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충남 태안에서 서부시장 4천 원 바지락 칼국수, 마검포항 실치 한 상, 우럭덕장 등을 찾아간다.15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에서는 힘찬 바다처럼, 진득한 갯벌처럼 머물러 태안과 하나가 된, 진짜배기 태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안면도 사람들의 희망이 된 ‘병술만 바지락’
대한민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 안면도는 육지였다가 섬이 된 사연 많은 동네다.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 세곡 운송의 편의를 위해 절단된 안면도는 1968년 놓인 연육교로 다시 육지와 연결됐다. 그 사이 돌연 ‘섬사람’이 된 안면도 주민들은 김 양식을 하며 살았다. 손발이 얼 정도로 고된 일이었지만 김 양식은 제법 잘 됐고 틈틈이 잡은 바지락도 쏠쏠한 용돈벌이가 되기 충분했다. 1980년대 초, 천수만 간척사업 전까진 말이다.
천수만 간척사업은 끼니 걱정 모르고 살던 안면도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 좋던 김에 갯병이 생기고 어장이 탁해지는 걸 알게 된 안면도 주민들은 하나둘 손을 털고 외지로 나갔다. 남은 건 이도 저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속절없이 드넓은 갯벌뿐이었다. 그렇게 안면도 사람들은 마지막 희망, 갯벌로 향했다.
바다가 열리고 갯밭이 펼쳐지는 시간, 안면도 병술만 마을 사람들은 다 함께 모여 사이좋게 바지락을 캔다. 바지락을 캐는 순간은 김 양식 실패의 아픔도, 지난한 섬살이의 고충도 다 잊을 수 있다. 안면도 바지락은 수십 년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진 존재, 그래서 더 소중한 병술만의 보물이다.
◆서부시장 명물 자매와 4천 원 바지락 칼국수지역 불문 칼국수 식당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물가 무서워 장을 못 보는 요즘 세상에 4천 원 바지락 칼국수 집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서부시장 골목엔 38년째 직접 뽑은 면발에 생물 바지락을 산만큼 쌓아주는 일흔의 자매가 있다. 테이블은 딱 6개, 일자 주방은 한 사람이 서 있기도 좁지만, 자매는 가게를 열고 단 한 번도 2인 체제를 포기한 적이 없단다. 바지락 수북한 자매 표 손칼국수를 먹으며 이들의 인생사를 잠시 따라가 본다.
◆우럭덕장 모자(母子), 지금은 교육 중
이맘때쯤, 태안의 중심부, 태안읍의 한 시장을 지나다 보면 입구부터 우럭 말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새벽녘 부지런히 잡은 생선을 이른 아침부터 다듬어 말리는 ‘공동 덕장’ 때문이다. 사계절 내내 잡힌다 한들 생선포를 말리는 적기는 여름이 오기 전, 오직 지금뿐이다. 그런데 어째 초보 딱지 못 떼고 버벅거리는 한 남자. 아니나 다를까 삼 개월 전 어머니 곁으로 왔다는 아들 김선일 씨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옆집 상회와 돌다리 놓아가며 서부시장의 초석을 다진 시장의 산증인 신순이 여사, 효심 하나로 패기롭게 시장 일을 시작한 3개월 차 아들. 이 모자의 동업은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까?
◆‘둠벙 부자’ 간척지 마을의 오랜 전통, 둠벙잡이시골 둠벙이 사라져가는 요즘, 유난히 둠벙이 많은 동네를 발견한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둠벙을 가진 마을이란다. 지금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100여 개, 신기하게도 마을의 둠벙엔 고기가 있다. 무려 자연적으로 민물 수로를 따라온 것이란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농번기와 추수 직전 이 고기를 잡아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한 지 오래. 덕분에 몸보신도 하고 이웃끼리 얼굴 볼 일도 생기고, 이만한 복이 따로 없단다.
◆인생을 바꾼 부부의 ‘봄 한정판’ 실치 한 상
반드시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봄철 한정판’ 어종이 있다. 바로 성격 급해 물 밖으로 올라오면 죽어버리는 실치다. 태안에서도 실치가 많이 나오는 곳은 정해져 있다. 곰섬 그리고 마검포항. 작고 한적한 마검포항을 걷다 보면 잡은 실치를 인근 식당으로 운반하는 사람들을 꼭 한 명쯤 만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팔자에도 없던 배를 타게 된 최용식 씨도 그중 하나다. 마검포항이 고향이던 아내를 따라 실치를 잡게 된 그는 얼떨결에 장인어른의 뒤를 이은 2대 선장이 됐다. 과연 그 실치 맛이 어떻기에, 이들 부부는 실치로 웃음을 되찾았을까. 부부를 살린 마검포항 행운의 선물, 실치 한 상을 맛본다.
◆소금 밖에 난 몰라! 염전 부부의 ‘내 사랑 백금순’한때 그 많던 염전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여태 굳건히 해내고 있는 한 부부. 염전 경력 45년 차,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소금 끌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 양질의 소금을 얻기 위해서란다. 이게 다 누구 고집이냐 물으신다면 단연 소금에 애칭까지 붙여가며 소금 얘기만 하면 눈이 반짝이는 자칭 소금 명인 정갑훈 씨 때문이다. 이제 손 떼려면 딱 24년 남았다는 남편 갑훈 씨의 끈질긴 집념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눈만 맞추면 티격태격, 그래도 소금이 있어 행복하다는 부부의 짠 내 나는 사연을 함께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