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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다큐 잇' 노동권 사각지대, 대리운전 기사

▲EBS'다큐 잇' 대리운전(사진제공=EBS1)
▲EBS'다큐 잇' 대리운전(사진제공=EBS1)
EBS'다큐 잇'이 대리운전 기사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이 내고자 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3일 방송되는 EBS'다큐 잇-대리운전'에서는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된 대리운전 기사들의 노조 할 권리를 조명한다.

오늘도 길거리 곳곳에 하염없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스스로 길거리에 흩어져 모일 수 없는 ‘모래알’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해소하고 싶지만 눈앞의 현실이 급급한 대리운전 기사들은 한 곳에 뭉쳐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17일 제헌절, 고용노동부는 대리운전노조에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했다. 짧게 보면 428일 만에, 길게 보면 10년 만에 대리운전 기사의 노조 할 권리를 되찾은 것이다. 비로소 내딛은 첫걸음. 모래알과 같은 그들이 공고한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되어 그들의 노동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EBS'다큐 잇' 대리운전(사진제공=EBS1)
▲EBS'다큐 잇' 대리운전(사진제공=EBS1)
잘 되던 사업이 무너지고 남편을 따라 대리운전 기사의 길을 걸은 지 17년이 된 이영자 씨의 남편은 콜을 수행하러 가다가 하수로에 빠져 크게 다친 적이 있다. 3개월을 입원하고 6개월을 집에서 쉬어야 할 만큼 큰 사고였지만, 그가 업체로부터 받은 보상은 없다.

대리운전 기사는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 가입하려면 ‘전속성’이라는 한 업체에 소속되어 해당 업체의 일을 주로 하는지 그 관계를 따지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대리운전 기사들은 보통 여러 업체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오지(콜이 없는 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두운 갓길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영자 씨는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차량 불빛을 받으면 반사되어 ‘대리운전’이라는 글자가 빛나는 자체 제작 조끼를 입고 위험한 갓길을 걷는다. 항상 밝은 표정의 이영자 씨.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실이지만, 오늘도 열심히 밤거리를 달린다.

▲EBS'다큐 잇' 대리운전(사진제공=EBS1)
▲EBS'다큐 잇' 대리운전(사진제공=EBS1)
작년 10월, 대리운전 기사 일을 시작한 투잡 기사 김민호 씨.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그는 전국대리노조의 조합원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출근비, 앱 이용료, 높은 콜 수수료, 보험 중복 가입 등 대리운전 기사들의 피를 말리는 나쁜 관행을 모두 겪은 것. 그런데도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오늘도 일을 마치고 밤거리를 나선다. 일을 시작하고 가족과 외식하지 못했다는 김민호 씨. 콜을 기다리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김민호 씨는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을 품는다.

한 달에 한 번.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일명 ‘전투콜’을 탄다. 전투콜이란 노조의 부족한 재정을 위한 기금 마련 운동으로, 하루 수익을 모두 노조 재정에 기부하는 것이다. 보통 지부별로 전투콜을 타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부산지부와 경남지부가 합동으로 수행하기로 한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콜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기동차도 나선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모래알’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모래알은 거대한 돌덩어리에서 여러 요인으로 깨져 나와 부딪치고 깎이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부조리함에 깎여 나왔을 뿐 사실은 아주 단단한 집합체가 아닐까.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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