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윈터가든' 주식에 올인하겠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청자 반응 중 하나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소아외과 조교수 안정원(유연석)과 그를 짝사랑하는 율제병원 유일의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의 러브라인이 성사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시청자들은 '겨울+정원', 일명 '윈터가든'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신현빈은 '윈터가든'이라는 이름 자체가 예쁘다면서 "장겨울에 대한 설정들이 재밌게 느껴졌고, 그것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테마주였던 '윈터가든' 주식은 마지막 회에서 대박이 났다. 장겨울은 안정원을 찾아가 터져 나오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안정원은 입맞춤으로 장겨울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전 겨울이처럼 못 했을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겨울이는 사랑에 대한 상처가 없어서 그럴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선 겨울이가 용기가 있는 거죠. 받아줄 것 같아서 한 고백이 아니라 견딜 수 없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터져나온 고백이니까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겨울은 '연애 숙맥'이면서 동시에 '정도'만 고집하는 의사였다. 환자의 부모에게 초기 응급처치를 제대로 했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거나, 어려운 의학용어를 섞어 설명하는 등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탓에 극 초반 다소 친절하지 않은 캐릭터로 비쳤다.
의사로서 집중력 있게 자신의 맡은 바를 다하지만, 지나치게 솔직했던 장겨울은 점차 환자의 편에서 그들을 생각하는 의사로 성장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연애와 일에 관해 성장하는 장겨울의 성장극이기도 했다.
"저도 겨울이와 함께 성장했어요. 의학 용어로 가득한 대사를 외우는 게 쉽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저를 단련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성장하는 겨울이가 괜히 뭉클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인턴들을 교육하는 장면에서는 '겨울이 다 컸네'라는 생각이 들어 대견했어요."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을 넘긴 배우가 된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자신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연기할 때 걱정도 많고, 예민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었으나 장겨울 같은 무덤덤하고 우직한 캐릭터 덕분에 마음이 매우 편해졌다고 밝혔다.
"작품 자체가 가진 따뜻함도 있지만 함께한 사람들과의 따뜻함도 많이 남은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제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요. 캐릭터의 좋은 영향을 받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죠."
2010년 데뷔작 '방가? 방가!'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이주 노동자를 연기했던 신현빈은 지난 10년 동안 변호사, 기자 등 다양한 전문직들은 물론, 기구한 운명의 여성들도 여러 번 소화했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강한 욕망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보여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현빈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같은 사람이 맞냐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신현빈이 그동안 보여줬던 연기의 스펙트럼은 넓었다.
"안 해 봤던 캐릭터에 갈증이 커요. 연기에 나태해지고 싶지 않거든요. 큰 목표나 계획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지만 매일, 매 작품 충실하며 나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아직 나도 모르는 제 모습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같은 사람이었냐'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게 꾸준한 마음으로 연기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