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정종철 임혁필이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900회 특집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차례 '개콘' 특집을 진행하면서 개그맨들이 불만을 토로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문제의 시작
'개콘'은 오는 21일 900회를 맞는다. 앞서 지난 7일부터 '개콘' 900회 특집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개그맨 유재석을 비롯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멤버들이 게스트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개콘' 연출자 이정규 PD는 기자간담회에서 "900회 특집을 3회에 걸쳐 하는 것은 침체된 '개콘'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약점으로 삼기 위해서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정종철 "섭섭하네요"
정종철은 2000년 KBS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공개된 '개콘' 900회 특집 레전드에서도 '갈갈이 패밀리', '사랑의가족', '마빡이', '생활사투리', '봉선화학당' 등의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봉선화학당'의 옥동자는 지금도 기억되는 정종철의 캐릭터로 꼽힌다.
하지만 정종철은 900회 특집에 초대받지 못했다. 정종철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에겐 고향같고 친정같은 곳인데 초대는 물론 인터뷰 요청도 받지 못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개콘' 개그맨들이 아닌 다른 유명인들이 '개콘' 900회 특집을 꾸민 것에 대해 제작진을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임혁필 가세…"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정종철의 글에 임혁필이 호응했다. 임혁필은 "동자야, 이런 일이 한두번이니"라고 위로했다. 임혁필은 1997년 KBS 13기 공채 개그맨이다. 정종철과 함께 '봉선화학당'에서 활약했고, 세바스찬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임혁필 역시 900회 특집에 초대받지 못했다.
문제는 임혁필의 글에 언급된 유재석이다. 임혁필은 "'개콘'이랑 아무 상관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고 썼다. 이후 "유재석을 비하했다", "유재석이 선배인데 예의가 없다" 등의 설전이 오가며 또 다른 논란으로 부각됐다.
◆반복되는 논란
과거 '개콘'에서 활약했던 개그맨들에게 상처를 준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개그콘서트-코미디 40년 특집' 방송 당시, 김석현 PD(현, tvN '코미디 빅리그' 연출자)는 "'개콘' 전설들은 아무도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석현 PD는 KBS에서 '개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연출자다. 그는 tvN 이적 후 '코빅'을 제작하고 있다.
김석현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에서 '코빅'이라는 이름은 언급돼서도 안 되는 존재인가 보다. 이제 작은 미련의 끈마저 놓으려 한다. 녹화에 초대받지 못한 그들에게 감히 말한다. 너희는 최고였으며 지금도 최고라고"라고 언급했다.
서수민 CP는 "이번 특집은 엄밀히 따지면 '개콘' 특집이 아니다. KBS 대표 개그프로그램에서 활동했던 원로 개그맨들과 현재 '개콘'에서 활약하는 멤버들이 꾸미는 무대"라면서 출연 제외설을 부인했다.
◆해명없는 '개콘'
이전보다 격렬한 출연자 제외 논란, 900회를 둘러싼 갈등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개콘' 쪽에선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콘'을 빛내고 아꼈던 선배들은 과거 영상만 이용됐을 뿐 정작 초대받지 못해 섭섭하고, 900회를 축하하기 위해 없는 시간도 쪼게 달려온 이들도 민망해 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제작진은 묵묵부답이다.
'개콘'은 오는 21일 진짜 900회를 맞는다. 서로에게 상처만 준 900회가 '개콘'의 도약점이 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더 큰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