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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불호가 없어서 더욱 매력적인, 배우 채정안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여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다양한 감정들이 얽혀있다. 괜스레 새침데기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저 사람, 왠지 깍쟁이일 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가설이 덧씌워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여배우들은 편견에 맞서 싸우는 꼴인데, 사실 정말 억울한 일이다. “전 정말 털털한 사람이에요”라는 말이 여배우 인터뷰의 단골 멘트가 된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여배우의 ‘털털하다’는 말은 ‘식상한 멘트’로 취급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에 채정안은 조금 자유롭다.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이후 ‘구여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채정안은 사실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를 이르는 신조어) 전문 배우로 꼽혀왔으나, 그를 둘러싼 편견은 딱히 없는 듯하다. 각종 예능을 통해 털털함이 드러나서일까, 데뷔 20년차기에 이런 편견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 걸까. 도회적인 이미지여도 ‘옆집 언니’와 같은 친근함을 가진 배우 채정안을 만났다.

Q. ‘딴따라’가 드디어 끝났네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채정안:
종영한지는 좀 됐어도 쉬진 못하고 있어요. 쫑파티 연속인 나날이거든요. 드라마는 끝났어도 모임은 꾸준히 갖고 있습니다(웃음).

Q. ‘딴따라’의 현장 분위기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어요.
채정안:
현장 분위기의 8할은 혜리가 만든 것 같아요. 혜리가 웃음이 한 번 터지면 도통 수습이 안돼서, 웃음이 터지는 순간 제작진부터 배우들까지 ‘저거 이제 못 끊겠다. 어쩌지’ 했었거든요.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안 좋았다면 그렇게 크게 웃을 일이 없었을 거예요. 일단 저 같은 경우는, 혜리를 비롯해 배우들이 거의 다 어리다보니 특유의 젊고 파릇파릇한 기운이 있더라고요. 촬영장 가면 기분도 좋고 NG도 잘 안 나고… 끝나면 다 같이 몰려가서 식사도 하고 그랬어요. 뭐랄까,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죠.

Q. 보통 현장 분위기는 예민한 편인데 의외네요.
채정안:
저도 정말 이런 현장은 새로웠어요. 이전에 겪었던 현장과는 확실히 달랐죠. 대부분의 현장은 촬영 일정 때문에 다들 피곤해하고 또 예민했어요. 그래서 조심해야하는 분위기가 깔려있었는데, ‘딴따라’ 현장은 달랐죠. 다들 건강한 느낌이어서 정말 좋았어요.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Q. 사실 채정안 씨는 가수이기도 하죠. 좀 더 남달랐을 것 같아요.
채정안:
제가 활동하던 당시와 ‘딴따라’에서 그려진 환경은 확연하게 달라요. 작업하는 현장 자체가 좋아졌거든요. 그리고, 사실 제가 가수로 활동할 땐 기계적으로 스케줄만 소화했어요. 여유도 없이 그냥 매니저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죠. 하지만 지금은 정말 달라졌다고 느낀 게, 요새 연기하는 아이돌들이 정말 많잖아요. 근데,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그 친구들 머릿속에 계획이 짜여있어요.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훨씬 프로페셔널하죠. 요즘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게 참 많아요.

Q. 쭉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딴따라’에서는 제작자가 됐어요. 지켜보는 역할, 많이 어색하진 않았나요?
채정안:
전 평소에도 매니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요. 매니저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죠. 이번 드라마로 더 느낀 건, 어떤 현장이든 최고가 되기 위해선 어설프게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현실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정말 매니저들은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거죠. 배우들은 사실 매니저가 처절한 투쟁 끝에 가져온 결과물을 ‘보기만’ 하니까요.

Q. 매니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채정안:
사실 전에는 ‘이 사람이 정말 내 편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어요. 전 정말 다행히도, ‘내 편’이었던 사람들과 일을 해온 편이죠. ‘딴따라’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요. “내 편이 되는 매니저가 돼야 한다.” 전 이 대사가 정말 와 닿았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내 편이면 자신감 있게 일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을 매니저로 가진 아티스트는 행운이죠. 전 좋은 매니저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Q. ‘채정안’이라는 배우가 대중에게 호불호가 거의 없는 편이라는 것도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채정안:
저요? 저 별로 매력 없는데(웃음).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Q.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의 한유주 역할 때문인지, 채정안 씨는 구여친(헤어진 여자친구)의 아이콘으로 꼽혀요. 실제 채정안 씨와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말이죠.
채정안:
그때 더 뽕을 뺐어야 하는데!(일동 폭소) 최근까지도 ‘구여친’ 하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려원 씨(유희진 역), ‘또 오해영’의 전혜빈 씨(오해영 역)와 함께 거론이 되더라고요. ‘커프’ 자체를 재밌게 찍긴 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회자되는 게 신기하고 또 행운이다 싶어요.

