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방송되는 MBN '소나무'에서 대물림된 신경섬유종증으로 인해 매 순간이 고비인 소영 씨, 그런 딸 앞에서 늘 죄인이 되는 엄마 숙이 씨.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두 손 꼭 잡고 버텨온 모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딸의 손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숙이 씨.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을 나이에 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집에만 있는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희소 유전질환의 일종인 신경섬유종증을 안고 태어나 끝을 알 수 없는 수술의 고통을 견디는 딸 소영 씨를 볼 때마다 엄마 숙이 씨는 죄인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처음으로 다시 되돌리고 싶다. 자신의 병이 딸에게까지 대물림된 모습에 죄책감으로 얼룩진 숙이 씨의 삶. 따가운 시선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이들은 언제쯤 대물림된 고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왼쪽 가슴부터 팔 그리고 손까지 이어지는 신경섬유종의 무게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은 숙이 씨를 곁에서 살뜰히 보살피는 사람은 쌍둥이 자매인 동생 소진 씨이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과 왼팔의 생김새가 달랐던 소영 씨는 결국 생후 100일 무렵, 희소 난치병인 제1형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받았다. 섬유종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커져 소영 씨의 왼쪽 가슴부터 왼팔까지 뒤덮었다. 상황은 점점 악화하여 뼈에도 신경섬유종이 생겨 S자로 휘어버린 척추에 핀 24개를 박는 수술을 진행했다. 열여덟 살의 나이에 장장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끝낸 소영 씨는 힘겹게 펜을 집어 들었다. 일상처럼 반복되는 수술을 받으며 마치 자신이 수술을 위해 태어난 몸처럼 느껴졌다는 소영 씨.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은 씻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았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도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한파가 찾아왔다. 소영 씨는 온몸을 가릴 수 있는 이 계절이 가장 좋다. 외출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는 소영 씨. 예쁘다는 엄마의 말에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렇게 꼼꼼하게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길을 걸어가는 소영 씨를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 더 돌아보거나 혀를 차는 사람들. 이럴 때면 꼭 자신이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만 같다. 항상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던 딸의 시무룩한 모습에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던 숙이 씨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다.
한날한시에 태어났는데 왜 나에게만 매 순간이 고비인 건지 소영 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너무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속상한 마음에 쌍둥이로 태어나 모든 고통을 홀로 짊어진 것만 같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동생을 원망도 해봤지만, 후회만 남았다. 친정엄마로부터 대물림된 신경섬유종을 딸에게까지 물려주어 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숙이 씨와 그런 엄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불편한 손으로 빨래를 개는 소영 씨. 하루하루를 있는 힘껏 버티는 것만이 최선이었던 모녀의 대물림된 아픔에도 맑은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