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송강호, 공유(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편히 극장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가도 자세를 바로 잡게 만드는 영화가 ‘밀정’이다. 일제 치하의 공포와 혼란, 수모를 겪은 세대가 아니라도 지난날 치욕의 역사는 묵직한 울림을 줬다. 목숨 걸고 나라를 찾으려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신념에 숙연함을 느끼고, 그들이 친일파를 처단하는 순간은 그 어떤 화려한 액션과 판타지물보다 짜릿하다.

‘밀정’은 어떤 것도 옳다고 믿을 수 없는 혼란의 시기, 1920년대 말 일제강점기에 있는 한국의 무거운 시대상을 담았다.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그려진다. 그 당시 독립투사들의 노고와 애국심이 관객들에게 대물림되는 시간이다.

‘밀정’ 송강호는 스파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 출신 일본인 경찰 이정출로 시대의 혼돈과 무거움을 표현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편승한 친일파가 나라에 가진 ‘마음의 빚’을 표현했다. 폭발적인 감성의 분출없이도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김지운 감독은 최대한 진지하게 송강호와 공유를 극에 활용했다. 상반된 목적을 좇는 일본 경찰과 독립군이 마음의 교류를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며, 두 남자의 심리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흐름을 방해하거나, 맥락 없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려는 억지도 없다.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심리전은 단연 집중도를 높이는 시퀀스다.

여기에 이정출을 경계하기 위한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은 엄태구는 서늘한 광기를 표현하며 ‘충무로의 발견’임을 몸소 증명했다. 이처럼 ‘밀정’은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메시지가 편집부터 사운드, 색감의 조화 등 돋보이는 요소들로 시너지를 낸다.

잔혹한 고문과 액션에도 밝은 사운드의 스윙재즈가 흘러나온다. 불행했던 당시 우리 역사와 다른 지구 반대편의 분위기와 대비돼 비극적인 일상을 극대화 시킨다. 어둡고 암울한 일제 치하를 온몸으로 견딘 독립군의 투지를 뜨겁게 담은 ‘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