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리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구하라와의 ‘우정사진’을 게재했다가 누리꾼들의 철퇴를 맞았다. 빅 사이즈 티셔츠 안에 설리와 구하라가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 그러나 문제는 두 사람이 티셔츠‘만’ 입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사진이 소아 성애적 분위기를 의도했다는 지적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같이 일었다.
존슨앤존슨 사에 강력한 항의 메일을 보내며 집단행동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존슨앤존슨 한국 지사의 한 관계자는 “해당 사진과 관련해 브랜드 사용 협의가 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추후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태다. 논란이 불거지자 설리는 사진을 삭제한 뒤 “오해 그만”이라는 글을 남기며 진화에 나섰다.

남친과의 셀카에 웬 국민 정서?
설리의 SNS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최자와의 데이트 사진을 업데이트하면서부터다. 20대 초반 걸그룹 출신 여자 연예인과 30대 중반 래퍼. 동화 ‘미녀와 야수’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의 연애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그래서 설리가 올리는 모든 사진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중 최고는 아마 지난 4월 공개한 최자와의 침대 셀카일 테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졌고 수 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의 댓글이 설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연예인(혹은 공인)이 그러면 안 되지” 혹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관종(관심종자, 관심을 얻고 싶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등등.
재밌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 삼은 이 사진에서 두 사람의 스킨십은 손을 맞잡고 뽀뽀를 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성인이다. 당장 SNS를 둘러보더라도 이 정도의 커플 사진은 얼마든지 있다. 사진에 대한 호오는 존재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시비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악플이나 성희롱 댓글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참지 못하는 것은 ‘복숭아’ 같던 설리의 주체적인 욕구 아닐까.

설리의 ‘노브라’, 노림수? 여성운동?
설리는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노브라’ 차림으로 보이는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해당 사진은 즉각 설리의 속옷 착용 여부에 대한 공방을 불러왔고 이는 곧 도덕성 심판으로까지 이어졌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다”는 걱정과 “보기 불편하다”는 성토, 급기야 “섹스어필을 노린 것”이라는 비난까지 터져 나왔다.
반면 설리를 향한 비난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설리의 노브라 사진이 성적인 맥락에서 해석되는 것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다. “노브라가 어때서?”라는 반문과 “니플 프리덤(Nipple Freedom)”이라는 외침, 급기야 “여성들을 답답하게 하는 건 속옷이 아니라 그들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이라는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결국 설리의 속옷 착용 여부에 대한 논쟁은 그녀가 페미니스트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그런데 설리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중요한 일일까? 설령 설리를 단죄하고 그에게 속옷을 다시 입힌다한들, 여성들이 얻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글쎄, 속옷을 입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

로타와 설리의 불편한 컬래보레이션
그리고 로리타 콤플레스(이하 로리콘) 논란이 있다. 가장 뜨겁고 가장 어려운 문제.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사진작가 로타와의 작업물이다. 소녀적인 색체를 띄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섹슈얼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들 말이다.
우리는 지난해 아이유의 ‘제제’ 논란 당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유가 지속적으로 로리콘 요소를 콘셉트에 녹였다는 주장과 사람들의 색안경일 뿐이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애초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문제였다.
설리와 로타의 사진도 그렇다. 야하게 보이게끔 만든 설리의 문제냐, 야하게 보는 누리꾼의 문제냐. 설리는 “오해”라고 해명했고 로타 역시 “나는 로리타 취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누리꾼의 색안경으로 탓을 돌리기엔, 이번 ‘우정 사진’에 담긴 섹슈얼한 코드가 너무나 적나라하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요, 결정은 설리의 몫이다. 만약 로타와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면, 설리의 ‘노브라’ 사진이나 최자와의 침대 셀카는 응원 받을 수 있었을까.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설리에게서 비롯된 진취적인 담론이 “그거, 로리콘 아니야?”라는 말로 힘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