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Q.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감정 표현의 방점을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하다.
대본을 받은 뒤 원작 웹툰을 쭉 봤다. 웹툰도 연재 당시에 인기가 많았고, 내용도 재미있더라. 원작 웹툰이 있는 드라마를 선택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개인적으로는 원작 웹툰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이야기가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웹툰 원작 드라마를 자주 선택하는 것 같다.
스타일링은 고민을 좀 했다. 웹툰에는 강지원이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로 나온다. 그런데 난 '김 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그 스타일을 이미 했었다. 그래서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스타일을 할지 생각해봤고, 단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내가 먼저 단발머리가 하겠다고 제안했다. 실제 촬영을 하며 머리도 잘랐고, 그러면서 강지원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Q. 패션도 본인의 아이디어였나?
2013년에 유행한 패션을 찾아봤다. 오프숄더와 레오파드, 가죽 스키니 등이 있었다. 페도라 모자,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도 유행이었다. 그런 것들을 차용하려다보니 과하게 표현된 순간들이 있었다. 출근할 때 오프숄더로 출근한 '예방주사룩'은 내가 봐도 어깨를 덮어주고 싶긴 했다. (웃음)
'김 비서가 왜 그럴까', '그녀의 사생활', '기상청 사람들'까지 내가 직장인 역할만 네 번째다. 전작들과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은데, 더는 입을 옷이 없었다. 좀 더 잘해보려고 이번 작품을 앞두고 새로운 스타일리스트와 협업을 했는데 서로 열정이 넘쳤던 것 같다. 드라마적 허용으로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Q. 1회 차 인생에서 위암에 걸린 강지원을 보여주기 위해 37kg까지 다이어트를 했었다. 이 작품에 승부수를 던진 박민영의 독기와 절실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감독님께선 내가 그 정도로 살을 빼길 원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하하.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1화에서 강지원을 설명하는 말이 '떨리는 앙상한 손. 환자복 사이로 드러난 뼈. 건조하고 메마른 동공'이었다. 드라마에서 1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1화 중반까지 아픈 모습으로 나온다. 시청자들이 내 모습을 보고 '박민영 얼굴 무슨 일이야?'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아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의 요구보다 더 살을 뺐다. 6~7kg 가까이 감량했는데, 화면에 잡힌 내 모습을 보고는 "됐다"라고 생각했다.
Q. 인생 2회차 연기를 하면서 박민영이 위로를 얻은 순간이 있었는지?
거의 모든 신에서 위로를 얻었다. 특히 유지혁이 2회 차 인생을 살게 된 이유가 강지원 때문이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유지혁처럼 사랑을 베풀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때문에 그가 해준 모든 말이 삶의 조언이라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가장 어르신 같았던 인물이었다.
Q. 강지원과 유지혁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박민영의 인생도 강지원처럼 해피엔딩을 향해 가고 있길 바란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20~30대 때는 일만 했는데, 이제는 일의 성취감 말고 다른 행복을 찾아보고 싶었다. 암 환자 역할을 했던 것이 계기가 돼 암 병동에 기부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좋은 일을 하니 정말 행복하더라. 물질적인 풍요 말고 내가 진짜 행복한 순간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Q. 다음 작품에서 박민영은 어떤 모습일까?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외국 작품에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동안 안 해본 역할도 많다. 액션도 아직 해본 적 없고, 다음 작품은 로맨스 없는 걸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잘하는 건 알고 있으니 새로운 분야를 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로맨스 빠진 박민영, 나도 궁금하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얻은 것은 이런 소망들을 성사시킬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