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이어가다, 백 년의 기억' 100에서는 서울의 중심 사대문 안 동네에서, 지난 100년을 넘어 더 빛날 내일의 100년을 이어갈 우리 이웃들의 역사, 그 행복한 기억들을 찾아가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아 100번째 여정이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수많은 도시와 동네, 골목을 다니며 만났던 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성실한 땀방울로 일구어온 행복한 기억들이었다. 그 기억들은 지난 역사를 넘어 앞으로 더 빛날 백년을 이어갈 동네의 유산이기도 하다.

2018년 뜨겁던 7월, 서울 중림동 만리동과 익선동 계동 등 오래된 서울의 동네에서 여정을 시작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그해 11월 24일부터 매주 한 바퀴, 또 한 바퀴를 지나 동네 100바퀴를 맞았다. 동네 한 바퀴 제100화는 한결같이 동네를 걸어온 김영철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100번째 동네 한 바퀴를 준비하며 밤잠을 설쳤다는 김영철. 동네 한 바퀴를 통해 오래된 것들이 건네는 위안, 작은 것들의 소중함, 가까이 있는 것들의 위대함을 배웠다는 동네지기 김영철의 속마음을 들어본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해 준 KBS 동네한바퀴 100화에 방송계의 선후배들도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 강부자, 장현성, 가수 태민(샤이니), 방송인 김구라, 알베르토 몬디 등이 동네 한 바퀴 100화에 축하의 말을 보탰다.

서울 이화동으로 발걸음을 옮긴 김영철, 이화동 절벽 아래에서 ‘달팽이길’을 만난다. 절벽 아래를 휘돌아감은 달팽이길은 서울에서도 손에 꼽히는 경치를 자랑한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달팽이길 경치도 장관이지만, 가파른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들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화동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삼삼오오 모여 집마당에서 부침개를 부치는 주민들을 만나게 된 김영철.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이웃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낸단다. 20대에 이화동으로 시집와서 4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어머니, 60년째 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는 이웃 등 오랜 동네친구 사이란다.
이화동에 자리 잡으면서 이곳 낙산 국민주택단지로 들어오게 됐다는 어머니는, 일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저녁마다 계단 아래에서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단다. 이제는 꿈과 희망을 모두 이루게 해준 동네가 되어 제 2의 고향이 됐다는 서울 이화동. 김영철은 낙산 아래 조그마한 집들이 모여 만든 동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행복한 집의 크기는 얼마일지, 우리가 잊고 살았던 행복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서울 이화동 골목에서 동네 한 바퀴는 100바퀴를 있게 해 준, 이 도시의 수많은 이름 없는 무명씨들의 집에 꽃 100송이를 선물로 꽂아두고 돌아온다.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올라오니 서울의 100년 된 명소, 옛 기상청 터에 그대로 자리 잡은 서울 기상관측소를 만나게 된다. 관측소와 함께 마련된 국립기상박물관에 들어가 보니 오래된 건물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알고 보니 1932년에 처음 지어진 기상관측소 건물을 재건축해 곳곳에 옛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다. 긴 세월 서울의 기상을 관측해온 기록을 읽으며 옛 서울의 계절과 날씨를 상상해보는 김영철. 박물관 한쪽에 전시된 측우기에서 조선 시대부터 이어온 서울 기상관측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 경복궁 옆 북촌 근처를 걷다가 간판도 없이 장사하는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안에 들어가 보니 떡집이라는데 가게 어디서도 도무지 떡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물으니 주로 주문을 받아 떡을 제작해 미리 떡을 만들어 놓지 않는단다. 가게 곳곳에 오래된 밀대와 쌀 됫박이 있는가 하면, 떡을 만드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옛날 사진이 예사롭지 않다.


혜화동은 오래된 동네다. 소박하게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연륜 묻어나는 음식점도 많다. 골목을 걷던 김영철의 눈에 시간이 고여있는 듯한 칼국수 집이 들어온다. ‘칼국수’ 간판만 덩그러니 달고 있는 가게 외관, 작은 문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문을 열어보니 바로 주방이 보여 여기가 식당인지 주방인지 헷갈리는데, 예전에 연탄 가게로 쓰던 공간을 이제는 가정집과 국수 가게로 쓰고 있단다.


서울 혜화동에는 이 동네의 랜드마크가 된 오래된 다방이 있다. 바로 마로니에 공원 맞은편에서 65년째 자리를 지키는 학림다방. 김영철 역시 학림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그 향수를 느끼러 들어가 본다.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다방은 그 이름처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나간 시간이 전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건네고 있다.
1987년부터 학림지기로 다방을 지키고 있는 사장은 창밖의 플라타너스 나무가 여린 가지에서 아름드리나무가 된 시간동안 이 곳을 지키며 서울에서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유산 하나를 지키는 마음으로 향기로운 커피를 끓여오고 있다. 지나간 추억을 소환해주는 달콤한 비엔나 커피는 주인장 학림지기가 직접 로스팅하는 학림의 낭만 메뉴. 김영철도 생크림 소복이 얹은 비엔나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이며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방명록을 펼쳐본다. 100번째 동네 한 바퀴가 찾아가고 싶은 길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시대가 변해도 그대로 지켜가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삼청동의 고궁 길을 걷다가 단팥죽 향기 달달한 가게로 들어서는 김영철. 가게에선 곱게 나이 든 어머니와 아들이 반갑게 맞아주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사장이라 하고, 아들은 어머니가 사장이라 소개하는 모습이 정겹다. 가게 이름의 뜻을 물으니, 앞으로 더 가야 할 길이 있다는 의미를 담아 첫째가 아닌 둘째로 간판 이름을 지었단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장사를 시작해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가게라는 이곳. 배고프던 시절, 모두의 만류를 무릅쓰고 찻집을 열었다는 어머니는 이북에서 피난 내려와 부산에서 맛보았던 어린 시절 단팥죽 한 그릇의 맛을 잊을 수 없어 그 단팥죽에 인생을 걸었단다. 대접받는 느낌의 호사스러운 세상 제일 맛난 음식. 피난길에 맛봤던 그 단팥죽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맛있다는 단팥죽 집을 다 다니며 연구한 끝에 지금의 단팥죽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서울의 중심가로 돌아온 김영철.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틈에서 청계천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낯선 장벽이 우뚝 서 있는 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독일 베를린시가 서울에 베를린 장벽 일부를 기증해 세웠다는 이곳은 ‘청계천 베를린광장’. 독일 분단의 평화로운 극복을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공간이다. 익숙한 도심 속 멀리 독일에서부터 온 장벽 앞에서 김영철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북녘 동네 한 바퀴도 꿈꿔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