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은퇴 후, 숲속 요새 같은 집에서 자연을 누리며 예술의 혼을 불태우고 있는 화가 부부의 집을 탐구한다.
◆도예가 여경란에게 영감과 휴식을 주는 집
경기 이천,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는 ‘사부작 길’에 위치한 집. 오늘의 주인공은 단단하게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 집이다. 성문 같은 커다란 문을 열고 나오는 건 ‘서민의 미술’이라 불리던 민화를 통해 서민들의 생활상과 기복신앙을 표현하는 도예가 여경란이다.
예술가의 집이라 화려한 외관일 것 같지만, 실상은 거푸집을 떼어낸 모습 그대로. 이발소 마크로 쓰이는 삼색등이 달려있으나 로고는 없고, 간판 자리엔 전선만 삐죽 튀어나와 있다. 어딘가 허술한 것 같지만, 실상은 건축주의 기획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집이다. 재료의 물성을 살려 심플한 외관 덕에 안에 장식된 작품들은 더 빛날 수 있었다.

여경란 작가의 생활공간은 2층. 리프트를 타고 개인 작업실을 지나면 만날 수 있다. 열 명은 함께 먹을 수 있는 큰 식탁과 부엌이 메인인 공간. 그런데 가장 돋보이는 건 입구에 떡 하니 자리 잡은 커다란 야자수이다. 이 나무를 위해 천정고를 높이는 것은 물론 천창까지 만들었다는 건축주. 게다가 화분에 심는 게 아닌, 땅에다 심었다는데… 나무가 뿌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도록 바닥을 파, 60cm의 토심을 확보했다. 굳이 야자수를 심은 건 이 공간이 가진 의미가 ‘휴식’이기 때문. 따뜻한 나라의 야자수 아래 휴식을 취하는 순간을 꿈꿨다는 건축주는 힐링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첫 해외여행으로 떠났던 일본의 기억을 담아 다다미방을 만들고, 7m의 수조와 이어져 수평선이 보이는 호텔처럼 넓은 욕실을 내고, 앞뒤로 뚫린 야외공간까지 갖춰 언제나 여행 온 느낌이 든다는 건축주. 키 큰 자작나무 덕에 1층부터 3층의 모든 창으로 나무의 초록 잎을 감상할 수 있어, 이 집은 작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만든다는 도예가 여경란의 집. 그녀만의 영감과 휴식의 공간을 탐구한다.

충남 논산,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가면 숲속에 자리 잡은 네모난 집이 보인다. 지천이 먹거리인 뒷마당과 마을 풍경이 내다보이는 앞마당까지 가진 이곳은 화가 부부의 집이다.
입시 미술을 가르치던 화가 부부. 두 사람은 도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은퇴 후 시골로 귀촌했다. 대게 그렇듯, 나만의 작업실이 있는 집을 꿈꿨던 두 사람. 대나무가 무성한 경사지를 흥정도 없이 덜컥 사곤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됐다는데, 그 힘들다는 집짓기가 이들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단다.

북쪽으로 창을 내어 울창한 숲과 계곡을 보면서도, 채광도 좋고 마을도 내려다보이는 남쪽에도 창을 낸 집. 덕분에 이 집의 거실은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맞바람이 치는 시원한 공간이 됐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이 보물이니 거실에 커튼도 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을 정도.

이 집의 메인은 역시 작업실! 소묘 화가지만 취미 부자인 남편의 작업실은 동굴 같은 1층에, 수채화로 풍경을 그리는 아내의 작업실은 전망 좋은 2층에 자리 잡았다. 작업할 때만큼은 서로가 각자의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떨어져 있다는 부부. 인생에서 처음으로 방을 갖게 됐다는 남편은, 이곳에서 인생 2막이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