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는 어느 때보다 강한 여풍(女風)이 불었다. 지난해 4월 트와이스가 ‘치어 업(Cheer up)’으로 ‘샤샤샤’ 열풍을 일으켰고, 7월에는 원더걸스가 자작곡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로 선전했다. 가을엔 다시 트와이스 바람이었다. 10월 ‘TT’가 국내 주요 음원·음반 차트를 휩쓸면서 트와이스는 명실공이 ‘톱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두 팀의 활약은 JYP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집약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트와이스는 박진영의 감각이라는 과거 동력으로부터 탄생해 외부 프로듀싱팀(블랙아이드필승) 도입이라는 현재적 움직임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스스로 2막을 열어젖힌 원더걸스의 행보는 걸그룹의 대안적 미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원더걸스가 보여준 뮤지션으로서의 자세와 음악적 역량은 10년 차 걸그룹이 갖춘 가장 멋진 덕목이었다.

그러나 새해의 시작과 함께 두 팀의 행보는 분명하게 갈렸다. 전속계약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던 원더걸스는 결국 지난달 26일 해체를 공식 발표했다. 혜림과 유빈은 JYP에 남아 음악, 연기, MC 등 활동을 이어가고, 예은과 선미는 새 둥지를 찾아 떠난다. 솔로 음반 발매 경력이 있는 두 사람이기에 음악 활동에 중점을 두고 소속사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원더걸스는 지난 2007년 ‘텔 미(Tell me)’를 시작으로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원더걸스를 가리켜 ‘국민 걸그룹’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은 음악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저녁 뉴스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원더걸스가 2000년대를 대표하는 걸그룹이라면 2010년대에는 트와이스가 있다. 데뷔한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이들은 그러나 1억 스트리밍 돌파, 걸그룹 최다 음반 판매량 경신(2016년 기준) 등 거침없는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열린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도 대상 혹은 대상에 준하는 상을 손에 넣으며 인기를 입증했다.
트와이스는 오는 20일 새 음반을 들고 컴백, ‘톱 걸그룹’의 자리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포부다. 아직 음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된 바 없지만 ‘트와이스코스터: 레인 1’의 연장선상에 있는 음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투어 콘서트 ‘트와이스 랜드 - 더 오프닝(TWICELAND - The Opening)’을 개최한다. 티켓은 3일치 모두 동이 난 상태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 떠나고 새 시대의 아이콘이 떠오른다. 가요계 세대교체를, 지금 JYP엔터테인먼트가 온 몸으로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