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는 많지만 사랑받는 작품은 없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만 일일 평균 10편. 미니시리즈, 아침드라마, 저녁일일드라마 등 각 방송사 별로 매일 3편 이상의 작품이 방영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신설될 드라마 편성 시간대를 고려하면 일일 평균 작품 수는 더욱 늘어난다.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웹드라마까지 더하면 드라마가 넘치다 못해 터져나가고 있다.
가뜩이나 많았던 드라마가 올해 “더 많아졌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엔 드라마 편성 시간이 늘어난 것과 관련 깊다. CJ E&M은 올해부터 tvN 뿐 아니라 OCN도 월화드라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KBS는 ‘최고의 한방’을 시작으로 금토드라마 시간대를 신설했다. JTBC도 오는 11월부터 기존의 금토드라마 외 시간대를 신설해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올 초 재승인 심사에서 위태로운 평가를 받았던 TV조선을 비롯한 채널A, MBN 종편 채널들도 올 연말까지 드라마 부활을 예고했다. 이미 각 종편 방송사들은 올해 방영을 목표로 기획안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회성으로 드라마를 선보이는 것과 고정적인 편성 시간대를 갖고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는 것엔 차이가 크다”며 “지상파 뿐 아니라 케이블, 종편까지 꾸준하게 드라마를 편성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제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넘쳐나는 드라마 속에 정작 국민드라마는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KBS2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tvN ‘도깨비’처럼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도 올 상반기에는 없었다.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여기에 제작 편수에 비해 제작 인력도 부족하고, 실력자들은 더 구하기 힘들어 작품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드라마를 만들 사람을 구하느라 여기저기서 비상이다.
주연 급 배우 캐스팅 뿐 아니라 스태프 팀 구성부터 난관인 것. 최근 편성을 받은 한 드라마 PD는 “일 좀 한다는 선수들은 이미 차기작, 차차기작까지 다 예약돼 있다”며 “당장 촬영하고 편집할 사람을 구하는 것부터 큰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PD는 “작가와 미팅을 하고, 이야기를 기획할 때부터 연출팀을 구했다”며 “거의 1년 전부터 ‘작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야 겨우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숙련된 제작진은 부족하다보니 높아진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지상파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시청률 1등 작품도 10%를 겨우 넘기는 상황이다.
악순환으로 광고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 광고주들 입장에선 광고할 드라마는 넘쳐나고, 시청률이 높지 않는 작품에 굳이 광고비를 지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시청률 1위 드라마도 광고 완판이 쉽지 않다”며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망할 거 같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