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마리아 사랑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윤영(이주영)은 병원을 뒤집어 놓은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이 자신의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의 부원장은 그녀가 그 사진을 가져가는 것을 본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 곳곳에 싱크 홀들이 생긴다. 윤영이 사는 동네는 재개발에 들어가고 그녀는 당장 주거지를 새로 찾아야 한다.
영화 '메기', 네 문장의 줄거리 안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담아낸다. 영화는 현실을 담아내지만, 청년은 어떻게 해야 하고, 믿음은 어떻게 무너지며, 불법 촬영물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다만 '메기'는 아이러니로 가득 찬 세상을 보여줄 뿐이다. 병원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 사람들은 남의 사생활을 찍은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다. 이름도 적혀 있지도 않고, 옷도 없고, 아무런 단서도 없는 그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집중할 뿐이다. 아이러니다. 잘못은 분명 불법 촬영물을 찍은 사람에게 있는데 사람들은 그에게는 관심도 없다.
서울 곳곳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 싱크홀의 장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생긴 싱크홀은 뜻밖에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다. 아이러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길이다"라는 문장은 이 세상의 아이러니를 해결할 방안으로 보인다. 우리는 실제로 구덩이에 빠졌을 때, 얼른 빠져나간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구덩이를 더 파는 행동을 한다. 구덩이에 사로잡혀 점점 더 큰 구덩이를 파 버린다.
하지만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왜 잘못된 행동인가?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믿는 건 어리석어서? 내가 보지 못한 어떤 행동을 듣고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그것이 나에게서 믿음을 뺏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윤영은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의 전 여자친구에게 성원이 그녀를 때렸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윤영이 보는 성원은 아주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기는 하나, 남을 때릴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 의심하고 의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연인 간 폭력은 생각보다 흔하기 때문에. 아무리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음은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윤영은 무섭다. 그것이 진실일까 무섭고, 진실이 아닌데 혹시 자신이 의심하는 것일까 무섭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부터 자꾸 목이 메인다. 그녀는 성원에게 진실을 과연 물어볼 수는 있을까?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이 보여주는 세계는 이렇게나 복잡하고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영화는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민망한 엑스레이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 윤영이 사직서를 낼 때 세 가지 버전으로 고민하는 모습, 파란 천 위를 수영복을 입고 뛰어다니며 피서라도 온 것처럼 하는 재개발 반대 시위, MOM이라는 타투에서 전 여자친구의 이니셜이 보여 심란한 현 여자친구. 영화는 현실의 뻑뻑함에서도 귀여운 측면들을 찾아낸다.
뻑뻑한 세상살이 속에서 그래도 명랑함을 건네는 모습이 꼭 건빵 속 별 사탕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 영화의 의미를 입안에서 굴려보게 만든다. 이옥섭 감독과 배우 구교환의 세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영화 '메기'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김민지 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