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유혹자’가 화제성만 얻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는 3월 12일 첫 방송부터 5월 1일 종영까지 1~2%대(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드라마들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위대한 유혹자’는 매번 ‘자체 최저 시청률’을 또 한 번 기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위대한 유혹자’의 첫 회는 3.6%로 평소 MBC 드라마들이 보유한 수치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대한 유혹자’는 후반에도 반등에 실패했고, 4월 30일 방송한 29회는 자체 최저 시청률인 1.5%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는 지난해 MBC에서 방송한 ‘20세기 소년소녀’가 기록한 MBC 최저 시청률 1.8%보다 더 낮은 수치다. ‘20세기 소년소녀’는 MBC 파업과 맞물리면서 시청률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있었지만, ‘위대한 유혹자’는 달리 변명거리도 없다.
마지막 회는 1부 2.4%, 2부 2.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방송분이 기록한 시청률인 1.7%, 1.5%보다는 0.7%포인트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드라마와 비교할 때 민망한 수준이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는 11.9%로 두 자릿수를 차지하고 특집극인 SBS ‘엑시트’마저 4.6%의 시청률을 나타낸 가운데, ‘위대한 유혹’의 마지막은 초라했다.
‘위대한 유혹자’는 청춘남녀가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바치는 지도 모르고 위험한 사랑 게임에 뛰어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위태롭고 아름다운 스무 살 유혹 로맨스를 표방했으나 첫 회부터 밑도 끝도 없는 자극적인 대사를 내뱉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특히 클리셰가 범벅된 스토리에 권시현(우도환 분)이 은태희(조이 분)에게 왜 빠져드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초반 ‘위대한 유혹자’는 지난해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각광받았던 우도환의 첫 로맨스 작품이자 레드벨벳 조이(박수영)의 지상파 첫 주연작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김민재, 문가영까지 가세해 신선한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에 ‘위대한 유혹자’는 첫 회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늘 TV 화제성 지수 Top10(굿데이터 코퍼레이션 조사)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늘 좋았던 일로 화제가 된 건 아니었다. 먼저 방송 중반쯤인 지난 1일, 조이가 속한 그룹 레드벨벳은 평양에서 남북 합동공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위대한 유혹자’ 촬영 조율이 무산되면서 조이가 평양 공연에 합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감독으로 참여한 윤상이 “레드벨벳 같은 경우 처음 연출부의 섭외 때부터 많은 어려움들이 예상됐는데, 우려했던 대로 ‘완전체’로 참가를 하지는 못하게 된 상황이지만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모든 멤버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국가적인 행사에 전 날에야 불참 소식을 통보한 소속사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 MBC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치지 않았다.
여기에 종영한 다음 날인 2일, 우도환과 문가영의 열애설까지 등장했다. 이날 한 매체는 드라마 스태프의 말을 빌려 “현장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라고 보도했다. 우도환 소속사 키이스트와 문가영 소속사 SM C&C가 곧바로 “열애는 사실이 아니다. 두 사람은 정말 친한 동료 사이”라고 선을 그어 열애설은 일단락 됐지만, 작품이 좋지 않게 끝난 가운데 배우들의 열애설은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결국 ‘위대한 유혹자’는 드라마 자체는 엉망이었지만, 화제성만큼은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하게 됐다. 다만 시청자들은 MBC에서 화제성보다 작품성이 우선인 작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한편, MBC에서는 ‘위험한 유혹자’ 후속으로 정재영, 정유미, 이이경, 박은석, 스테파니 리 등이 출연하는 ‘검법남녀’를 편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