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세훈 기자]
"이번 공연이 마지막입니다. 레코드 취입도 안 할 것입니다."
가수 이미자의 고별 공연이 다음 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고별 공연 '맥(脈)을 이음'으로 66년 가수 인생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음 달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노래할 수 없게 됐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라며 은퇴 대신 '마무리'라고 표현했다.
전통 가요가 사라지지 않도록 대를 이을 후배들을 찾았다는 이미자는 주현미와 조항조와 함께 이번 무대에 오른다. 이는 후배들에게 전통 가요의 '맥'을 물려주고 무대에서 내려온다는 취지의 공연이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1960년대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한국 가요계의 전설로 활약했다. 그는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로', '내 삶의 이유 있음은', '여자의 일생' 등 히트곡을 포함해 2,500곡이 넘는 노래를 발표했다. 이러한 공로로 2023년 대중음악인 중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미자는 전통 가요가 한국 현대사 100년과 궤를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의 설움, 해방의 기쁨, 6·25의 아픔 등 우리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라며 "그런 가운데 우리를 위로하고 애환을 느끼게 한 것이 우리 대중가요였다"라고 말했다.
이미자는 전통 가요를 고집하며 겪은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1964년 '동백 아가씨'가 33주간 차트 1위를 차지했음에도, 서구풍 음악에 밀려 "질 낮은 노래"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구풍의 노래를 부르면 상류층이고 우리 노래를 부르면 하류층이라는 시선에 소외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트로트 가요를 부르는 사람은 다른 분야를 부르는 사람보다 음폭이 넓다"며 "정통 트로트 가수는 발라드도, 다른 어떤 노래도 할 수 있다"고 장르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미자는 1989년 30주년 콘서트부터 40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 콘서트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었다. 그는 "활동 66년째에 다시 서는 세종문화회관에 무척 애착이 간다"라며 "이번 공연은 제게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자의 고별 공연은 다음 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그는 '동백 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 등 대표곡을 주현미, 조항조와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