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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뚝심 있는 양세종, 될성부른 나무가 되다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양세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양세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오랜 격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여기, 될성부른 나무가 있다. 첫 데뷔작부터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건 물론,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등 혁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인이라고 믿기지 않는 출중한 연기력에 훈훈한 외모는 덤이다.

그렇게, 양세종은 안방극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기 시작했다. 혹자는 그가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 말이 틀리지도 않은 것이,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한석규와 호흡을 맞추기에 앞서 그는 사전제작 드라마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통해 또 다른 대선배 이영애와 마주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세종은 정말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모두가 아는 사실이 있다. 실력이 있는, 준비된 자가 결국은 운을 거머쥔다는 것. 그 당연한 진리를 양세종이 또 다시 증명한 셈이다. 뚝심 있게, 자신이 가진 연기 철학과 인생 모토로 양세종은 어느새 ‘될성부른 나무’가 돼 자신만의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

Q. 어느덧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난 지도 꽤 됐어요. 어떤 기분이에요?
양세종:
아쉬움보다는 허한 느낌이에요. 정말 빨리 지나간 느낌이 들고, 같이 촬영했던 형과 누나, 선배님, 감독님들이 지금도 참 보고 싶어요. 정말 화목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했던 만큼 마음이 더 허한 것 같아요.

Q.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사임당 빛의 일기’로 다시 컴백하게 됐죠. 두 작품의 감독님은 어떻게 달랐나요?
양세종:
‘낭만닥터 김사부’의 유인식 감독님은 침착하시면서도 강한 분이에요. 외유내강이시죠. 그리고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완벽하신, 정말 좋은 분이셨죠. ‘사임당 빛의 일기’의 윤상호 감독님은 정말 유쾌하신 분이에요. 외형적으로는 정말 호랑이 같으신데 정말 따뜻하시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들을 걱정하고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고 보니 전 좋은 환경에서만 작품을 했어요. 정말 복 받은 것 같아요.

▲'낭만닥터 김사부' 도인범 역에 이어 '사임당 빛의 일기' 어린 이겸 역으로 활약 중인 배우 양세종(사진=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도인범 역에 이어 '사임당 빛의 일기' 어린 이겸 역으로 활약 중인 배우 양세종(사진=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캡처)

Q. 사극과 메디컬, 두 작품 다 쉬운 장르는 아니잖아요.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양세종:
맞아요. 특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첫 수술 장면이 어려웠어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고요.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했거든요. 병원 가서 직접 관찰도 하고 자문 선생님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웠어요. 복강경 수술 동영상도 참고했는데, 막상 수술실에 가서 리허설을 하니 생각한 것 이상의 부분들이 복병처럼 다가왔어요. 하지만 첫 수술이 지나니 다음부터는 손에 확 익더라고요.

Q. 사극은 어땠어요? 보통 사극 발성이나 말투에 차이를 둬야 해서 힘들다는 말들도 많던데.
양세종:
그런 부분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톤이나 말투보다는 캐릭터의 본질적인 부분을 찾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의 형상화를 잘 잡고 가니 부수적인 것들이 해결됐어요. 본질적인 부분을 찾는 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죠.

Q. 본질적인 부분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면…
양세종:
일단 생각과 상상을 많이 해요. 새벽에 걷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사람도 없고 그 시간대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좋잖아요. 어두컴컴하니 제가 상상해야하는 부분과 맞는 음악도 찾아듣고, 이 인물은 어떤 인물이고 혼자 있을 땐 뭘 할까, 집에 혼자 있을 때의 집 구조는 어떻게 돼 있을까, 물건은 어떤 식으로 진열하고 다룰까, 걸음걸이는 어떨까 등의 기초적인 것들을 계속 상상해 봐요. 그러면서 제 속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거죠.

Q.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 제작발표회에서 정말 심하게 떨어서, 극에서 혼자 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작품이 끝나기도 했지만, 지금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 기우였구나 싶네요(웃음).
양세종:
제가 플래시 공포증이 있거든요.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도 모르겠고요. 주목 받고 이러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시끄러운 곳도 싫어해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기도 하고.

▲양세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양세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외로운 걸 즐기는 건가요?
양세종:
음, 좋아하는 편이에요. 혼자 와인도 많이 마시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악을 들으면서 새벽에 많이 걷기도 하고요. 그런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Q. 새벽에 걷는다는 게 연기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 같아요. 혹시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한석규 씨가 직접적으로 연기 조언을 해준 부분은 없었나요?
양세종:
있었죠. 그걸로 인해 제 생각도 많이 바뀌고,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어요. 가치관도 달라지고.

Q.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이었는지.
양세종:
한석규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인범아, 나는 네가 짧게 가지 말고 멀리 가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주어진 걸 더 잘하면서 더 깊이 있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죠. 깊이 있으면서도 넓게, 제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 이상의 깊이 있는 생각들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돌이켜봐도 ‘낭만닥터 김사부’는 정말 제게 많은 가르침을 준 현장이었어요.

Q. 그렇다면 ‘낭만닥터 김사부’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양세종:
굉장히 뜻 깊고 값진 경험을 하게 한, 많은 가르침을 준 드라마예요. 죽을 때까지 생각날 것 같은 현장이었어요. 모든 분들이 그리울 것 같고요.

▲양세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양세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첫 도약을 잘 마쳤는데, 다시 최초의 시점으로 돌아가 볼게요. 연기자가 된 계기는 뭐였어요? 원래 연기를 계속 꿈꿔왔던 건지.
양세종:
아뇨.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연기에 대한 생각이 쌓여왔던 계기는 있었죠. 중 2때 영화나 만화책 등의 대여점 아르바이트를 2년 정도 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있던 영화나 만화책, 소설 같은 걸 거의 다 봤죠. 그러고 나서 학교에서 단체로 연극을 보러 갔었는데 이게 웬걸? 제가 저도 모르는 새에 웃고 있는 거예요. 감동을 받아서 마음도 간질간질했는데, 그런 제 자신이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봤죠. 친구들도 저처럼 다 웃고 있었어요. 그때 느꼈죠. 이거 참 매력적이라고, 내 일이다, 내가 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날이 기점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재수까지 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했어요.

Q. 신인임에도 다양한 장르 경험을 하게 됐잖아요. 본인이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점도 있나요?
양세종:
일단, 제게 주어지는 대로 다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굳이 하고 싶은 역할을 꼽아본다면… 작품에서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여자 선배님과 플라토닉적인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런 사랑으로 인해 이유 있는 장애물들과 맞서는, 풍성하고 복합적인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Q. 그런 계열의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 중에 인상 깊게 본 게 있다면.
양세종:
너무 많죠. 영화 ‘실버라이트닝 플레이북’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했던 역할도 정말 복합적인 캐릭터예요. 또, 브래들리 쿠퍼도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정말 잘 표현했죠. 배우들이 만든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구체적인 캐릭터들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Q. 본인이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와 배우로서 가진 목표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양세종:
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로서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인간 양세종으로서 목표를 두고 있지도 않고요. 굳이 꼽자면 지금 제게 주어진 걸 잘 해내는 게 목표예요. 가령 지금은 인터뷰를 잘 해내는 게 제 목표고요(웃음). 촬영할 땐 제가 맡은 캐릭터에 충실히 임해서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잘 전달하는 게 목표죠. 스케줄 없이 노는 날엔 노는 것에 집중하는 게 목표고. 그게 제 인생의 모토예요. 어떤 목표 없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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