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걸그룹이었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야 할 때는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이제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수 홍진영의 이야기다.
홍진영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신곡 ‘사랑한다 안한다’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긴장한 얼굴로 무대에 오른 홍진영은 그러나 현장에 참석한 팬들의 함성에 힘입어 생애 첫 쇼케이스를 무사히 치러냈다.
‘사랑한다 안한다’는 홍진영이 ‘엄지 척’ 이후 1년여 만에 발표하는 신곡으로 작곡가 안영민과 오징징이 의기투합해 완성했다. 짝사랑에 빠진 여자의 애타는 마음을 홍진영 특유의 가창력과 감정표현으로 그렸다.

홍진영은 “영화 ‘조작된 도시’의 박광현 감독님께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주셨다. 영화 OST를 작업하고 싶다고 하셔서 받게 된 노래”라면서 “슬프면서, 동시에 여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 곡은 발매 직후 2개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도깨비’ OST의 강세와 그룹 블락비, 가수 자이언티 등 쟁쟁한 음원 강자의 활약 속에서 장르 음악으로 일궈낸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
홍진영은 “매년 음반을 발매했는데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조작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아직 트로트 시장이 많이 죽지 않았구나’, ‘많은 분들이 트로트를 들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감동적이었다”면서 “굉장히 뿌듯했다. 잠은 많이 못 잤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는 홍진영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해다. 홍진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내가 ‘사랑의 배터리’가 잘 된 이후 승승장구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반추했다.
젊은 트로트의 시대를 열어젖힌 인물 중 하나인 만큼 어깨도 무겁다. 그는 “2007년도에 걸그룹 스완으로 데뷔했다가 두 달 만에 망했다. 그 후 2년 뒤 ‘사랑의 배터리’라는 노래를 받게 됐는데 처음에는 눈물이 났다. 어린 친구들은 트로트를 취급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트로트를 해애겠다는 마음을 먹고 난 뒤로는 내 뒤에 나올 후배들은 폭 넓게 활동을 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홍진영은 “트로트 가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 내 앞에 장윤정 언니, 박현빈 오빠가 있었다면 내가 그 바통을 받아서 트로트 가수들이 넓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지만 홍진영은 씩씩하다. 앞으로 더 노력할 테니 더 예쁘게 봐 달란다. 홍진영의 애교 어린 당부가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진영은 이날 Mnet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컴백 활동에 돌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