Q. 정형화된 이미지에 대한 경계심은 없나요?
채정안:
일단, 그 이미지를 깨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그 이미지에 갇혔다는 느낌은 분명히 들죠. 근데 다른 이미지를 찾아보는 건 이미 늦은 것 같고요. ‘커프’ 언급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걸 깰만한 배역도 배역이지만, 일단은 그걸 넘을 연기를 보여드려야죠. 조금씩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이미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작인 ‘용팔이’ 이채영도, ‘딴따라’ 여민주도 그래요. 차별화된 이미지로 조금씩 전진 중이거든요. 딱 맞는 작품을 만난다면 변화도 쉽지 않을까요?

Q. 원하는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로도 들리네요.
채정안:
사랑 받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보여드리고 싶은 다양한 감정들이 있는데, 이걸 꺼내놓으면 절절한 로맨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사실 힘을 뺀 연기도 좋아요. 이번 ‘딴따라’는 반쯤은 시트콤 찍는 느낌이었거든요. ‘커프’도 이선균 씨와의 감정신 몇 개만 빼면 굉장히 ‘프리한’ 상태로 찍었어요. 여배우가 안 예뻐야 하는 드라마에도 관심이 있죠. ‘또 오해영’이 아주 인기가 많다면서요?

Q. 그런 역할에도 욕심이 있나요? 차도녀는 많이 해봤으니, 보통녀 같은 역할도 괜찮을 것 같아요.
채정안:
‘보통女’보다는 ‘보통 이하女’에 관심이 있어요. 아, 이거 너무 뻔한가(웃음).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Q.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돌이켜보면 숨 가쁘게 달려왔을 것 같은데.
채정안:
솔직하게 말할게요. 숨 가쁘게 일을 하진 않았어요(일동 폭소). 철없던 시절에 가수와 영화, 드라마를 한 번에 같이 한 적도 있었고, 드라마에서 가수로 나온 적도 있었어요. 그런 점이 아쉽죠. 너무 기계처럼 일했다는 게… 그 순간의 가치를 몰랐던 것 같아요. 그 때가 가장 바빴는데, 사실 가장 아쉬운 시기기도 해요.

Q. 바쁨에 대한 갈증이 있나요?
채정안:
그건 아니에요. 그때처럼 바쁘고 싶진 않거든요. 전 특별히 대단한 배우도 아니고 장기가 있는 배우도 아니에요. 그저 사람을 좋아하고 빨리 친해질 줄 아는 사람일 뿐이죠. 큰 욕심은 없어요. 그냥 이렇게 사람들 많이 만나고 현장에 있는 게 좋아요.

Q. 지난해 ‘무한도전’ 토토가를 시작으로 90년대 열풍이 불고 있어요. 가수 시절이 그립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채정안:
작년에 ‘토토즐’ 콘서트에 3번 정도 참여했었는데, 무대에 서니 평소의 흥과는 또 다른 에너지와 흥이 샘솟더라고요. 안무를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을 트니 저도 모르게 몸이 기억하는 거예요. 앞으로 OST를 부른다던가 하는 작업엔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피처링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아, 물론 ‘뽕끼’는 뺄 거고요(웃음). 노래했던 건 언제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리고 누군가의 추억에는 제 노래가 주는 향수가 있잖아요. 거기서 제가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정말 좋아요. ‘딴따라’ 쫑파티 때도 제 노래로 다들 춤추고 놀았는데, 이 노래 불러놓길 참 잘했다 싶었어요.

Q. ‘슈가맨’에서도 채정안 씨가 자주 거론된다고 들었어요.
채정안:
사실 ‘슈가맨’에서 출연 제의를 받긴 했었어요. 근데 마침 제가 그때 딱 춤출 기분이 아니었죠(웃음). 그때가 정초였는데, 나이 먹고 기운이 가라앉았었는지 노래하고 춤출 흥이 안 나는 거예요. 작년에 무대에 가수로 서봤어서 지금 앞에 나서서 뭘 하는 게 두렵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좀 재밌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닿으면 해보려고 해요.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배우 채정안(사진=더좋은이엔티)

Q. 가수가 아닌, 배우 채정안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요.
채정안:
아직 결정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쉬지 않고 활동하고 싶어요. 에너지를 다 발산하지 못한 느낌이거든요. 다 쏟아내고 싶어요.

Q. 채정안이 가진 목표나 꿈은 뭘까요.
채정안:
작품에서, ‘채정안이어서’ 더 돋보였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똑같은 차도녀 역할이어도 채정안이 하면 더 돋보인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배역에 깊게 들어가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실 남의 연기를 잘 안 봤었어요. 스스로 좀 기피했었죠. 지금은 꽤 보는 편인데, 특히 요즘은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대선배들의 ‘디마프’를 보고있자면, 고수들이 칼자루를 쥐고 날아다니며 연기하는 게 느껴져요. 후배로서 정말 동경의 대상이죠. 정말 행복해보이시거든요. 저도 그런 역할과 작품을 만나 현장에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매번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아쉬움보다 행복이 더 큰 작품을 하고 싶어요. 빨리요(웃음).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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