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이미지 탈피를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는 대중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다. 배우가 캐릭터에 몰입하고 변신에 성공하면 비로소 대중에게 찬사를 받는다.
배우 이정진이 그렇다.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닌 그가 영화 ‘트릭’을 통해 기존과 다른 느낌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그는 시청률에 미쳐 자극적인 조작을 일삼는 석진 PD로 분해,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영화에서 자신의 악랄함을 마주한 소감을 묻자 “굉장히 착하게 나오더라”며 능청스럽게 대꾸한 이정진은 이내 “새로운 느낌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영화를 보기 전, 젠틀한 이미지의 그가 악하게 나온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었다. 그래서 석진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한 이정진의 변화가 더욱 반갑다.
석진PD는 시청률에 목숨 거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시청률은 분명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연배우로서 작품을 끌고 가는 이정진은 흥행에 얼마나 일희일비하는지 궁금했다.
이정진은 시청률이나 영화 관객 수에 무신경할 수 없는 현실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제가 출연한 드라마, 예능의 시청률에 전혀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어요.”라며 어느 정도 흥행의 부담감을 느끼는 상황을 알렸다.
이어 “물론 영화 ‘트릭’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창조된 이야기지만, 이런 자극과 조작에 대한 게 단순 방송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한민국 구성원 중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굉장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분명 그 사람에 대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평을 들 정도로 과한 욕심을 내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사회적 범주로 넓혔다.
이정진은 "영화 촬영 내내 특별히 힘들었던 것은 없었어요. 단지 석진이란 인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에 대해 고민했던 건 있죠. 그저 ‘나쁘다’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끝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석진을 두고 관객들의 다양한 감정과 평가들이 나오길 원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정진과 석진PD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묻자 “저도 그런 면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석진PD는 과장된 면이 있죠. 전 석진과 달리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잘 안 해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하면서 처음으로 욕을 배웠다고 봐도 무방해요(웃음). 욕하는 연기가 어색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전 늘 재밌는 사람이에요. 아재개그도 많이 하면서요.”라고 자신의 실제 모습에 대해 말했다.
이정진은 캐릭터에 현실감을 더하기위해 의상 등에 신경 쓴 점도 알렸다. 그는 “실제 촬영 현장처럼 빨간 아웃도어 점퍼를 입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들 스타일을 재현했죠. 다른 배우들은 진짜 추웠는데 전 병원 실내에서는 더워서 잠바를 팔에 감고 있기도 했어요. 아마 제가 감독님보다 더 따뜻했던 것 같아요(웃음). 특히 얇은 니트만 입고 촬영한 강예원 씨에게는 미안하더라고요.”라며 추운 겨울 진행됐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반대로 배우 김태훈이 ‘트릭’에서 연기한 시한부 환자 역할을 이정진이 했으면 어땠을까. 잠깐 김태훈과의 배역 체인지를 상상하던 이정진은 “환자 역을 한다면 관객들이 몰입이 될까요? 다들 제가 시한부답지 않게 너무 건강해 보인다고 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해 취재진마저 웃게 했다.
연기의 즐거움에 대해 말한 이정진에게 ‘사진’에 대한 주제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작가로 개인전을 열며 활동해온 그는 오는 8월 부산국제사진페어에 참여하고, 외국에서도 사진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정진은 사진작가로 지향하는 바에 대해 묻자 “사진을 계속 찍겠지만 본업은 배우예요. 최근에는 트와이스 쯔위 화보를 찍었더니 걸그룹 전문 사진작가가 된 느낌이죠. 그 전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연예인의 화보들을 찍으면서 더 화제가 됐어요”라며 “신구, 최불암 선생님 등, 많은 선배님들 사진을 찍고 싶어요. 그래서 방송사에 거는 게 목표이죠. 방송, 영화계가 발전하는데 충분히 기여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작가로서 욕심도 나는데 후배로서 더 하고 싶어요”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귀띔했다. 연기, 사진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고, 즐겁게 잘 해나가는 이정진의 앞날은 더 빛날 거란 긍정적인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