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팬이 돼본 사람은 알 것이다. 콘서트가 끝난 뒤의 허무함을. 그것은 단지 환희가 끝난 데에서 오는 공허함만은 아니다. 나만의 오빠가 실은 만인의 오빠였음을 깨닫게 되는 데에서 오는 허무함, 나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통감하는 데에서 오는 허무함이다. 굳게 영원을 약속하고 쉴 새 없이 밀어를 나눴는데, 얄궂기도 해라.
그러나 그룹 B1A4의 팬이라면 아마 이러한 허무함을 모를 수도 있겠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현장. 어느 가수의 공연이 그러지 않겠냐마는 B1A4 공연장의 공기는 유독 말랑말랑했다. 멤버들의 애정과 팬들의 열정으로 작은 공연장이 터져나갈 듯 뜨거웠다.
공연은 B1A4의 활동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한 이들 사이에서 번져나가는 묘한 뭉클함과 설렘. 그 끝에는 B1A4가 있었다. ‘멜랑꼴리’로 무대를 시작한 B1A4는 히트곡과 유닛곡, 신곡을 두루 아우른 무대로 150여 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웠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진 것은 비단 공연장 규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2층 관객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던 바로, 온 몸으로 흥분을 표현하던 산들의 모습에서는 팬들을 향한 애정이 그득히 베어 나왔다. 라스트 팡은 드레스코드. 멤버들은 “흰 옷을 입은 여러분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면서 “B1A4와 바나(팬클럽)가 커플룩을 입은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쿵’ 내려앉지 않을 여심이 어디 있으리.
공연 초반 ‘인 디 에어(In the air)’, ‘오 마이 갓(Oh my god)’, ‘악몽’, ‘유(You)’, ‘너에게 반하는 순간’으로 온도를 예열한 B1A4는 발라드곡 ‘꿈에’, ‘론리(Lonely)’를 부르며 공연장을 감성으로 적셨다. 우주 한복판을 연상시키는 무대 연출과 멤버들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소극장 공연을 시도한 B1A4는 5.1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생생한 소리를 들려줬다. ‘몇 번을’을 부르면서는 객석 가까운 곳으로 몇 번을 내려가 관객들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다. 유닛 무대 또한 볼거리를 더했다. 진영과 신우는 ‘벅차’로 농익은 감성을 들려줬고, 바로, 산들, 공찬은 신곡 ‘OK’로 막내라인의 귀여움을 뽐냈다.
그리고 팬들이 있었다. 무대가 끝날 때마다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며 사랑을 고백하던 관객이 있는가 하면, 앳된 목소리로 연신 “귀엽다”를 남발하던 학생 팬도 있었다. “가수를 닮아 팬들도 노래를 잘한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유’에서는 수준급의 실력으로 여성 가수의 피처링 파트를 소화해내기도 했다.
데뷔 7년 차. 멤버들 모두 2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B1A4에게서는 여전한 풋풋함이 맴돌았다. 벌써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이지만 아직도 멘트를 하면서 눈물을 쏟을 만큼 말이다. 공찬은 “같은 시간, 공간에서 모든 걸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금처럼 바나와 함께 교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같은 시공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 말고 중요한 게 또 어디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팬들의 가슴에는 밝고 깨끗한 환희만 가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