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임성훈 박소현이 900회를 맞으며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등 훈훈한 면모를 보였다. 2년 후 도래할 1000회에 대한 기대감을 덧붙인 건 물론,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돌파하고자 한 PD의 고뇌도 눈에 띄었다.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 양천구 목동 SBS 시사실에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일이) 900회 특집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프로그램 MC 임성훈 박소현과 이윤아 아나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등이 참석했다.
이날 임성훈은 "1회부터 900회까지 남녀MC가 변동 없이 온 건 저희 프로가 처음이라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방송하며 남녀MC 바뀌는 게 흔한 건 여자MC가 결혼하면 신혼여행도 가고 아기 낳고 하면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박소현이 시집을 안 가준 덕분에 이 이런 기록이 남기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소현은 "보통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100회 특집을 하면 '900회 1000회까지 잘 갔음 좋겠다'고 덕담 하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말로만 듣던 900회를 맞으니 너무 감동적이다"고 감회를 밝혔다. "시청자 제보로 이뤄진 프로그램이 이렇게 오랜기간 사랑 받았는데, 바로 그 프로그램의 MC라 행복하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박소현은 임성훈의 부탁을 언급했다. 박소현은 "임성훈이 항상 욕심은 없다. 그런데 처음으로 나한테 1000회까지 하자고 했다. 이번에 결혼 출산은 1000회 바라보고 미루면 안되겠냐고 농담도 하더라"고 말했고, 임성훈은 "2년 후가 딱 1000회다. 내후년까지만 박소현씨가 버텨주시면"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임성훈은 프로그램이 900회까지 오도록 꾸준히 사랑 받은 비결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남녀노소가 우리 프로를 좋아한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까닭은 3가지가 있다. 어린이는 자신의 또래들의 타고난 재주를 보며 꿈을 키울 것이고, 직장인이나 중 장년층들은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연을 보며 용기를 얻을 것이고, 나이드신 분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애정을 보며 부부 사랑이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며 프로그램이 가진 대중성을 짚어냈다.
임성훈은 또 "'세상에 이런 일이'는 어떤 경우에 어려움이 닥치면 시청자에 소개해주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솔루션을 제시해주려 한다. 병원을 연계해주거나 수술 필요하면 수술해드리고 도움도 많이 드렸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시뿐만 아니라 해결도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가 그런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많은 이를 찾아보고 그들을 변화시킨 '세상의 이런 일이'는 두 MC 또한 변화시켰다. 임성훈은 프로그램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언제나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 삶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난관을 어떻게 훌륭히 극복하는지를 봐오며 내 삶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급했던 성격도 차분해졌다고 설명했다.
박소현은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말했다. 박소현은 "방송을 20년 씩 하다 보면 내가 소진되는 느낌 때문에 하던 게 하기 싫어지고 그런다. 그런 느낌을 어찌 채워나가느냐가 롱런의 관건인데, '세상에 이런 일이'는 에너지를 얻어가는 프로그램이다"고 운을 뗐다.
이런 부분은 박소현이 18년 넘는 시간동안 롱런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박소현은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재밌는 일이 없다는 글들을 많이 접하는데, 나도 그렇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계속 해야하나 싶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이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왜 열심히 살아야하는지를 느끼고 긍정적 에너지를 받는다. 다른 분들의 삶을 보며 얻는 에너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이 '롱런'함에 따라 '세상에 이런 일이'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유사 장르의 교양 프로그램이 범람함에 따라 소재 고갈이라는 한계점에 직면해있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측은 이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상에 이런 일이' PD는 "출연자의 근황을 살펴보는 코너도 해보고, 비슷한 분들끼리 모아 대결도 해봤다.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면서 "하지만 모든 출연자 분들을 이런식으로 이끌어갈 생각은 없다. 지금처럼 취재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접하고 싶다. 아이템이나 새로운 포맷들의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고 말했다.
임성훈은 이에 대해 "1000회를 바라지만 그것에 얽매여 프로그램 질이 떨어짐에도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면서 "프로그램 소재 선택에 어려움도 많고 더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중복을 피하면서도 시청자가 원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 부분이 잘 돼서 1000회까지 하게 되길 바라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고 소회를 언급했다.
박소현은 "시청자 제보도 많았으면 좋겠다. 주변에 뭐라도 있으면 많이 제보해주시면 좋겠다. 우린 항상 열려있다"면서 "1000회까지 좋은 소재로 가고 싶다. 자극적이고 강한 프로그램이 많은 만큼 훈훈함을 전하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를 찾아보는 일부 시청자들이 있는 만큼 정겨움을 주고 싶은 MC가 되고 싶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왔던 '세상에 이런 일이'는 어느새 대한민국 교양 프로그램에 길이 남을 기록들을 남겼다. 18년 3개월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를 이룬 이들도 많을 터. 때문에 '세상에 이런 일이'의 900회가 주는 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요 근래 보기 드문 '착한 예능'의 표본인 만큼 '세상에 이런 일이'가 1000회까지 뻗어나가길 바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한편, SBS '세상에 이런 일이'는 지난 1998년 5월 6일 가정의 달 특집으로 시범 방송됐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이나 특별한 사연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익숙한 이야기의 전개 방식으로 표현해 호평 받았다.
특집에 이어 1998년 5월 21일부터 정규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초창기 시청률 6~7%로 시작했지만 1999년 '부산 원숭이' 편과 '누렁이 구조작전'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00년대 중반 평균 16%대 시청률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개된 사연만 해도 4229건에 달한다. 특히 이미 영화화된 '맨발의 기봉이' 사연(2002)은 물론 '선풍기 아줌마' 사연(2006)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연들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되며, 900회 특집은 오는 9월 1일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