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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극장가③]“이런 가족(家族)도 있다”…‘단지 세상의 끝·재키·매기스 플랜’

올해 설 극장가의 쌍두마차는 물으나마나 ‘더 킹’과 ‘공조’. 하지만 누군가는 늘 제 3의 길을 선호하는 법. 선택의 폭도 상당하다.

#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가족

씨네필이라면 ‘칸의 아이돌’ 자비에 돌란의 작품을 눈독 들일 게 자명하다. 프랑스 극작가 장 뤽 라갸르스의 동명 희곡을 영화화한 ‘단지 세상의 끝’이 그 주인공. 이 영화의 키포인트는 클로즈업으로 포착해 낸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등 명배우들의 미세한 얼굴 근육이다

영화는 12년 전에 떠난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데, 설 귀향길에 오른 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는 ‘두려움을 삭이고 그들을 만나러 간다’는 루이의 독백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병에 걸려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가족에게 가능 중이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또 가장 먼 존재이기도 하다. 12년 동안 교류가 없었던 이들에rps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 영화는 그들의 사연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화 사이사이에 들어선 미세한 얼굴표정이, 회상장면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 심리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이해는 못 해. 하지만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엄마(나탈리 베이)의 대사에, 아마도, 자비에 돌란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대상작이다.

# 이별을 준비하며

‘단지 세상의 끝’이 배우종합선물세트라면 ‘재키’는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배우의 1인 독무대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실존인물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 케네디로 분했다. 31살의 어린 나이에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된 재클린.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찬란한 낭만의 시절이 아닌,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이후 재클린이 겪은 4일 동안의 기록을 재구성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댈러스에서 리 오즈월드의 총격에 암살당하는 장면에서 출발하는 영화에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한 여인의 고독이 알알이 박혀있다. 남편이 죽자마자 재편성되는 정치의 냉정함 사이에서 재클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적으로 흐르는 드라마에 팽팽한 긴장을 두르는 것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다. 온갖 망상과 자아 분열에 휩싸인 한 예술가의 파멸을 그린 심리 스릴러 ‘블랙 스완’(2010)에서 눈부신 연기력을 선보였던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이 확장돼 가는 순간을 또 한 번 목격할 수 있다.

‘재키룩’을 완벽하게 구현한 의상 또한 볼거리다. 미국 역사상 가장 패셔너블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재클린의 모습이 나탈리 포트만을 통해 부활한 느낌이다. A라인 드레스와 볼륨이 풍성한 헤어스타일, 우아한 샤넬 수트 등이 시선을 잡아끈다. 영화는 ‘블랙스완’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 남편을 반품하고 싶나요?

통통 튀는 매력의 로맨스 물을 찾는 이들에게 적격인 영화가 있다. ‘매기스 플랜’이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감성파 뉴요커 매기(그레타 거윅)가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교수 존(에단 호크)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지만 그의 변해가는 모습에 뜻밖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 뉴욕 로맨스로 “내 사랑이 식어가는 게 겁이 날 지경”인 여자가 더 두려워지기 전에 사랑을 반품하려는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결혼과 이혼과 재혼, 그리고 그 안에 끼어있는 불륜. 복잡하게 엮인 어른들의 관계를 유쾌하게 이끄는 힘은 캐릭터와 배우들의 힘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죄다, 엉뚱한 면을 조금씩 움켜쥐고선 매력을 흘린다. 극중 줄리안 무어의 대사처럼 “어찌할 도리 없이” 인물들에게 빠져든다. 특히 ‘프란시스 하’로 국내에 알려진 그레타 거윅의 매력은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이다. 지적이며 위트 넘치고 엉뚱한 가운데 사랑스럽다. 로맨스 영화는 배우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한다. 신경쇄약 직전의 남자 존으로 분한 에단 호크와 존의 전처 조젯을 연기한 줄리언 무어의 능청스러운 고품격 코믹 연기 또한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것이 자명하다.

막장일 수 있는 드라마를 문학적인 대사를 빌어 유려하게 풀어낸 레베카 밀러 감독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의 딸이다. 다른 의미에서, 피는 진하다, 싶다. 영화는 세계적 평점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 사이트가 매년 여는 ‘골든 토마토 어워즈’ 로맨스 영화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믿고, 보시라.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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