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황혼 부부의 특별한 집을 소개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낭만 부부의 집
하늘이 맑아 별이 잘 보이기로 유명한 경북 영천의 배양골, 이곳에 네 번의 이사 끝에 100년 가까운 세월을 머금은 한옥을 자신들만의 안식처로 재탄생시킨 부부가 산다.
오래전부터 촌집을 수리해 살며 여러 번의 이사를 했지만, 아내는 온전한 자신의 집이 어디에도 없다고 느꼈다. 이곳저곳으로 떠돌던 부부는 영천의 깊숙한 산골에 위치한 낡은 촌집을 고쳐 살기로 마음먹는다. 1929년에 지어져 무려 10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집을 부부는 이전의 리모델링 경험을 통해 터득한 셀프 시공 노하우를 살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부부는 6개월간 텐트 생활을 하며 구들장을 들어내고 바닥을 80cm나 파내는 대공사를 감행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집안 곳곳에 유럽 미장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남편은 천장을 제외한 벽과 바닥, 심지어 화장실과 싱크대까지 유럽 미장으로 마감해 이국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또 부엌, 안방, 대청마루, 건너방으로 나뉘어 있던 공간을 터서 하나의 넓은 거실 겸 주방으로 만들었고, 100년 묵은 서까래의 고풍스러움은 그대로 살려냈다.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도 늘 부부는 ‘최소한의 집’에서 살기를 바라왔다. 집에 제대로 된 옷장 하나 없어서 오는 이들마다 ‘정말로 사람 사는 집이 맞냐’며 놀랄 정도지만 부부는 TV 대신 거실의 큰 통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고, 침대 없는 작은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지내며 비움을 실천하고 있다.
‘조금씩 벌어 여행 가고, 남들과 나누는 것이 풍요’라고 말하는 부부는 오늘도 비움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낭만 부부의 인생철학을 '건축탐구 집'에서 들여다본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 평창동의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국적인 집이 눈에 띈다. 새하얀 외벽에 이오니아식 기둥이 우뚝 솟은 신전 같기도 한 이곳에 과연 누가 살고 있을까?
젊은 시절 평창동의 낭만에 매력을 느꼈던 아내는 언젠가 이곳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결혼 이후 평창동에 있는 연립에 전세를 살면서, 부부는 매일 동네를 산책하며 꿈을 키워나갔다 어느 날,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이 집을 만나게 되는데, 어두컴컴하고 낡은 집이기에 오래도록 나가지 않았던 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대문을 열자마자 반겨주는 소나무의 향기, 그리고 발레 슈즈처럼 길게 뻗은 독특한 땅의 모양에서 운명을 느꼈다. 그렇게 집을 계약한 부부는,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과감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미술을 전공한 부부는 집을 하얀 도화지라 생각하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일산의 고급 주택들을 벤치마킹하고, 을지로 자재 상가들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발품을 팔았다. 신전 같은 독특한 외관은 아내의 아이디어였다. 밋밋한 집에 힘을 주기 위해 지붕 몰딩을 두르고 거대한 원기둥을 세우며 탈바꿈시켰다. 내부에는 공간을 확장해 유리 온실을 만들었고, 계단 밑의 자투리 공간을 뚫어 만든 화장실에는 융단 느낌이 나는 벽지를 붙여 마치 갤러리의 복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집 안 곳곳을 채운 가구와 소품에도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거실을 밝히는 화려한 샹들리에는 고물상에서 찌그러진 채 발견된 고철이었다. 부부가 이를 펴서 왕관 모양으로 만들고 세상에 하나뿐인 조명으로 재탄생시켰다. 지인이 버리려던 소파 역시 천을 갈고 솜을 채워 명품 못지않은 가구로 변신시켰다.
일생동안 나눔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부부는 정원과 서재, 그리고 직접 꾸민 이 아름다운 공간을 지인들과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 남편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누고,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색을 감상하며 이웃들과 즐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우리만의 족적을 남기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라고 말하는 부부의 황혼 집 이야기를 '건축탐구 집'에서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