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걸그룹 시장에서 여자친구의 성공은 고무적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록 사운드가 결합된 음악은 90년대 제이팝의 되풀이라는 데뷔 초반의 비판을 벗어나 여자친구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힘 있는 군무가 더해져 ‘파워청순’이라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여자친구 멤버의 이름을 죄 외우지 못하는 사람도 ‘오늘부터 우리는’의 후렴구는 어렵지 않게 따라 부를 수 있으리라.‘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60M를 9초 안에 달리거나 ‘진짜 사나이’에서 ‘먹방’을 보여주는 것이 성공의 밑거름으로 여겨지는 걸그룹 시장에서, 여자친구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성공했다.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꿈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Q. 오늘 두 번째 인터뷰네요. 첫 인터뷰 때 ‘꽈당’ 영상 얘기를 하면서 울었다고 들었어요.
유주: 기사에 나온 것처럼 ‘눈물바다’가 된 정도는 아니고요. 순간 당시 상황이 생각나면서 울컥했어요. 처음이에요, ‘꽈당’ 영상 얘기를 하면서 눈물이 난 건.
엄지: 그리고 저희는 유주 언니가 울컥한 모습을 보고 찔끔한 정도? 언니가 “뭐가 그렇게 아프겠어”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 말이 짠했어요.
유주: 안 아팠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세상에는 힘든 일이 더 많잖아요. (일동 웃음)
Q. 음원 차트가 공개된 뒤에는 안 울었어요? 타이틀곡 ‘핑거팁’이 1위로 진입했는데.
일동: 울지는 않았어요.
Q. 혹시 1위가 익숙해져서…?
엄지: 아유, 아뇨. 대신 티저가 공개될 때 울렁거렸어요. 멤버들끼리 ‘물마시다가도 체할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는 만큼, 기대도 있고 설렘도 있고 걱정도 있었어요. 컴백을 준비하는 느낌이 다른 때와는 달랐습니다.
Q. 달라진 콘셉트에 거부감을 드러낸 멤버는 없었나요.
소원: 콘셉트에 대해서는 없었어요. 다만 모든 노래가 모든 멤버의 마음에 들 수는 없으니, 반신반의하는 의견은 있었죠. 다들 욕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똑같이 갖고 있었어요.
Q. 콘셉트 소화가 어렵진 않았어요?
유주: 저는 메인보컬이니 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어요. 각 노래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창법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엄지: 안무로 인한 체력소비가 굉장히 커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뿌듯함도 큽니다. 이번에도 ‘파워’를 내세운 만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멋진 무대를 꾸미려고요.
Q. 엄지 양은 ‘너 그리고 나’ 활동 도중 다리 근육에 이상이 생겨 활동을 쉬었죠. 몸 상태는 어때요?
엄지: 굉장히 건강해요. 제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멤버들이 워낙 잘 챙겨주고 자주 연락을 주고받아서 늘 곁에 있는 것 같았어요. 막상 제가 숙소에 돌아오는 날엔, 멤버들 모두 자고 있었지만요. 하하하. 멤버들의 소중함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여자친구는 팀워크가 좋은 걸로 유명해요.
엄지: 연말에 시상식 무대를 준비하느라 오랜만에 ‘시간을 달려서’ 안무 연습을 한 적이 있어요. 다 같이 손을 잡고 원 대형으로 서 있었는데, 멤버들 모두 “여섯 명이 함께여서 좋다”는 얘기를 했어요.
소원: 팀워크는 어디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함께 지내다보니 성격도 서로 잘 맞아가요. 서로 불편하거나 서운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해서 푸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쌓아뒀다가 날을 잡고 얘기하곤 했는데, 의견 차는 좁혀져도 감정이 상한 건 풀리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언니건 동생이건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때 그 때 하는 편이에요.
Q. 숙소 생활이 즐겁겠어요.
엄지: 어느 정도 불편함은 있지만 멤버들끼리 있는 게 좋아요. 매번 ‘우리 사이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알게 돼요. 신기하고 감사해요.
신비: 여고생들끼리 수학여행에 가면 쉴 틈 없이 수다를 떨잖아요. 저희 숙소는 매일 그래요. 저는 원래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멤버들과 지내면서 말이 많아지고 있어요.
Q. 엄지 양은 쇼케이스 당시 소원 양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그 마음, 변함없나요.
엄지: 그럼요. 소원 언니랑 얘기하다가 ‘저는 언니한테 치여요(반해요)’라는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평소에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진지한 얘기를 할 때면 언니가 팀과 멤버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게 느껴져요.
소원: 제가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멤버들에게 항상 미안하죠. 그동안 제가 늘 막내였고 한 순간도 언니의 자리에 있던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멤버들과 지내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멤버들 덕분에 철이 든 셈이에요.
Q. 활동 3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1, 2년 차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원: 1년 차 때는 연습생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댓글이나 사람들 반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상처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알아서 걸러져요. 주변 사람들이 악플을 속상해 하면 오히려 제가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 다독일 정도에요. 멘탈이 강해졌다고 할까요.
엄지: 데뷔 초에는 스페셜 무대를 준비하는 게 힘들었어요. 안무가 너무 헷갈려서 무대에서 실수를 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안무를 익히고 외우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어요. 집중력도 높아졌고요.
Q. 연습생 시절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유주: 꾸며진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콘셉트를 보면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듯한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잖아요. 그게 딱 학교 다닐 때 제 모습이거든요. 제가 바라던 모습과 많이 비슷해요.
소원: 저는 반대였어요. 제가 연습을 꽤 오래했는데요, 저는 늘 파워풀하고 센 콘셉트로 테스트를 받곤 했어요. 사실 저는 내심 아기자기하고 청순한 노래를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그런 노래를 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연습생 언니 오빠들은 ‘너와 안 어울린다’고 말렸어요. 그 때만 해도 이런 콘셉트로 데뷔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해요.
엄지: 사람들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을 줄 수 있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었어요. 가끔 댓글 중에 ‘여자친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열심히 살고 싶다’, ‘힘이 난다’는 반응이 보이거든요. 제가 바랐던 걸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쁩니다.
Q. 활동을 하면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수의 모습이 바뀌어 가기도 할거고요.
엄지: 데뷔 전의 마음은 그대로 갖고 있는데, 팬 분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요. 딸 키우는 것처럼 훗날 저희를 보며 ‘잘 자라줬구나’ 느끼실 수 있게 항상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린: 제가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으며 꿈을 키운 것처럼, 저 또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데뷔 전부터 갖고 있어요. 누군가 저희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고요.
소원: 연습생 때는 꿈이 구체적이지 않았어요. 그저 춤이 좋고 노래가 좋아서 가수를 하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은 팬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분들이 여자친구의 팬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저희를 더 자랑스러워하는 버디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구체적인 꿈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