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갯벌과 황토의 경이로운 만남, 전라남도 무안에서 낙지, 양파, 황토고구마, 식용해파리까지 숨 쉬는 땅속에서 찾은 명품 먹거리들을 맛본다.
완연한 가을 하늘 아래, 검고 붉은 땅 위. 서로 의지하며 힘든 시절을 이겨낸 사람들이 결실의 계절을 맞았다. 세월을 품은 땅에서 배운 지혜와 손맛으로 풍요로운 밥상을 차린다.
검은 갯벌과 붉은 황토가 끝없이 펼쳐진 전남 무안.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갯벌과 유난히 붉고 비옥한 황토의 만남은 무안 특유의 깊은 풍미를 만든다. 드넓은 황토에서 자란 양파를 그릇으로 삼아 거기에 갓 잡은 세발낙지와 각종 해산물을 넣은 찜, 버릴 게 없는 고구마의 끝순으로 만든 끝순지, 소고기와 낙지를 버무린 쫀득쫀득한 육회낙지무침까지.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무안의 맛을 만난다.

해제면 창매리. 선선해진 날씨 따라 세발낙지잡이가 한창이다. 무안으로 시집온 김미경 씨는 아직도 갯벌 속에 살아 움직이는 생물들이 신기하다. 처음 이곳에 와 모든 게 낯설던 그녀를 마음으로 안아준 건 바로 두 시누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보살핌은 받은 김미경 씨 역시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시누이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도 세 사람은 함께 대롱(동죽)을 잡으며 끊임없는 웃음꽃을 피운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재료를 척척 챙겨와 음식을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됐다. 서로 나누고 위하는 세 사람이 정성스레 담은 배려의 맛을 만난다.


현경면 용정리에는 바닷물을 길어 고구마밭에 뿌리는 가족이 있다. 일명 해수 농법. 이맘때는 해수로 기른 친환경 제철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고구마를 키운 또 하나의 일등 공신을 꼽자면, 바로 무안의 드넓은 황토 붉은 땅을 맨발로 밟는 감촉이 그 무엇보다 좋다는 김현희 씨는 남편의 고향인 무안으로 돌아와 고구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김현희 씨에게 자식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는 고구마. 삼시 세끼 고구마를 먹어도 도통 질리지 않는다. 지난해 며느리가 생기며 함께 고구마 밥상을 만드는데 재미를 붙였다.


무안군 동남부 일로읍에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있다. 이곳에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바로 한 농부의 길몽이 이 백련지의 시초가 되었다. 그 전설 속 농부가 바로 장옥금 씨의 시아버지이다. 시아버지에게 연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물려받은 장옥금 씨는 어느덧 연 요리의 전문가가 되었다. 오늘은 마을 사람들과 모여 연 요리를 만든다는데. 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시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기억에 가슴이 아리다.


김형식 씨는 아버지에게 갑작스럽게 뇌경색이 찾아오자 건축을 공부하던 손으로 요리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10여 년 전, 아버지가 아플 당시에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는 가족들. 자식 앞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혼자 슬픔을 참은 어머니와 몸이 아파 누워있던 아버지를 위해 김형식 씨는 건강에 좋은 보약 밥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아버지의 건강은 거의 호전되었지만 아직도 김형식 씨는 아버지의 몸 상태를 살피며 한 번씩 기운을 차리게 하는 음식을 만들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