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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로봇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사진=MBC '로봇이 아니야)
(사진=MBC '로봇이 아니야)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가 25일 종영했다. 방영 내내 2~3%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도 동시간대 방영된 수목드라마 가운데 가장 낮은 시청률을 보이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배우 유승호가 처음으로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라는 점에서 ‘로봇이 아니야’는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몇 년 간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 시스템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 또한 신선했다.

하지만 처음 두 편의 에피소드에서 ‘로봇이 아니야’가 보여준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방식뿐이었다.

연출을 맡은 정대윤PD는 “인공지능의 딥러닝 시스템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작품이 표현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자유의지가 없는 유사여성’에 불과했다.

▲배우 채수빈(사진=MBC '로봇이 아니야')
▲배우 채수빈(사진=MBC '로봇이 아니야')

새로운 주인 김민규(유승호 분)를 마주한 아지3가 “절 길들여주신다면 전 주인님을 위해 더 많은걸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로봇이 아니야’는 아지3에게 초인간적인 능력을 활용해 상대 남성에게 봉사하고 복종하는 여성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지3의 주체성은 완벽하게 배제된다.

또한 연구원들이 자신의 시중을 드는 인공지능 로봇 아지3(채수빈 분)에게 “추가 개발비를 타면 너에게 C컵 가슴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직장 내 성희롱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가 ‘로봇’인 탓에 이것은 하나의 ‘농담’이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아지3의 말 덕분에 가해자들은 면죄부까지 얻는다. 아지3가 지닌 여성으로서의 속성은 고민 없이 취하지만 아지3의 인격은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앞서 방영된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인공지능 로봇 보그맘(박한별 분)의 좌충우돌을 다룬 이 작품에서 보그맘은 아내와 어머니로서 기능할 뿐이다. 아지3와 마찬가지로 주체성은 거세됐다. ‘보그맘’ 방영 당시에도 이 같은 여성 캐릭터 운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한 치도 나아지지 못했다.

소재는 미래지향적이지만 여성 캐릭터에 투영된 판타지는 전근대적이다. ‘로봇이 아니야’가 실패한 원인은 불운 때문이 아니다. 극 초반 드러난 시대착오적 발상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방영된 KBS2 ‘마녀의 법정’이 전형성을 탈피한 여주인공을 내세워 호응을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로봇이 아니야’, 이건 아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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