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서지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서지혜가 ‘질투의 화신’ 홍혜원 캐릭터에 대한 소회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고, 자신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서지혜는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인터뷰에서 “전작 ‘그래, 그런거야’에서 차분한 이미지를 선보였다가 ‘질투의 화신’으로 반전이 있는 걸크러시 느낌을 내서 시청자 분들이 더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지혜는 이어 홍혜원 캐릭터의 탄생 비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서지혜는 “드라마 시작 전 작가님 감독님과 미팅하며 고심한 끝에 홍혜원 캐릭터가 탄생했다. 기존에 있던 틀은 있었지만 작가님이 더 재미난 캐릭터길 바랐고 시청자들이 각각 표나리 이화신을 응원하는 커플과 홍혜원 이화신 커플을 응원하게 할 수 있는, 멋있는 여자 캐릭터가 되길 바랐다”고 회상했다.

사실 서지혜는 로맨틱 코미디(로코)와는 거리가 먼 배우다. 서지혜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신돈’도 그렇고, ‘춘자네 경사났네’, ‘49일’, ‘별도 달도 따줄게’, ‘펀치’, ‘그래, 그런거야’ 등 그가 출연한 작품 대부분이 사극, 가족극, 장르극 등이었다. 때문에 서지혜는 ‘질투의 화신’ 홍혜원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로코라는 장르일 뿐만 아니라 청순하고 단아한 외모로 거친 욕을 하는 만큼 부담 또한 있었다.

“로코를 해본 적도 별로 없었고, 국내 드라마에서 이런 캐릭터가 거의 없었던 만큼 걱정이 컸어요. 감독님과 촬영하면서도 의견 나누고 어떻게 욕할지를 많이 고민했죠. 초반에 홍혜원이라는 인물의 등장에 임팩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거든요. 욕이 걱정되진 않았지만 드라마 내에서 튈까봐 우려됐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예상 외였죠.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서지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서숙향 작가와 박신우 PD가 자신에게 무엇보다도 ‘시크함’을 주문했다고도 털어놨다. 서지혜는 “모든 표정이 시크하고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으면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면서 “욕을 어떻게 할지 고민 많았다. 감독 앞에서 여러 버전으로 욕을 했다. 오죽하면 스태프들이 욕하지 말라 할 정도로 연습 많이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연습의 결과, 너무 차지게 하기 보다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욕하는 게 임팩트 있을 것 같다는 박 감독의 조언을 받고 욕 장면들이 탄생했다고 언급했다.

“처음에 작가님이 실제 성격을 물어보셨어요. 그동안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 많이 했는데 이런 로코를 해도 괜찮겠냐고 하셔서, 내 성격 상 털털하고 밝은 걸 하고 싶다고 말했었어요. 이런 기회가 적었거든요. 그래서 좀 더 편안하게 연기를 한 것 같아요. 털털하고 욕도 하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거죠. 작가님과 감독님 모두 심심하고 뻔한, ‘악역’ 같은 캐릭터보다는 그렇지 않은 걸 원하셨어요. 뭐가 재밌을까 고민하다가, 심의에 대한 우려를 안고 욕을 시도했죠. ‘삐- 처리로 가자!’는 결정 하에 시도한 건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즐거웠던 작업이었죠.”

서지혜의 홍혜원 캐릭터는 의상 또한 화제가 됐다. 기존의 아나운서 룩을 넘어 매니시한 정장을 매치하며 캐릭터를 보다 더 잘 살려냈다.

이에 대해 서지혜는 “처음엔 아나운서 느낌의 옷을 입었다. 초반엔 캐릭터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단아한 아나운서 느낌으로 입다가 욕을 시작하면서 걸크러시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그때 생각한 게 슈트다. 사랑스러운 느낌을 빼되, 바지 정장에 핑크색으로 여성미를 가미했다. 평상시엔 잘 안 입어도 캐릭터화(化) 시키니 예뻤던 것 같다. 잘 입었다 싶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지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캐릭터에 대해서는 배우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밝혔다. 서지혜는 “배우들끼리도 걱정 많이 했다. 욕이 걱정이라기보다는 워낙 쟁쟁한 분들도 많이 나오시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을지 걱정했다”면서 “하지만 공효진 언니가 ‘기회 같다’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주변 선생님들도 ‘너무 좋았다’, ‘정말 재밌는 것 같다. 캐릭터 잘 잡았다’며 칭찬해주셔서 더 힘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홍혜원 캐릭터에 재미를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저도 연기하면서, 나중에는 그 캐릭터에 동화돼서 정말 뻔뻔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뻔뻔해질까 고민도 했어요. ‘이 사람에게도 키스했지만 너도 키스해줄게’라는 느낌으로 갔어요. 이런 캐릭터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었죠. 멋지면서도 독특하지만 절대 없을 것 같아서 만들어가는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공감되기보단 ‘어떻게 하면 더 뻔뻔하게 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어요.”

‘질투의 화신’은 서지혜에게 많은 의미를 줬다. 로코로, 홍혜원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서지혜라는 배우를 다시금 각인시키며 그는 배우로서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인기에 연연했던 20대와는 다르게, 30대로 접어들며 연기를 즐기고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도 밝혔다.

“많이 사랑해주신 덕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지만, 너무 들떠있으면 초심을 잃어버릴까봐 차분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30대로 접어들면서 ‘인기는 좋았다가 나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더 길게 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거든요. 사실 20대 때는 인기에 연연했어요. 잘 안된 작품도 많아서 슬럼프도 겪었죠. 배우 일을 시작한 건 연기가 재밌어서인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생각하게 됐고요.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해야 했는데, 그걸 놓치고 너무 앞만 보고 갔구나’ 하고요. ‘질투의 화신’을 계기로 다시 이 마음을 되새기게 됐죠.”

▲서지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서지혜는 ‘질투의 화신’에 대해 애정을 가득 느끼고 있었다. 서지혜는 “전체적 밸런스가 너무 잘 짜인 드라마였다.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배우들도 많이 이미지 탈피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적었던 분량에 대해서는 “아쉬움은 있다. 다음 작품은 밝고, 좀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이어 “‘질투의 화신’ 전까지만 해도 차분하고 도시적인 캐릭터 제의를 많이 받았다. 이걸 기점으로 어찌 변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자신이 가져갈 배우로서의 지향점 또한 언급했다.

“지치지 않고 열정적인 배우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당장 뭔가를 이뤘다고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길게 보고 싶고요. 나이도 있고. 여자로서 결혼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제 인생에 있어 연기는 스스로가 즐겁기 위해 하는 거예요. 일이지만 즐겁게,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