젠가 40대의 입장에서 이런 작품을 또 만나면 어떨까요.
김우빈: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그렇게 된다는 건 그때까지 제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잖아요? 그렇게 되면 선배들에게 받았던 이 기운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너무 즐거운 6개월이었기에 돌려드리고 싶어요.
Q. 오래도록 20대 젊음이고 싶지는 않아요?
김우빈: 저는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경험이 더 쌓이면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때의 제 모습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